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바캉스가 시작되면서 피서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상사로 휴가를 망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
휴가철 콘도의 빈 객실만 찾아다니며 금품을 훔쳐온 간 큰 도둑이 붙잡혔다. 최근 양평의 한 콘도에서는 하루 사이에 600만 원어치의 금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콘도 CCTV 화면에 찍힌 범인은 객실 복도를 어슬렁거리던 30대 남성. 숙박객 행세를 한 이 남성은 객실 문고리를 흔들어 보고 문이 열리면 객실로 들어가 몇 분 안에 금품을 훔쳐 유유히 사라지곤 했다. 콘도 관계자는 수많은 투숙객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며 귀중품 등은 미리 카운터에 맡길 것을 당부하고 있다.
피서객들이 몰려있는 혼잡한 상황을 이용, 절도를 해온 일당도 검거됐다. 얼마 전 해운대경찰서에 입건된 B 씨(43) 일당. 해운대 일대에서 노숙을 하며 알고 지내던 이들 5명은 휴가철 피서객들을 상대로 새로운 범행 수법을 고안해냈다. 바로 쓰레기를 줍는 척하면서 피서객들에게 접근, 가방을 쓰레기 봉투에 넣는 수법이었다. 이들은 범행대상 파악, 피서객들 시선 유인, 훔치는 역할 등을 분담해 절도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대형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이들이 전문 절도단이라는 것을 사전에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추를 따던 피서객이 전기 울타리에 감전돼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13일 강릉의 한 고추밭에서 피서객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가 하면 전북 무주군의 한 하천에서는 천렵을 즐기던 60대 피서객이 고기를 잡기 위해 가져간 배터리에 자신이 감전되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휴가를 온 피서객과 현지인들 간에 불미스러운 일도 자주 발생한다. 시비가 붙는 원인은 소음과 취중난동, 쓰레기 투척, 과도한 애정행각, 바가지 상혼, 농작물 서리 등 다양하다.
얼마 전 강원도의 한 오지마을에서는 현지 농민과 피서객 간에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마을 주민 D 씨가 밭에서 ‘큰일’을 보던 피서객을 발견, 크게 호통을 친 것이 발단이었다. 휴가를 왔다가 화장실을 찾지 못해 급한 마음에 밭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피서객 E 씨는 “시골에서 그럴 수도 있지 어찌 그리 인심이 야박하냐”며 대들었고 D 씨는 “경작지에 ‘작은것’도 아니고 ‘큰 것’을 보면 어떡하냐. 우리가 당신들 X 치우는 사람이냐. 깨끗이 치우고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욕설과 주먹이 오가는 큰 싸움으로 이어졌고 이들의 싸움은 한참 후에서야 주위 사람들의 중재로 간신히 일단락됐다. D 씨는 “휴가철만 되면 몰려드는 피서객들이 밭에 들어가 마구 농작물을 따가는 것도 모자라 변을 보는 바람에 피해가 크다. 냄새는 그렇다쳐도 농작물에 인분이 잔뜩 묻어 있어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답답함을 토로. 뒤늦게 사정을 알게 된 E 씨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시비가 붙어 즐거운 휴가를 경찰서에서 보내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바닷가 근처의 통닭집에서 술자리를 즐기던 청년들이 지나가던 동네 청년의 옷차림을 두고 “딱 시골 양아치 스타일”이라는 말을 했다가 시비가 붙었고, 사투리를 비하하면서 흉내내던 휴가객도 주민과 다투다 경찰서까지 가는 홍역을 치렀다. 그런가 하면 지방 나이트클럽에 놀러갔다가 “역시 촌이라 물이 안좋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비아냥거렸다가 시비가 붙어 끝내 경찰서까지 가는 등 황당한 사건들도 줄을 이었다.
지난해에는 민박집 뒷산에 있던 수천만 원짜리 산삼을 모르고 먹었다가 입건된 피서객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피서를 와서 민박집에 묵고 있던 F 씨(33)는 술을 마신 후 민박집 뒷산에 올랐다가 재배 중인 장뇌삼 수십 뿌리를 보고 이 중 가장 큰 뿌리 하나를 뽑아 먹었다. 그러나 이것은 장뇌삼이 아니라 감정가만 5000만 원이 넘는 150년생 산삼이었다. F 씨는 “그렇게 귀한 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하루아침에 판매예약된 산삼을 잃어버린 민박집 주인은 허탈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산삼의 가격이 5000만 원이 넘지만 F 씨의 마음이 착하고 산삼의 임자라고 생각해 2500만 원에 합의하고 선처를 호소했다”는 후문.
술 때문에 졸지에 ‘성추행범’으로 몰려 입건된 남자도 있다.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동해의 한 해수욕장을 찾은 G 씨는 텐트를 치기가 무섭게 술판을 벌였다. 낮부터 ‘부어라 마셔라’를 외치며 술을 마시던 G 씨는 결국 거나하게 취해버렸다. 결국 그는 먼저 술자리를 접고 부인이 있는 텐트로 향했다. 술기운의 힘을 빌려 G 씨는 모처럼 부인과의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과감한 스킨십을 시도했다. 그때였다. 텐트 안에서 한 젊은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이 여성은 술취한 중년 아저씨가 더듬자 기겁했던 것. 이 여성은 결국 G 씨를 성추행범으로 신고했다. 만취상태로 경찰에 끌려간 G 씨는 “술에 취해 텐트를 잘못 찾았다. 정말 마누라인 줄 알았다”며 선처를 호소.
인명구조와 관련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자정이 넘은 시각 ‘만취상태로 바다에 뛰어든 친구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해 해경은 야밤에 경비함정 3척과 소방대원, 군인, 민간자율구조대원 등 50여 명을 동원해 해상에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약 한 시간 후 바다에서 실종됐다던 H 양과 I 군이 저편에서 유유히 걸어오는 게 아닌가. 조사결과 이들은 경포호수를 거닐며 유유자적 데이트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