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영등포점 전경.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매각 이유와 방법, 그리고 유력 인수 후보가 거론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영국 테스코 본사가 이미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을 마쳤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는 등 최근 불거진 홈플러스 매각설은 이전과 달리 꽤 구체적이고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분식회계와 실적 부진 등으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된 영국 테스코가 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홈플러스를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다. 때맞춰 데이브 루이스 영국 테스코 회장이 지난 10월 28일 방한, 현안을 살펴본 것도 매각설에 힘을 보탰다.
루이스 회장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 유통업계 대표 오너들과 면담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문가들을 만났을지는 모르나 정 부회장이 루이스 회장을 만나지는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 역시 “정지선 회장이 루이스 회장을 만났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부인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기업은 홈플러스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면 7조 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두 기업은 모두 “만약 홈플러스가 매물로 나오더라도 인수할 뜻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말 매물로 나온다 해도 목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일부라면 모를까, 홈플러스를 전체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가 매물로 나오면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명색이 대형 유통업체면서도 대형마트와 편의점 부문에서 취약한 데다 백화점사업의 정체 현상에서 탈피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우리가 늘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인수할 뜻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김포와 송도 등의 프리미엄아울렛, 판교의 복합쇼핑몰, 온라인 사업 등 성장동력을 충분히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9월 현대백화점이 우선협상대상자였음에도 돌연 위니아만도 인수를 포기한 까닭이 홈플러스 인수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만도를 포기한 까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른 이유였다”며 “앞으로도 유통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M&A를 계속 추진할 테지만 홈플러스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