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년 된 K 씨와 J 씨 커플. 성격이 차분한 K 씨에 비해 아내인 J 씨는 좀 사치스럽고 충동적인 편이다. K 씨는 아내가 가끔 괜한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아 서운할 때가 있다. 특히 아내가 이벤트를 너무 좋아하는 것 때문에 종종 갈등이 불거진다.
아내의 주요 레퍼토리는 “누구는 카페를 통째로 빌려 프러포즈 했다더라”, “누구는 결혼 선물로 수백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사줬다더라.” 친구 커플들 얘기다. K 씨는 고민해서 고른 반지와 정성껏 쓴 편지를 아내에게 주면서 프러포즈를 했다. 아내는 요즘도 가끔 “프러포즈할 때 꽃을 못 받은 사람은 나 혼자일 것”이라며 투정을 부린다. 그 얘기를 듣는 K 씨는 반성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아내에 대한 섭섭함을 지울 수가 없다.
몇 달 전에도 아내는 “결혼 100일을 그냥 넘겼다”면서 K 씨에게 화를 냈다. K 씨는 직장생활에 찌들어 사는 상황에서 ‘연애 100일’도 아닌 ‘결혼 100일’까지 챙겨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나름대로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사는데, 아내는 허황된 생각으로 자신을 형편없고 능력 없는 남자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자신이 아내 말처럼 무심한 건지, 아내가 철이 없는 건지….
♥ 아내 생각 “작은 이벤트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모르는 그가 섭섭하다”
J 씨 생각은 남편 K 씨와 좀 다르다. 이벤트를 거창하게 한다면 거기 드는 돈이 아깝겠지만, 정성만 있으면 얼마든지 부담 없는 이벤트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성의의 문제’라는 것이다. 남편은 “시들면 버릴 꽃다발을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타박하지만 막상 받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어쩌랴.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행복함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남편에게 서운하기만 하다.
남편은 “왜 나의 사랑을 선물이나 이벤트로 확인하려 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무뚝뚝한 남편의 표현이란 것이 J 씨 입장에선 뻔하다. 설레거나 들뜨지 않는 애정표현은 그저 공허할 뿐이다. 가끔은 남편이 의무적으로 자신을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선물을 주느냐 마느냐보다 아내를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는 남편의 마음이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결혼 100일 같은 것을 어떻게 일일이 따지느냐”는 게 남편 입장이지만, 인터넷에 보면 기념일 계산해주는 사이트도 많다. 그건 그만큼 기념일 챙기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라는 게 아내의 생각이다.
♥ 이벤트, 의무라고 생각하면 힘들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아쉬운 법
남편 말도 맞고, 아내 말도 맞다. 이벤트는 때론 필요하기도 하지만 너무 과하면 없느니만 못한 것이기도 하다. 남성들은 이벤트니 선물이니 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는 데 비해 여성들은 자신을 사랑한다면 이벤트는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생각의 차이는 남녀 특성상 당연한 것이다. 의무라고 생각하면 힘들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아쉬운 법이다.
이벤트를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연애와 결혼생활의 활력소 정도로 받아들이고 서로 부담을 안 느끼는 선에서 즐기면 어떨까.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상대가 이벤트에 목을 맨다면 그건 화를 낼 일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상대가 “그까짓 이벤트…” 하면 그것 역시 화를 낼 일이 아니라 자기 사랑을 이벤트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자.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