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미디어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기 전날인 21일 서울 국회앞에서 언론노조가 ‘언론악법 폐기’ 집회를 가졌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미디어법. 법안이 시행되면 대체 어떤 효과를 가져오기에 여당은 재투표까지 강행하며 통과시키고, 민주당은 의원직 총사퇴까지 거론하며 반대하는 것일까.
여당과 야당은 상반된 주장과 논거만 내놓고 있고 신문과 방송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들 위주로 보도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은 법이 통과된 지금에도 미디어법에 관련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신문과 방송, 방송과 기업 등이 이해관계에 따라 ‘짝짓기’를 하는 이른바 ‘미디어 빅뱅’이 눈앞의 현실로 왔다는 점이다. 미디어 관련법의 핵심 쟁점에 대해 짚어봤다.
이번 미디어법의 핵심은 신문과 대기업들에게 방송산업 진출 기회가 열렸다는 점이다. 그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 거대 신문들이 일부 케이블 방송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시청률은 극히 낮았다. 하지만 방송법 개정으로 이들 신문과 대기업은 시청률이 월등히 높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신문과 동일하게 대기업의 방송 참여 길도 열렸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신문과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 1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됐다(경영권 행사는 2012년 말까지 유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신문과 대기업의 지분 소유도 모두 30%까지 허용했다. 만약 한 신문사나 대기업이 최대 수치인 30%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이는 곧 경영권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먼저 신문사의 방송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다. 방송법은 신문시장 구독률 20% 이상의 신문사는 방송 참여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빅3’로 꼽히는 조선, 중앙, 동아 중 구독률이 20%가 넘는 신문사는 하나도 없다. 결국 모든 신문의 방송 참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앙일보>다. 중앙은 오래 전부터 종합 미디어 그룹을 꿈꾸며 일간지 가운데 가장 많은 케이블채널과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해왔다.
<동아일보>는 자사의 종편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외국자본의 제안을 받고 수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도 방송 진출을 타진해왔지만 최근 들어 미묘하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특히 방상훈 사장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을 안 하면 서서히 망하지만 방송을 하면 빨리 망한다’는 식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종편채널 진출에 대한 뜻만큼은 저버리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신문사의 지상파 지분 소유 비율을 10%로 하향조정한 것도 <조선일보>의 이 같은 뜻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도 종편 진출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데다 장대환 회장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등 경제지의 경우 각각 현재 자회사로 운영해온 한경TV, 서울경제TV(SENTV), MTN을 보도전문채널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의욕과는 달리 방송진출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종편채널의 경우 초기 투자금만 3000억∼6000억 원, 연간 운영자금은 4000억∼5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최소 3∼5년간 적자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돈을 들여서 방송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기존 방송채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이미 지상파에서는 3개사가, 보도전문채널에서는 2개사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초기 투자 금액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고 이는 모기업인 신문사의 경영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대기업들의 방송 시장 진출도 조심스럽다. 대기업은 자본은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뜩이나 방송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삼성, 현대차, LG 등이 쉽사리 모험에 뛰어들 가능성은 많지 않다.
실제로 몇몇 기업들은 ‘우리는 방송 시장’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케이블방송 등을 통해 나름대로 ‘내공’을 쌓아온 기업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대표적인 기업이 KT, SK, CJ, 롯데, 현대백화점 등이다. 이들은 내부적으로는 신규 방송사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외부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가뜩이나 ‘재벌의 방송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서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역풍을 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기업은 이미 케이블 TV나 인터넷 TV 사업을 하는 등 방송에 발을 담갔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할 경우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자본, 기업 입장에서는 콘텐츠 부족 등의 문제가 거론되면서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 나오는 게 신문과 대기업의 ‘짝짓기’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일부 기업들에게 ‘모 신문사와 손을 잡고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식의 제안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미디어법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 측의 제안에 대해서 신문사들은 환영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재 방송시장 진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신문사들이 대부분 보수 일색의 신문이어서 이들과 손을 잡을 경우 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적인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