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몽정기2> | ||
관음을 강요당한 A의 이야기. 남편과의 섹스에 재미를 못 느끼는 A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섹스를 원하는 남편 B가 부담스러웠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B는 밤마다 A에게 치근덕거렸고, A는 B와의 섹스를 피하기 위해 “오늘은 피곤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날도 A는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돼”라며 가슴을 애무하는 B를 물리쳤다. 그러자 B 왈, “안 해줄 거면, 내가 하는 거라도 봐줘”라고 했다나. A가 보는 앞에서 마스터베이션을 했던 것. A가 시선을 피하려고 하자, “그것도 못 해주냐”라고 불만을 터트렸고, A는 어쩔 수 없이 B가 사정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A가 섹스를 더 싫어하게 된 것. A는 “섹스하는 게 싫으니 B가 그렇게라도 만족이 된다면 해줘야지. 그런데 나는 B의 마음이 잘 이해가 안 되더라. 아니, 자기가 무슨 바바리맨이야? 내가 보는 것만으로 흥분이 느껴지나? 나는 B의 마스터베이션을 보는 게 고문이야”라고 말했다.
B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똑같은 상대와 똑같은 패턴의 섹스는 지루해지기 마련. 더구나 결혼 10년차의 부부가 섹스 트러블로 고생하다 보면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 만하다. 섹스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기 위해서 관음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후배 C는 남자친구에게 자위를 제안받았다. C는 섹스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대담녀’였다. 자위하는 여자친구를 보면서 흥분하는 남자도 많지만, 남자 앞에서 자위를 하면서 노출의 즐거움을 느끼는 여자도 있는데, C가 바로 그런 여자였던 것.
C는 “여성상위에서 자위하기가 가장 쉽지. 한 손으로는 가슴을 만지고, 한 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자극할 수 있으니까. 남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상태에서 대담한 행동을 할 때 스스로 느껴지는 자신감 같은 게 있어. 온몸으로 ‘나처럼 섹시한 여자 본 적 있어?’라는 것을 표현한다고 할까. 그가 내 자위에 더욱 흥분한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C 같은 여자를 만나게 되면 관음과 노출도 충분히 즐거운 놀이가 된다. 그런데 만약 B와 C가 만났다면? C 역시 B와의 섹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않았을까.
사실 B의 잘못은 A에게 관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B 혼자서만 노출을 즐겼다는 것이다. B는 A의 만족과 상관없이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 데 급급하지 않았나. 아무리 노출과 관음에 재미를 느끼는 C라도 B의 원맨쇼에 즐거울 리 만무하다. B는 마스터베이션 쇼를 하면서 만족을 느끼기 이전에 A가 마스터베이션 쇼를 보면서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신경 쓰고, A와 함께 섹스를 즐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어야 했다.
물론 모색의 방법은 다양하다. 내가 아는 한 커플은 섹스 사진 촬영을 하면서 서로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를 마련했다. 키스-애무-삽입의 셀카 사진을 찍으면서 서로가 상대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서는지를 사진으로 보았던 것.
여자는 “그가 사진을 찍자고 했을 때는 조금 부끄럽고 어색했는데, 막상 사진을 찍고 보니 재미있었어. 무엇보다 그가 섹스에 대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항상 노력한다는 것이 고마워”라고 말했다. 얌전해 보이는 그녀는 알고 보니 C 타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A 타입의 여자라면 섹스 사진 촬영도 질색할지 모른다. 나 역시 키스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내가 그를 졸라 찍은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사진이 나온 후에 나는 경악했다. 유두를 훤히 드러낸 채 키스를 하는 내 모습이 마치 AV 스틸샷 같았던 것. 나는 의외로 A 타입의 여자였던 것이다. 만약 그가 키스 스틸로 충격 받은 나에게 섹스 비디오를 촬영하자고 했다면? 나는 그를 변태 취급했을지도 모른다.
여자가 섹스를 거부할수록 남자는 여자의 섹스 판타지를 자극해야 한다. 오래된 연인 사이에, 부부 사이에 갑자기 대담한 섹스 또는 낭만적인 섹스 운운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남자들이여, 섹스리스를 극복하는 길은 여자에게 섹스의 재미를 새삼스럽게 일깨우는 길 뿐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