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룻밤에 수백만 원씩 지불한 일명 ‘명품 성매매’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 ||
7월 27일 서대문 경찰서는 속칭 ‘얼짱’으로 불리는 A급 여성들을 동원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김 아무개 씨(37)를 구속하고 운송책 강 아무개 씨(33)와 성매매 여성, 성매수 남성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1월 강남에 사무실을 차린 김 씨 등은 체계적인 성매매 영업을 위해 구직 사이트에 ‘외모가 출중한 20대 여성을 찾는다’는 광고를 냈다. 그리고 이를 보고 찾아온 여성들을 상대로 엄격한 면접을 거쳐 미모의 여성 6명을 고용했다. 여성들은 하나같이 한눈에 띌 만큼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들이었는데 강남의 ‘텐프로’ 출신은 물론 화려한 생활을 열망하는 여대생,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에 실패한 ‘백조’ 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김 씨 등은 이 여성들을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연예인 지망생’ ‘모델’ ‘명문 여대생’ 등으로 홍보해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들이 영업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고급화’. 한 번의 관계에 ‘화대’로만 최소 100만~20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일명 ‘명품 성매매’였다. 또 하루 데이트를 즐기는 데도 추가 금액이 붙었다.
하지만 남성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남성들은 ‘명품 만남’의 덫에 하나둘 걸려들었다. 김 씨 등은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과 거래가 성사되면 여성들을 약속장소로 데리고 갔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지방 원정도 수시로 이뤄졌다. 이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났지만 주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특급호텔로 이동했다. 김 씨 등은 단속에 대비해 사무실을 두 달 간격으로 옮기면서 영업을 해왔으며 철저한 신분보장을 강조하며 성매수 남성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또 인터넷상에서 은밀하게 유포되고 있는 ‘성매수 단골남성’ 리스트를 100만 원을 주고 입수, 영업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명단에는 성매수를 한 적이 있는 남성들의 신상은 물론 당시 지불했던 화대와 매너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성매수 남성들의 직업은 다양했다. 월수입만 수천만 원이라 밝힌 개인 사업자부터 기업의 중견 간부, 업체 대표, 엘리트 연구원 등 소위 사회에서 잘나가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A급 외모의 여성들인 만큼 화대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일반적인 성매매 화대의 10배가 넘는 금액이었지만 주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외모를 지닌 여성과 잠자리를 갖기 위해 남성들은 고액의 화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김 씨 등은 채팅을 하면서 상대 남성의 ‘수준’에 따라 화대를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의 차종이나 직업, 연봉 등을 물어본 뒤 능력에 따라 화대를 결정했다는 것.
한 중견건설회사 간부는 한 차례 성관계를 갖는 데 500만 원을 선뜻 건넸다. 1회에 200만 원, 3회에 1000만 원이 넘는 화대를 군소리없이 지불한 남성들도 있었다. ‘만나보고 결정하겠다’던 남성들도 일단 만난 뒤에는 여성들의 외모에 끌려 고액을 지불하고도 성매매를 했으며 일부 성매매 여성들은 약속한 화대 외에 추가로 ‘웃돈’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선책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연예인급’이라고 말하면 관심을 보였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의 여자면 돈에 대한 부분은 얼마든지 지원하겠다면서 최소 100만 원부터 책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애인으로 지내는 조건으로 한 달 생활비를 지원하겠다는 남성들도 있었다”고 했다. 성매수 혐의로 입건된 A 씨는 “일단 여자들이 홀딱 넘어갈 만큼 예쁘다. 만나면 성매매를 안 할 수 없게끔 만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매수 남성 B 씨는 “연예인급 여성과 즐긴다는 우월감도 있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내 맘대로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만족이랄까. 그 유혹이 치명적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식으로 명품 성매매의 마수에 걸려든 남성들만도 150여 명. 김 씨 등이 6개월여 만에 챙긴 돈은 무려 8000만 원이 넘었다.
조사결과 성매수 남성들은 ‘모델급’ ‘연예인급’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아무 거리낌없이 거액의 화대를 지불했으며 일부는 미모의 여성들과의 만남을 주변에 과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