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서울메트로 측은 총 사업비로 300억 원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지하철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모두 가동할 경우 연간 6400만k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해 76억 7200만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약 4년 내에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서울메트로의 신사업계획을 ‘엉터리’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마치 ‘봉이 김선달’을 방불케하는 이 획기적인 아이템에 가장 먼저 ‘딴죽’을 건 것은 일부 공학도들이었다. 이들은 “만들어내는 전력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고 주장하며 “서울메트로가 추진하겠다는 사업은 과학의 기본지식도 없는 이들이 고안한 엉터리”라고 들고 일어났다.
이 와중에 일각에서는 서울메트로의 협력업체로 지정된 아하에너지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하에너지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발전 계획의 실효성이 아닌 회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회사 및 허현강 대표의 소개글 때문이었다. 인사말에서 허 대표는 “동양과학을 전공하고 수련하여 21세기 과학문명에 기여하고자 마하(음속개념)의 이론을 뛰어넘어 아하(광속개념) 이론으로 주식회사 아하에너지를 설립했다” “풍력발전기 부분에서 기존 발전기는 단방향식(서양적사고)이지만 당사는 양방향회전 풍력발전기를 발명하였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허 대표의 경력 등이 베일에 가려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과학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 또 임직원 8명에 불과한 아하에너지가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없는 거창한 조직으로 소개한 것을 지적하며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상상 이상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아하에너지 측은 2004년부터 획득했다는 수 건의 기술특허를 내세우며 “발전기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무조건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의 이러한 신사업에 대한 뉴스는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확인결과 다섯달이 경과한 현재 이 사업은 소리소문없이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메트로 신사업본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일단 시험을 해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려 했는데 결국 시험도 못하고 무산됐다”고 확인해줬다. 서울메트로와 아하에너지 측이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 무산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여론’의 영향 때문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사업의 타당성 문제는 차치하고 갖가지 루머와 의혹들이 난무하는 등 여론이 워낙 안 좋아서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당시에도 시험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접으려고 했던 것이지 확정된 사업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시도는 해볼 수 있는 것 같은데 무산돼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아하에너지와는 어떠한 계약도 맺은 적이 없기에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에 큰 기대를 걸었던 아하에너지 측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아하에너지 측은 공지를 통해 “당사의 목표는 풍력발전기의 효율을 증대시키자는 것인데 당사가 마치 기존 학계의 원칙을 무시한 과학계의 이단아인 것처럼 매도되는 것이 가슴아프다”고 밝혔다. 또 사건 이후 근황에 대해서도 사측은 “여론의 극심한 비난에도 전남 영암군 태양광발전단지에 1kw용 풍력발전기를, 임진강 비룡대교에 10kw용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비교실험에 착수하는 등 기술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도 여론에 밀려 업무처리가 늦어지거나 거부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울메트로와의 사업 추진으로 때아닌 ‘폭격’을 맞은 아하에너지가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다는 사실이다. 아하에너지 측은 그간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 때문에 더 큰 불신을 샀다고 본 듯 당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바람을 파는 지하철’의 탄생은 한 여름밤의 꿈과 같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한동안 뉴스에 오르내리며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서울메트로의 신사업 소식이 잠잠해지자 일각에서는 “실체도 없는 사업에 낚일 뻔했던 서울메트로를 누리꾼들이 구해냈다” “그냥뒀더라면 서울메트로는 돈도 잃고 망신까지 톡톡히 당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판단은 아직 이른 것 같다. 아하에너지가 그간 개발, 획득한 특허기술은 분명 남다른 데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아하에너지에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