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순정만화> | ||
박훈희 칼럼니스트
여자들 사이에서 ‘사만다’라 불리는 섹스퀸 A의 고백. “난 2박3일 동안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피자 시켜먹으면서 섹스한 적이 있어.” “나도 밤새 잠 한숨 안 자고 섹스한 적이 있는데. 누워서, 앉아서, 서서, 뒤로, 앞으로, 옆으로, 욕실에서, 침대에서, 암튼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체위를 다해보고, 음담패설을 하면서 서로의 성감대를 찾아 헤맸네. 콘돔 한 통을 거의 다 썼던 거 같아. 모닝 섹스는 결국 질외사정으로 끝냈지.” “난 성욕은 들끓는데 남자친구가 없었을 때, 후배에게 돈 주고 섹스한 적 있잖아” 등등 잊을 수 없었던 섹스 에피소드가 오가는 중이었는데, A의 섹스담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에게 테크닉을 가르친 남자와의 섹스가 가장 기억에 남아”라는 것. A가 남자에게 섹스를 배웠다고?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A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그녀는 섹스 칼럼니스트인 나에게도 카운슬링을 해줄 만큼 섹스에 도통한, 그야말로 달인이었다. 나에게 오럴 섹스를 할 때 페니스를 입 안에 깊이 넣는 것보다 강약을 조절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해준 것도 A였고, 남자가 삽입한 후 그를 조이기 위해서 다리를 조여주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다리를 활짝 열어서 시각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가르쳐준 것도, 진짜 남자를 기분좋게 하려면 다이어트를 해서 S라인 몸매를 만드는 것보다 보디로션으로 피부 촉감을 매끄럽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한 이도 A였다. 그런데 내 섹스 과외 선생격인 A가 지금 ‘섹스를 가르쳐준 남자’가 있었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A가 태생적으로 방중술을 타고난 섹스퀸이라고 오해했었는데 말이다.
A에 따르면, 원래 그녀는 섹스에 서투른 쑥맥이었고, 아무리 좋아하는 남자가 섹스를 제안해도 일단 거절하는 여자였다. 그때 A는 “내가 섹스를 너무 못해서 그가 도망가면 어떻게 해. 어느 정도 감정이 무르익은 다음에 섹스를 하면 내가 좀 서툴러도 이해해줄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던가. 그렇게 섹스를 부담스러워 했던 A가 섹스의 달인이 된 것은 카사노바 B 덕분이었다. A는 “섹스를 잘하려면 상대만 잘 만나면 돼”라며 슬며시 웃었다. 속궁합 얘기가 아니었다. “내가 하도 버벅대니까 B가 ‘내가 가르쳐줄게’라고 하더니, 정말로 제대로 애무하는 법부터 오럴 섹스할 때의 혀놀림, 여성 상위에서 피스톤하는 테크닉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거야. 처음에는 좀 부끄러웠는데 그래도 그가 가르쳐주는 대로 열심히 따라서 했지. 몇 개월 정도 그를 따라하다 보니, 그가 나에게 무언가 요구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내가 애무할 때마다 흥분하는 거야. 그때부터 나 스스로도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그가 내 은인이지”라고 말했다. A는 B에게 섹스를 배운 후 테크닉뿐 아니라 자신감까지 얻게 된 것이었다.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남자연수를 하고 돌아온 친구 C도 A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뉴욕에서 동거한 남자에게 애무하는 법을 배웠어. 남자들이 이기적인 섹스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여자도 이기적인 섹스를 하잖아. 특히 남자의 애무는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여자는 남자에게 애무를 거의 해주지 않지. 나도 애무를 잘 안했는데, 사실은 어떻게 애무해야 할지 잘 몰라서 부담스러워서 시도조차 안한 적이 많아. 그런데 그는 애무를 좋아하는 남자였던 거야. 내가 애무를 잘 못하고 당황하니까 천천히 가르쳐주더라고. 여자의 애무는 대체로 약한 편이니까 남자가 느낄 수 있도록 좀 세게 해달라는 등, 손가락으로 패팅을 할 때에는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리는 것보다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는 것이 더 흥분된다는 등, 구체적으로 세세히 가르쳐줬어. 그를 만나기 전에 나는 여성상위 체위도 싫어했어. 내가 리드해야 하니까. 그런데 의자에 내려앉듯이 남자를 깔고 앉으면 안 된다, 엉덩이를 남자의 몸에서 살짝 뗀 상태에서 피스톤을 해라, 힘이 들면 차라리 잡아달라고 말해라 등등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지. 이제는 여성상위건, 애무건 두렵지가 않으니까 누구와 섹스를 하든 적극적으로 즐기게 되는 것 같아”라고 털어놓았다.
섹스도 학습이다. 처음부터 섹스를 잘하는 남자, 여자가 어디 있나. 사랑하는 남자든, 쿨한 섹스 파트너든 여자에게 섹스의 스킬을 가르쳐준 남자는 기억 속에 오래 남기 마련. 섹스의 스킬을 배우면서 섹스의 재미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내 주변을 보면, 부끄러움이 많은 소녀형 여자일수록 섹스 횟수와 상관없이 테크닉이 형편없다. 그런데 그녀에게 애무 혹은 오럴 섹스 등 섹스 테크닉을 연습할 용기를 북돋워 주고 일정 기간 동안 마루타 역할을 해준다면? 섹스 트러블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