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표 씨가 10일 서울 광화문 동아면세점 앞에서 ‘세종시 건설안 반대’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유신체제와 군부독재에 대항해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재야인사들 중 일부는 이런 장 대표의 고집을 꺾어보려는 시도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재야출신, 진보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균형’이라는 한마디에 깊이 생각도 안 해보고 찬성에 나서느냐”고 반문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장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비합리적인 계획”이라며 반대 이유를 분명히 하고 있다. 충청권의 표심을 얻기 위해 내세운 공약을 현 정권에서 다시 반대와 찬성을 넘나들며 어설프게 이어나가고 있다는 논리다.
장 대표는 세종시 건설안의 가장 핵심적인 ‘국토의 균형발전’ 자체도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그는 “세종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45조 원”이라며 “이것은 또 다른 지역의 불균형을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차라리 비용을 16개 시·도 가운데 수도권을 빼고 나머지 지역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 정책이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또 현재 정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이원수도 이전 방향, 즉 대통령실 소속 6개 부처와 국무총리실 등만 세종시로 가는 구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아예 다 옮기는 것보다 더 나쁜 생각”이라며 “국무회의 때 또는 대정부질의가 있으면 서울로 다 모여들텐데 이게 얼마나 행정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일이냐”고 꼬집었다. 또 “국가비상시 조치를 취하기 어렵고, 공무원들만 내려가 수도권 과밀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천안의 사례로 볼 때 유령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장 대표가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그 지역에 2200만 평의 부동산을 수용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되팔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그곳 지적상 농사나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며 세종시 건설안을 전면 무산시킬 수는 없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장 대표는 대안책으로 이 지역에 서울대 등 유명 국립대를 이전하고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교육·과학·기업 도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등 유명 국립대를 옮기거나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국립대를 만들어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해 교육과 과학이 공존하는 복합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주장이다.
장 대표의 농성은 현재(10월 9일)까지 25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는 10월 13일까지 이곳에서 일인농성을 계속할 생각이다. 장 대표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이렇게 나와서 시위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내가 호소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부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