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우리금융 민영화가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지만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여전히 ‘관치’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3단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마침내 우리은행 매각 절차에 들어가면서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17일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합병을 승인함에 따라 11월 1일 우리은행을 존속회사로 합병됐다. 이로써 2001년 3월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사로 탄생한 우리금융은 13년의 역사를 남기고 사라졌다.
하지만 당초 민영화를 기대했던 우리은행은 여전히 ‘관치’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비록 민영화 1단계(지방은행계열)와 2단계(우리투자증권 패키지)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기는 했지만 우리금융 민영화의 핵심인 3단계(우리은행 매각) 성사가 불투명한 까닭에서다.
공자위는 일단 지난 9월 30일과 10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을 두 가지, 즉 경영권 지분(30%)과 소수 지분(17.98%)으로 나눠 이에 대한 매각 공고를 각각 발표했다. 공자위의 매각공고를 살펴보면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은행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소수 지분 매각 공고의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소수 지분 매입을 원하는 투자자는 0.4%(250만 주)에서 10%(6727만 7837주)까지 원하는 수량만큼 입찰이 가능하다. 동일 입찰자가 다른 가격으로 여러 건 입찰할 수도 있다. 낙찰받은 자에게 주당 0.5주의 콜옵션을 준다. 나중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절반만큼 더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또 낙찰받은 주식과 콜옵션 행사 주식 모두 제3자에게 양도할 수도 있다. 낙찰을 포기할 경우 이 물량은 낙찰받지 못한 자 중 주당 가격을 가장 높게 입찰한 자에게 돌아간다. 증자나 감자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주식 수가 늘어나면 콜옵션 행사 가격 등을 조정해 투자자에게 실질 가치를 보장해준다.
이 같은 내용으로 볼 때 소수 지분을 매각하지 못할 염려는 없다. 다만 소수 지분을 매각할 수 있을 만큼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실제 입찰에 참여할지가 관건이다. 더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자위는 앞에서 살펴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옵션을 여럿 ‘장착’했다. 기필코 우리은행을 매각해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큰 그림을 완성시키겠다는 것이다.
역시 문제는 경영권 지분 30%다. 공자위가 경영권 지분 매각 공고를 낸 지 한 달이 넘도록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교보생명 외에 별달리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신한 KB 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인수 의향이 없음을 밝힌 데다 저마다 내부 사정 때문에 인수 여력조차 없어 보인다. 심한 내홍을 겪은 KB금융은 이제 막 신임 회장을 맞아 조직 추스르기에 바쁘고,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교보생명만 예비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입찰 마감시한은 오는 11월 28일 오후 5시까지다. 그러나 우리은행 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조 우리은행지부·위원장 박원춘)이 교보생명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노조 역시 “금융당국은 (현재의) 경영권 매각 방식을 중단하고 국민주 매각, 블록딜 세일 등 지분 분할 매각 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유일한 인수 희망자로 떠오른 교보생명은 꽤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관심이 있고 검토 중인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예비입찰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신중히 검토해보고 그 전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교보생명만 단독 참여해도 문제다.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된다. 이 경우 ‘소수 지분’으로 분류해놓은 지분만 갈가리 쪼개지고 경영권은 계속 정부에 남는다. 금융권에서 ‘산업은행 다음의 정책·관치’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우리은행이 계속 정부 보유 지분을 안은 채 그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비록 실패하더라도 할 만큼 했다’, ‘지방은행과 우리증권 매각을 성사시켰으니 이만하면 됐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중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매각 방식과 과정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난 세 번의 실패를 겪은 이유는 덩치가 너무 컸던 탓도 있지만 민영화의 핵심 원칙 세 가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방안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원칙이란 △조속한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을 일컫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조속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식의 민영화라면 누가 해도 진작 가능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며 “매각에만 너무 급급해 훗날 문제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0월 14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우리금융 매각은 이미 적자를 기록한, 금융당국의 정책 판단 실패”라며 “세 가지 민영화 원칙 중 금융산업 발전은 미뤄둔 지 오래고, 빠른 민영화도 불투명하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또한 실패했다. 남은 것은 실패에 대한 책임뿐”이라고 질타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