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부길 전 홍보비서관 | ||
이처럼 ‘터졌다’ 하면 청와대 참모진들이 가장 먼저 사건에 연루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그들의 ‘박봉’과 관련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얇은 지갑 때문에 ‘딴주머니’ 유혹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일요신문>이 그들의 월급명세표를 낱낱이 따져 보았다.
청와대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권력의 핵심’으로 불리고 있다. 대통령실 조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편되곤 했는데 현재는 1실장 1처장 7수석 1대변인 1기획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와대에는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장관급의 대통령실장, 차관급의 수석비서관들과 그 밑에 1~2급 비서관과 3∼5급 행정관이 있다. 청와대 행정관은 중앙부처의 같은 직급 공무원에 비해 영향력이 훨씬 세다고 할 수 있다.
부처에서 청와대로 파견됐다가 돌아올 때는 한 직급씩 올려주는 경우도 많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 모인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따라서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목에 힘이 들어갈 만하다.
▲ 박정규 전 민정수석 | ||
우선 2008년 공무원 연봉표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연간 보수는 1억 6867만 1000원. 여기에 직급보조비 3840만 원(월 320만 원), 정액급식비 156만원(월 13만 원) 등 각종 수당을 모두 더하면 대통령의 연봉 총액은 2억 863만 1000원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월급은 1738만 6000원 수준이다.
수당 중에서 직급보조비는 하는 업무에 따라 달라지고 가족 수당도 부양가족 숫자에 따라 달라지지만 급식비는 월 13만 원으로 대통령부터 비서관까지 모두 같다.대통령실장은 장관급에 준하는 공무원으로 기본급 9615만 5000원에 직급보조비와 정액급식비, 가족 수당 등의 여러 수당을 합해 1억 1259만 5000원 정도의 연간 보수를 받고 있다.
월급 기준으로는 938만 3000원 수준인 것. 7명의 수석비서관은 차관급에 준하는 공무원으로 연봉 수준이 9338만 2000원으로 직급보조비와 정액급식비 등을 합하면 1억 634만 2000원으로 886만 1000원이 월급 명세서에 찍힌다.비서관들은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과 달리 1, 2급 비서관들은 성과급적 연봉제 적용대상이라서 상한액과 하한액이 정해져 있어 업무 성과별로 월급 차이가 날 수 있다.
1급의 경우 상한액 8407만 6000원을 기준으로 치면 여기에 직급보조비와 정액급식비 등의 각종 수당을 합쳐 9667만 5000원 정도를 수령한다. 월 805만 6000원 수준을 받는 셈이다. 하한액은 5604만 4000원이다. 2급 비서관의 경우에는 상한액 7770만 3000원의 기본 연봉에 여러 수당 등을 합쳐 8670만 2000원이며 월급으로는 722만 6000원을 받는다.
하한액 기본 연봉은 5177만 5000원으로 비서관들의 연봉은 최소 5000만 원은 넘는 셈이다. 또한 정식 급여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사실상 급여처럼 받을 수 있는 항목도 더 있는 만큼 ‘실질 급여’는 늘어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임금 말고 또 다른 주머니를 찰 수 있는 수당이 있는 것.
과장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을 위한 ‘월정직책급’(4급 과장급 월 30만 원, 고위공무원단 월 60만~70만원) 및 업무추진비가 여기에 해당한다. 월정직책급은 부서장들에게 주로 부서 내 회식이나 단합을 위한 목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2급 공무원은 80만 원, 1급은 105만 원 정도인데 올라갈수록 많아진다.
▲ 서갑원 전 의전비서관 | ||
업무추진비는 별도의 법인카드로 지급되어 사용내역이 남는다. 주로 직급과 업무에 따라 한도를 정해서 주는데 일률적이지 않다. 대변인과 같이 대외 업무가 많은 경우에는 카드 한도를 300만 원 수준으로 유지시켜준다고 한다.
대변인과 같은 급수이지만 대외 활동이 많지 않은 부서의 1급 비서관인 경우에는 보통 150만 원을 지원받는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보통 자기가 하는 업무에 따라 1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의 판공비를 받는다”고 말했다.
연봉에 대한 질문을 받은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별정직 공무원의 신분이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들과 월급 체계가 똑같다. 수당이나 이런 부분에서만 약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봉제이기 때문에 같은 급수라도 월급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참여정부 시절 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우리 때는 비서관들 중 2급이 많았지만 지금 정부에선 1급 비서관들이 2급보다 많아 급여를 더 많이 줘야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같은 공무원이더라도 청와대에서 근무하면 특수활동비 등 기타 수당이 있지만 그러한 부분이 월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연봉은 호봉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한다. 같은 급수라도 공직생활을 오래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월급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고위공직자인 청와대 참모진들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일하는 대가로 제법 많은 녹봉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은 억대 연봉자들이며 비서관들도 억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박봉’ 때문에 유혹에 빠진다는 얘기는 근거가 없는 셈이다. 정치권 일부에선 과거 인사들의 경우 그들의 씀씀이와 이권에 개입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하는 경향이 유혹에 빠지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한다.
몇 년 뒤 MB정권의 대통령실 참모진들도 과거 정권 인사들처럼 또 줄줄이 검찰에 불려갈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국민들은 이번 ‘박연차 사건’을 계기로 부패사슬이 완전히 끊어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