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저작권도 보호해야 되나요?
일단 경찰은 C 사가 법무법인을 통해 동영상 유포자를 고소한 사건들 중 일부에 대해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이 금지된 데다 학술적·예술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저작권’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사상 최초 포르노업체의 한국 네티즌 고소 사건의 막후를 들여다봤다.
세계 최대의 포르노 제작사인 미국의 V 사, 일본의 X 사 등을 포함한 50여 업체가 최근 자사의 영상물을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해 상업적으로 판매,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한국 네티즌을 고소했다. 이들 업체는 국내의 파일 공유 사이트 등을 감시하며 자사의 영상물을 네티즌에게 돈을 받고 넘긴 상업적 ‘헤비 업로더’의 자료를 확보해 ID 1만 개를 추려낸 후 경찰에 고소했다. 단순히 동영상을 내려 받은 네티즌은 이번 고소 범위에서 제외됐다.
업체들의 저작권을 위탁받은 C 사는 피고소인 수가 많은 점을 고려해 ‘헤비 업로더’들이 주로 활동하는 국내 유명 웹하드 업체 P 사 등 101개 업체를 파악해 이들 사무실이 다수 위치한 서울 서초ㆍ용산ㆍ마포경찰서, 경기지역 경찰서 등 10곳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 경찰은 C 사의 고소에 난감해하고 있다. 1만 개의 ID를 모두 조사해야 해 경찰력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14일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가 C 사의 고소사건 중 일부를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해당 경찰서는 포르노가 학술적·예술적 가치도 없고, 국내 유통 자체가 불법인 까닭에 저작권법상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각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서도 이를 전례로 삼아 각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C 사의 고소 건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 간 저작권 상호주의가 적용되는 데다 C 사가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 유권해석’을 받아놓은 상태라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C 사를 대리하고 있는 H 법무법인은 “전 세계 성인물 제작업체들이 인터넷 불법다운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돼 80%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며 “불법 다운로드로 성인물 제작업체들이 도산위기에 처해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인터넷 시장조사를 한 결과 한국·유럽·중국 등지에 불법 이용자를 발견했으며 업체 생존을 위해 마지막 타개책으로 소송을 하게 됐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H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많게는 한 ‘헤비 업로더’가 한 달에 2000만∼3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보이며 정확한 피해액을 집계하고 있다”며 “불법 업로드를 방조한 책임을 물어 다운로드 사이트를 운영하는 국내 업체 80여 곳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 사는 피고소인이 미성년자로 밝혀지면 청소년 선도 차원에서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다. H 법무법인은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으로 성인용 영상물이 유통된 자료를 10만 건 정도 확보해 이를 사이트에 올린 네티즌을 추가로 고소할 예정이어서 피고소인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국내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유통이 금지된 음란물이 과연 저작권법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법상 포르노 유통과 판매는 불법이어서 이들 성인용 영상물에 대해 제작자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최근 일선 경찰서의 C 사 고소 건에 대한 ‘각하 의견’도 이 같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C 사가 문제 삼은 영상물은 성행위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등 노출 수위가 매우 높은 음란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H 법무법인 변호사는 “한국과 미국은 조약과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의 상호주의가 적용돼 비록 한국에서 유통이 금지된 음란물이라도 미국에서 저작권이 인정된다면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포르노 제작업체가 한국에서 영업행위를 할 수는 없지만 저작권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도 “자국에선 엄연히 합법적 사업자들인 만큼 이들이 원한다면 음란물일지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몇몇 법조인 역시 “성인용 영상물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음란성 여부를 개별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며 “설사 법률상 음란성이 인정되어서 불법적인 것으로 된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자라고 할 수 있는 성인용 영상물 제작업체의 동의 없이 함부로 영상물을 유포한 데 대한 책임이 발생하므로 충분히 형사 고발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저작권 전문 변호사는 “내용이 외설적이라도 사상과 감정이 표현된 저작물에 한해서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게 다수설”이라며 “유통 자체가 불법인 노골적인 포르노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법조인도 “권리란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국내법상 음란물로 분류되는 동영상은 저작권을 보호받기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법조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는 만큼 향후 송사 과정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국내 네티즌들을 고소한 포르노 업체들은 약 2년 전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인터넷 이용자 시장조사를 진행해 현재 유럽 및 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은 해당 영상물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경유지 역할을 하고 있어 해당 업체들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C 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금전적인 합의가 이뤄지거나 국가적인 재발 방지가 약속된다면 고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당수 네티즌들은 “애초에 유통이 금지된 불법 음란물을 만든 업체가 단순히 합의금만 노린 소송이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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