문 아무개 씨(30)는 최근 특정 단체대화방을 카톡 대신 텔레그램으로 옮겼다. “북한 선교사와 함께 이용하는 단체 카톡방이 있다. 사찰 논란 후로는 텔레그램으로 옮겨왔다. 누군가에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정보이니 카톡을 계속 쓰기엔 많이 불안하더라”는 경험담을 전했다. 이처럼 꼭 정부 비판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이들에게 사찰논란은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런 불안감은 언론사 관계자 등 정부 동향에 민감한 이들이 더 체감한다. 방송사에서 근무하는 이 아무개 씨(28)는 “동료들 단체방에서 정치인 이름은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농담조로 ‘우리 입조심하자’는 얘기가 오가는데 실제 내 카톡 정보가 털렸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진 않다”고 말했다.
신문사에 다니는 김 아무개 씨(27) 역시 “직업상 증권가 정보지를 많이 받고 돌린다. 이제 신경 쓰여서 정보지 돌릴 땐 텔레그램을 이용한다. 다른 사람들도 의식해서인지 요즘 카톡에서 받는 정보지 양이 상당히 줄었다”고 업계 동향을 전했다.
카톡 사찰 우려는 해외에 있는 동포들도 체감하고 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기혼여성들의 커뮤니티인 ‘미시USA’에는 “카톡은 불안하다”는 내용의 글과 카톡 탈퇴 방법을 묻는 글이 다수 올라와있다.
한 이용자는 “친구랑 정치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대안언론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어 나 때문에 다른 친구들까지 사찰당하게 될까 탈퇴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정치 얘기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정부가 국민의 사적인 이야기나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고 적었다.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용한다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메신저의 특성 때문이다. 거의 전 국민이 이용하는 카톡을 아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 업무 대화를 카톡으로 자주 주고받는다는 최수정 씨(26)는 “감청이 무서워서 탈퇴하기엔 카톡이 주는 장점이 너무 크다. 카톡 탈퇴하면 기본적으로 사회랑 단절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김 아무개 씨(37)는 “카톡을 정말 끊고 싶어서 앱을 지운 적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연락이 안 된다며 불편해하고, 나도 불안해서 몇 시간 만에 다시 깔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온라인 막걸리 보안법을 피하기 위한 사이버망명이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텔레그램 이용자 증가 추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무개 씨(30)는 “주변 지인들이 카톡을 아예 끊진 않고 다른 메신저로 많이 옮겼다. 텔레그램 이용자가 지금보다 더 많아지면 아예 옮겨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사이버망명 대열이 카톡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텔레그램과 카톡을 함께 이용한다는 이용석 씨(36)는 “주변 사람들 보면 카톡 상태 메시지에 ‘망명한다’, ‘실망이다’는 등의 내용을 띄운다. 아예 탈퇴하지 않고 이렇게 해두는 건 저항과 실망의 표시 아니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