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하며 ‘잘나가는’ 교회로 알려진 소망교회가 실상은 장로들 간의 내홍을 겪고 있다고 알려졌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2004년 김지철 담임목사가 곽선희 원로목사의 후임으로 부임한 이후 소망교회 장로 90여 명은 김 목사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양분돼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에 김 목사를 고소한 김 아무개 장로 등 21명은 그동안 김 목사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소망교회 내부에서는 ‘반대파’로 불려온 인사들이다.
반대파 장로들은 김 목사와 관련해서 목사 안수 문제부터 김 목사의 부인 문제, 부목사 문제, 당회 회의 문제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그중에서 이번에 검찰 고발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사안은 바로 ‘돈’ 문제다. 검찰에 따르면 반대파 장로들은 “김 목사가 교회의 돈을 횡령해 임의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목사가 집행 목적이 정해져 있는 자금을 교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곳에 썼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출한 소장에는 김 목사가 2003년 10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자신과 곽선희 원로목사의 연봉 명목으로 3억 300만여 원의 돈을 초과 지출했다고 돼있다. “김 목사가 부임하자마자 당회 회의도 거치지 않고 자신과 원로목사인 곽 목사의 연봉을 두 배가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또 이들은 “김 목사가 2007년 9월 강남노회의 총부회장 선거 당시 후보였던 강 아무개 씨에게 선거자금 명목으로 1000만여 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돈은 어려운 단체나 개척교회 등을 지원하기 위해 책정된 4억 5000만 원의 청원보조금 가운데 일부로, 선거자금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성격의 돈이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반대파 장로들은 김 목사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자신의 자녀 두 명에게 장학금을 지불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소망교회 규정에는 목회자 자녀의 경우 대학교까지만 등록금을 지원할 수 있게 돼있는데, 김 목사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자녀 두 명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등록금 1500만여 원을 지급했다”는 것이 반대파 장로들의 주장이다. ‘반대파’에 속해있는 B 장로는 “(반대파 장로들은) 이번 고소사건에 관련된 자료를 이미 확보해 놓았다”며 “조만간 검찰에 이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목사 지지파들은 이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지지파의 C 장로는 “반대파 장로들은 김 목사가 부임하던 때부터 김 목사와 관련된 각종 루머를 퍼트리며 음해해왔다”며 “이번 고소 건 역시 그들의 모함일 뿐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반대파에서 김 목사를 고소한 건만 15건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대파 장로들이 검찰에 고소한 사안에 대해서도 일일이 반박했다. 그는 “김 목사와 곽 목사에게 지급된 수당은 정상적인 보수”였으며 “총부회장 선거에서 후보자에게 선거자금을 지급한 것 역시 김 목사가 사용할 수 있는 교회 자금(7억여 원) 중에서 지출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자녀들의 장학금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지급됐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평생을 교회에서 봉사하는 분에게 그 정도 배려는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지파의 또 다른 장로는 김 목사가 당회장이 된 이후 교회의 재정 지출 내역이 훨씬 투명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곽 목사가 당회를 운영하던 시절에는 하다못해 교회의 공개적인 행사에서 지출된 내역도 영수증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누가 보더라도 과거보다 지출이 투명해진 상황인데 사소한 잘못을 갖고 비판과 고소를 남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장로들의 갈등에 대해 소망교회의 일반 신도들은 “볼썽사납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여 년간 이 교회를 다녔다는 이 아무개 권사는 단도직입적으로 “장로들이 소망교회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며 “이 일이 외부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 자체가 싫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대통령을 ‘배출’하면 교회 신도가 늘어났지만 우리 교회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장로들의 다툼이 신도들을 내쫓는 부분이 없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망교회 장로들이 갈등을 빚는 근본 원인에 대해선 다른 의견도 있었다. 이 교회의 분쟁을 장기간 취재해왔다는 기독교 관련 매체의 한 관계자는 “담임목사 승계문제가 갈등의 씨앗이 됐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그는 “곽요셉 목사(곽선희 원로 목사의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당시 곽 목사를 추종했던 사람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문제가 생길 때마다 딴지를 거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적으로 반대파 장로들도 김 목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김 목사가 곽 목사의 교회운영 스타일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맘에 안들고 눈에 자꾸 거슬리는 부분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반대파 장로들이 김 목사를 흔드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되는 부분을 슬기롭게 잘 해결하면 교회가 보다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작 이 사건의 당사자인 김 목사는 자신의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교회 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분쟁이 있을 때마다 김 목사는 철저히 침묵을 지켜왔다고 한다. 공식적인 해명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 또 김 목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목사는 기자가 2주간 수차례에 걸쳐 통화를 요구했지만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곽선희 목사도 연락이 닿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곽선희 목사 비서실에선 “현재 곽 목사님은 집회 때문에 해외에 나가있어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과연 소망교회의 분쟁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일부의 기대처럼 이번 분쟁을 잘 해결해 양측이 화합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진흙탕싸움으로 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