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정치똑바로특별위원장,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왼쪽부터)이 12일 KBS에서 열린 ‘정치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성태 의원은 “백화점식 인기영합형 내용”이라고 반발했고 박민식 의원도 ‘화장발 바꾸기’, ‘액세서리’ 등의 표현을 들며 반대했다. 김태흠 의원은 “출판기념회 금지도 위헌이고 회의 참석 안 했다고 세비 삭감한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의원들은 출판기념회 금지안에 대해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 의원, 교육감 등 공직에 출마하려는 사람들까지 혁신안에 포함되기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위원장이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혁신안 진정성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내용을 한번 봐라. 과연 보수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새로운 내용이 없고 비현실적인 것들이 많다. 국회의원 특권 포기에서 원외에 있는 본인은 책임질 일이 없지 않나. 결국 대권을 위해 본인의 존재감을 알리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일갈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당을 혁신했던 것과 혁신의 폭이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치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공천 혁신을 했을 때는 단순히 특권 포기가 아니라 공천 투명화에 힘쓰는 등 큰 틀에서 뜯어고쳤다”며 “국민들이 보수정당에 갖는 이미지는 음흉하다는 것인데 투명하게 시스템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 김문수 위원장은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러한 반발에도 전략적인 면에서 김 위원장의 혁신안이 야당의 아젠다를 선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평도 있다. 지난 1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정당정책토론회에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원혜영 정치혁신위원장, 정의당의 심상정 정치똑바로특별위원장,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가 나와 혁신 정책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야당은 여당의 혁신안에 “실천이 중요하다”고 비판했지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대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야당의 정세를 잘 아는 한 정치평론가는 김문수 위원장의 혁신안보다 야당의 혁신안을 우려했다.
“새누리당의 혁신안은 대부분 야당에서 주장하던 아젠다다. 문제는 야당이 제대로 된 혁신안을 내세우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지난 대선 때도 야당이 경제민주화 아젠다를 여당에 뺏기면서 불리해지지 않았나. 이대로 가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주로 초·재선으로 구성된 혁신위가 혁신위의 활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거물급 인사들이 이끄는 여당 혁신위에서 불체포 특권 같은 큰 아젠다들을 내놓은 반면 야당은 자잘한 아젠다들만 내놓고 있다. 또한 혁신안은 정치권의 핵심 이슈별로 묶어 연타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내용이 들쭉날쭉해 체계적이지 못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혁신위원회는 두 차례의 언론 브리핑을 통해 첫 번째는 비례대표 상향식 공천제를, 두 번째는 전당대회 룰에 대한 혁신안을 제시했다. 룰에 대한 혁신안 내용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 등 당의 선출직 공직자와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중앙당 및 시·도당 당직자가 캠프 참여 등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지원하는 것을 금지토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대 룰을 결정하는 전대준비위가 출범한 상황에서 혁신위가 내놓은 전대 룰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정치권이 혁신안으로 씨름하고 있는 동안 김문수 위원장은 유리한 입지를 가질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 소수파인 친이계 김문수 위원장에게 친박계가 제동을 걸면 걸수록 ‘혁신하지 않는’ 당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최대한 중재하면서도 김문수 위원장의 혁신안을 빠르게 수용하려는 스탠스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 연수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전체가 (혁신안에) 반대하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부 여론조사를 해보니 거의 찬성이다. 김 위원장 체제에서 만든 안 모두 당론으로 채택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내 반발을 고려해 가장 논란이 됐던 국회의원 세비 부분과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조항은 토론을 통해 수정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의 평론가는 “새누리당이 혁신안을 따르지 않을수록 이와 각을 세우는 김 위원장은 혁신적 이미지로 부각될 수 있다. 또한 야당이 혁신안 아젠다를 여당에게 선점당할 경우에도 김 위원장이 유리하게 된다”며 “다만 여당의 혁신안이 구호성에 그치면 안 된다. 실천을 해야만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경우 기득권 포기뿐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 개혁 등 다음 개혁안들을 내놔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