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변호사는 KTV의 유튜버 고소 사건에서도 KTV 측 고소대리인으로 나섰다. 다만 그가 대통령실에 재직하며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문제로 떠올랐다. 현행법은 변호사의 '공무원이나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은 수임을 못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2024년 9월 6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관련,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나온 김 여사 측 법률대리인 최지우 변호사(가운데).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1210/1733799695005681.jpg)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는 2023년 12월 유튜버들을 고소했다. 해당 유튜버들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비판하거나 풍자한 콘텐츠를 자주 제작해왔다. 이 과정에서 KTV 자료화면을 일부 활용했다. KTV는 저작권법 위반 등을 고소 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KTV의 고소는 정부 비판 유튜버를 향한 압박이란 의혹으로 이어졌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TV로부터 제출받은 문건에 따르면, KTV는 법적 대응과 함께 '채널 폐쇄'도 추진했다. KTV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간인을 고소한 사례는 1995년 개국 후 이번이 처음이다.
사안이 공론화하자 KTV 측은 올 7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서 해명에 나섰다. 이은우 KTV 원장은 "모니터링을 하다 저작권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을 뿐"이라며 "단순 자료 사용이긴 하지만 심각한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피소된 유튜버들은 혐의를 부인한다. 온라인에 이미 널리 퍼진 자료들을 활용했고, 여기에 KTV 자료도 포함됐을 뿐이라며 정부 조치가 악의적이라고 지적한다. 고소당한 한 유튜버는 "KTV로부터 삭제 통지받은 영상 대부분이 윤 대통령보다는 김 여사 관련 콘텐츠였다"며 "김 여사 풍자에 심기가 불편했던 듯하다"고 추측했다.
이들이 KTV 고소 배경을 김 여사와 연관 짓는 이유는 또 있다. KTV가 김 여사 관련 콘텐츠를 가장 많이 올린 유튜버를 상대로 한 고소 법률대리인으로 최지우 변호사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네거티브 대응팀장'을 맡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2023년 9월까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최근에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변호를 맡았다.
![KTV로부터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피소된 한 유튜버는 김건희 여사를 풍자·비판하는 콘텐츠를 주로 게재해 왔다. 사진=A 유튜브 채널 갈무리](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1210/1733799792745331.jpg)
문제는 최 변호사의 KTV 고소대리 행위가 변호사법에 적법한지다. 현행 변호사법이 '공무원·조정위원 등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은 수임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만약 최 변호사가 대통령실 행정관 시절 KTV의 유튜버 고소 사건을 취급했다면, 이 사건을 수임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피소된 한 유튜버의 요청에 따라 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논란은 올 10월 1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임시회의가 계기가 됐다. 이날 최 변호사와 하종대 전 KTV 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 증언들을 정리해보면 최 변호사가 대통령실 행정관 시절부터 KTV의 유튜버 고소사건에 일부 관여한 정황이 엿보인다.
예컨대 최 변호사는 KTV가 고소 등을 계획한 단계부터 법률적 조언을 해줬다고 증언했다. 아래는 최 변호사의 국회 증언 일부다.
이게 공공저작물이 아니고 풀단(공동취재단) 영상이라 해서 2023년 7월에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서 이 풀단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하니까 이것에 대해 조치를 취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요청을 했습니다, 대외협력비서관실에. 그래서 그 대외협력비서관실에서 검토를 했더니 이것은 저작권자가 조치를 해야 되고 풀단의 일원인 KTV가 조치를 하는 게 낫겠다 해서 KTV에 통보를 했습니다. 그래서 실무자들끼리 소통을 했었고요. 여기에는 홍보기획비서관실로 되어 있는데 저는 법률비서관실 소속이었고 저는 그냥 그 업무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고 법률적인 조언만 했습니다. 그래 가지고 그 KTV 실무자들이 저한테도 좀 묻고 이랬었어요.최 변호사는 관련 사안을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는 이어 "영상기자단이 자료를 무단 사용하는 유튜버들을 저희한테 통보를 해줬다"며 "처음에 A 채널은 아예 원본 유출 의혹이 있어서 그것부터 시작했고, B 채널과 C 채널, 그 다음으로 이번에 고소하게 된 채널까지 오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을 관두고 한 달여 지난 2023년 10월 25일 KTV에 직접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하종대 당시 KTV 원장 및 실무진 3명과 만남을 가졌다. 그 후 5일 지난 10월 30일 KTV는 유튜버 고소사건 변호사수임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어 나흘 지난 11월 3일 최 변호사는 KTV와 법률대리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문체위 임시회의에서 하 전 원장은 양문석 민주당 의원의 '최 변호사와 만난 이유' 등 질의에 "인사차 만났을 뿐"이라며 "고소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아래는 하 전 원장의 증언 일부다.
양문석 의원: 인사차 최지우 변호사가 왔는데 왜 직원들을 불렀지요?최 변호사의 경우 '만남 배경'에 대해 "인사드리러 간 것도 있고, 실질적으로 그 전에 저희가 법적으로 조언해준 게 있었다"고 거듭 답했다.
하종대 전 KTV 원장: 예?
양 위원: 인사차 최지우 변호사가 왔는데, 변호사 2명이 있는데 왜 직원을 불렀어요?
하 전 원장: 관련된 얘기를 했기 때문에……
양 위원: 관련된 이야기가 뭐예요?
하 전 원장: 이러이런 얘기가 있다더라, 그래서 제가 불렀습니다.
(중략)
양 의원: 갑자기 최지우 변호사하고 증인하고 이야기하다가 실무진 3명을 불렀어요.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이런저런 이야기의 내용이 뭐예요?
하 전 원장: 그 구체적인 이런저런 얘기까지 다 기억할 수 없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지우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 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1210/1733799854260589.jpg)
최 변호사의 위법 가능성을 바라보는 법조계 시선은 엇갈린다. 관건은 최 변호사가 직접 증언한 대로, 그가 대통령실 행정관 시절 KTV 측에 '법률적 조언' 등을 제공한 행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또 최 변호사가 KTV의 고소 배경 등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점 등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지도 중요 대목이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변호사법 31조 1항 '공무원으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 수임 제한' 문구 해석에 달려 있다"며 "폭넓게 해석하면 위법 가능성 자체는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또 "31조 3항 '공직 퇴직 전 1년부터 퇴직까지 관여한 사건 퇴직 후 1년간 수임제한 규정'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31조 1항에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으로 명시한 지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KTV 사건은 최 변호사가 속했던 법률비서관실이 직제상 또는 업무분장상 '공식적으로' 담당했던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보기엔 불분명한 부분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변호사법 31조 1항의 모호한 문구는 법조계 안팎에서 자주 문제가 돼 왔다. 2015년 고영주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례가 한 예다. 고 전 이사장은 과거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김포대 임시이사 선임 안건을 다뤘는데, 임기 후 김포대 이사선임결정 취소 소송 대리인으로 나서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국회입법조사처는 "직무상 '취급'이란 해당 사건 관련 결정뿐 아니라 과정에 관여한 경우까지 널리 포섭하는 개념"이라며 고 전 이사장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서울변회는 "고 전 이사장이 사학분쟁위 때 다룬 사건과 임기 후 다른 사건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최 변호사 사안과 관련 서울변회 관계자는 "변호사 개인에 관한 징계 추진 여부 등은 협회 규정상 절대로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설명을 드리기가 곤란하다"며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최 변호사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국회 증언의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국회에서) 짧은 시간에 말도 길게 못하게 했다"면서 "법률적 조언은 대통령실을 관둔 이후에 해줬다는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 있을 때 제 휴대전화에는 KTV 관계자 누구도 저장돼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KTV와 수임 계약을 맺은 배경' 질문에는 "KTV 측에서 먼저 도와달라기에 방문해서 인사를 나눴고, 견적서를 내는 등 과정을 거쳐 사건을 수임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로선 굳이 세종시까지 내려가서 사건을 맡고 싶지 않았다"며 "수임료도 330만 원으로 크지 않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하 전 원장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물음에는 "대통령실 안에서는 캠프 출신끼리 친분이 더 두터운 편이고, 저는 캠프 출신인데 대외협력비서관실에서 저한테 문의를 해서 하 전 원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KTV 측은 '최 변호사 선임 이유' 등 질문에 "해당 당사자들이 지난 10월 국회에서 증언한 내용을 참고하라"고 답변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