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중소기업 총무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창해 씨(가명·29)는 회사 입사 이전부터 게임을 즐겨온 이른바 마니아 유저다. 주말과 퇴근 후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부족해서 회사에서도 직장상사 몰래 틈틈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김 씨가 요즘 즐기고 있는 게임이 바로 웹게임이다.
김 씨가 웹게임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몇 가지 명령만 내려놓으면 알아서 시간이 지나갈 때까지는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 심지어 직장상사가 뒤에서 지나가더라도 컴퓨터 화면을 빠르게 전환하는 단축키인 이른바 ‘알트탭’ 신공을 이용하면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김 씨는 최근 ‘웹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쉼터’라는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회원들은 대부분 김 씨와 같은 직장인들이다. 이곳 회원들은 웹게임이야말로 직장인들을 위한 게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한 번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수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지만 웹게임은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해도 다른 유저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 못지 않게 웹게임을 즐겨하는 직업군은 바로 군인이다. 그들도 평소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입장이고 어쩌다 한 번 하는 경우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직장인 이상으로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전역한 최규대 씨(가명·23)는 각 부대별로 마련된 인터넷 교육장에서 간부 몰래 웹게임을 플레이하는 군인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 씨는 웹게임은 인터넷 속도가 느려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으며, 일과를 마치고 20~30분 정도만 플레이하더라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군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웹 게임은 기존에 간단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던 플래시 게임과는 조금 다르다. 특별한 설치가 없어도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구동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게임 내용이 계속 저장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게임 내적으로도 일반 온라인게임 못지 않게 깊이 있는 게임들이 많아 장시간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회원 가입이 필요하고 필요에 따라 게임 아이템을 유료로 구입해야 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회사나 군대에서 게임을 몰래 즐기는 직장인들과 군인들은 웹게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간편함’을 으뜸으로 꼽는다.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그렇지만 회원가입 절차나 조작법, 게임화면 등이 매우 단순해 초반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따라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웹게임의 또 다른 인기요인 중 하나는 게임 유저들 간의 커뮤니티가 잘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채팅이나 쪽지를 통해 다른 유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 몇몇 게임들의 경우 게임 메인화면에서 다른 유저들을 위해 라디오방송국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웹게임이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타인과의 만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직장인들에게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기를 타고 최근 다양한 웹게임이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무협이나 중세 시대를 무대로 하는 판타지를 소재로 만든 실시간 전략형 게임들이 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재가 상당히 다양해지면서 부동산이나 패션을 소재로 한 웹게임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눈길을 끌고 있는 부동산 소재 웹게임 ‘바이시티’는 한국의 익숙한 서울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오피스텔, 유흥가, 공장 등 다양한 건물을 짓고 투자하는 게임이다. 직장인들의 주요 관심사인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소재를 게임으로 현실감 있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웹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자 기존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경쟁적으로 웹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웹게임이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몇몇 온라인게임사들이 웹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게임은 세계적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웹게임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으며, 특히 브라질의 경우에는 인기 웹게임 중 하나인 ‘오게임’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웹게임 포털을 개설하고 ‘칠룡전설’ ‘제국전쟁’ 등 중국산 웹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더파이브 인터렉티브 이태환 사장은 “갈수록 인터넷이 가능한 기기들이 늘어나고 있고, 웹브라우저만 가능하다면 모두 웹게임 플랫폼으로 변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