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과 하청업체 아하엠텍은 공사대금과 산재 은폐 문제 등으로 5년째 분쟁 중이다. 사진은 롯데건설의 안전교육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출처=롯데건설 홈페이지
24일 국정감사장에서 아하엠텍은 노동부에 롯데건설이 하도급법을 위반하며 산재 은폐를 종용했다고 신고했지만 오히려 아하엠텍이 벌금을 부과 받은 사실도 공개됐다. 안동권 아하엠텍 사장은 “어떻게 감추라고 시킨 롯데건설은 무사하고 아하엠텍만 벌금 처분 받을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부사장은 “협력업체 산재 은폐를 원청이 종용하지 않도록 제도 보완해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아하엠텍과 롯데건설의 악연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건설은 현대제철 화성 일관제철소 건설에 착수하며 아하엠텍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한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계약사항 외에 추가공사 및 물량증가가 있었다. 아하엠텍은 이 추가공사 대금을 147억 원으로 추산했고, 롯데건설은 53억 원으로 견적을 내자 분쟁이 생겼다.
아하엠텍과 롯데건설이 추가공사비 협상에 돌입했지만 의견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때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당진을 찾았다가 아하엠텍을 방문, 아하엠텍과 롯데건설의 분쟁을 듣게 된다. 이 의원은 분쟁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 조사하도록 지시해 사건은 공정위로 넘어갔다. 이후 공정위 실무자들이 10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5개월 뒤 심판실에서 처리 결과가 나왔다. 롯데건설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아하엠텍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안동권 아하엠텍 사장은 심판실 심의에 활용한 심사보고서를 비공식적으로 입수해 공개했다. 심사보고서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다. 안 사장이 공개한 심사보고서는 처리 결과와 정반대였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피심사인 롯데건설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아하엠텍에 하도급대금 결정금액 약 113억 원과 시정명령, 과징금 32억 3600만 원, 벌점 3점을 구형하도록 나와 있다.
롯데건설 하청업체 아하엠텍 전경.
공정위 처리 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참여연대 관계자는 “단순히 처리 결과가 심사보고서와 다르기 때문에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처리결과의 근거가 되는 심사보고서와 처리결과가 아예 정반대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처리 결과가 나오기 직전 롯데건설은 아하엠텍을 상대로 빚이 없다는 채무부존재 소송을 걸었고 아하엠텍은 반소했다. 1심에서도 롯데건설에 무혐의 판결이 나왔다. 안 사장은 “공정위 처리 결과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주장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원에서 공정위 처리 결과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법원 판단이 달라진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하엠텍의 건은 도의적으로 안타까운 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정위 처리 결과와 1심 판결결과까지 일치한다. 우리는 판결 결과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즉각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안 사장은 “롯데건설은 하도급업체를 쥐어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뿐만 아니라 제2롯데월드 공사에 참여한 D 기업도 현재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D 기업의 경우 현재 합의 중에 있다. 롯데건설이 참여하고 있는 공사만 수백 개고, 하청업체는 수천 개가 될 텐데, 그 중에서 몇몇 업체와 추가공사비에 대한 시각차로 인해 분쟁이 있을 뿐 하청업체와 원만한 사이다. 롯데건설이 하청업체를 쥐어짠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롯데건설 갑을전쟁 관피아 논란 솜방망이 처벌 그 인사 롯데건설 취업이 우연? 롯데건설과 아하엠텍 분쟁에서도 관피아 의혹이 등장한다. 논란의 중심에 J 씨가 있다. J 씨는 공정위에서 분쟁 처리를 담당하는 심결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롯데건설의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임기를 마친 후 롯데건설의 변호를 맡은 로펌으로 이직했다. 안동권 아하엠텍 사장은 “쟁점의 처리를 심결한 위원장이 피심사인의 로펌으로 취업한 것은 명백한 관피아이며 심사에도 영향을 준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도 “J 위원장은 롯데건설 측에 솜방망이 처분을 결정하고 롯데건설이 아하엠텍을 상대로 하는 채무부존재 소송이 진행 중인 지난 2012년 11월 2일에 해당 로펌에 공정거래팀장으로 취업했다. 판결이 있은 뒤 공직자의 취업 제한 법률 저촉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 심결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로펌은 각자 개인사업자 같은 구조라 회사와 같은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며 “더군다나 심사결과가 나온 후 15개월가량 지나 임기가 끝나서 재취업한 것이니만큼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J 위원장이 심사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닌데 이 사건 하나를 심사했다고 해서 우연하게 그 로펌으로 간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관피아 논란보다는 (아하엠텍 관련) 민사소송에서도 공정위 심사 처리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