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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 ||
‘섹스킹’이라 자부했던 A와의 섹스담. 섹스에 관한 한 실력을 과신했던 A가 당황했다. A와의 섹스에 내가 시큰둥했기 때문이다. A에 따르면, 그와 밤을 보낸 여자들은 모두가 쉽게 오르가슴에 느꼈다던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와의 섹스에서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 자존심이 상한 A는 사정 시간을 조절하며 나를 만족시키려 애썼고, 심지어 비아그라까지 먹었다. 그가 비아그라를 먹은 날은 내가 “아,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느낌이 올 것 같아”라고 말한 다음날이었다. 그러나 사실 문제는 그가 빨리 사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도, 나도 내 안의 G스폿을 찾지 못한 데 있었다. 그가 “오늘은 어땠어?”라고 물을 때마다 나는 “미안”이라고 답했고, A는 “아, 웬만한 여자들은 이 체위에서 느끼던데!”라고 불평했다.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나머지 스스로도 ‘내 G스폿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생각할 정도였으니 차마 그를 탓할 수가 없었다. 고개 숙인 A는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영화 <색, 계>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온갖 체위를 실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A가 정상위 체위로 피스톤을 하다가 나는 그대로 눕히고 자신만 앉은 자세로 체위를 바꾸었다. 그리고는 내 다리를 들어올려 A의 양 어깨에 한 다리씩 걸쳤다. 바로 그때였다. ‘찌리릭’ 느낌이 왔다. 내 G스폿은 상당히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내 안으로 깊이 들어온 데다 내 다리가 들어올려지면서 버자이너가 조여진 덕분인지, 나는 제대로 흥분했다. 그가 내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나의 그곳뿐 아니라 입안까지 뜨거워졌으니까. 나는 “거기!”라고 외마디 감탄사를 질렀고, 그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런데 섹스가 끝난 후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 너는 이 체위에 흥분하는구나. 나도 이 체위 좋아하는데. 조임이 강하잖아. 그런데 예전에 이 체위를 싫어한 여자가 세 명이나 있었어. ‘너무 깊게 들어와서 아프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이 체위를 여자들이 싫어하는 줄 알고 배려하느라 안한 건데. 아, 너도 좋아하니까 잘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A의 옛 기억이 나의 오르가슴을 방해했던 것이다.
내가 A와의 섹스에서 절정에 이르지 못했던 이유는 A와 내가 신체적으로 속궁합이 잘 맞는 커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A는 표준형 페니스의 소유자였고, 나는 G스폿이 상당히 안쪽에 위치했으니 나는 페니스가 긴 남자와 속궁합이 맞는 여자였던 것이다. 그가 정상위 체위에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속궁합을 맞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A가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일찍 여자의 다리를 들어 올리는 체위를 시도했다면? 나는 좀 더 빨리 오르가슴에 이르지 않았을까? 나 역시 페니스가 길었을 뿐인 옛날 남자와의 섹스에만 집착하여 ‘A가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그런 건가?’라고 의심하지 않았다면 오르가슴을 부르는 체위를 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위 ‘잘한다’는 남자들은 (물론 여자도 마찬가지다) 성감대에 대한 통계를 갖고 있다. 이전의 섹스의 경험을 통해서 ‘여자들은 이렇게 해주는 것을 좋아해’ 혹은 ‘여자들은 이런 거 싫어해’라고 판단해버린 적은 없는지? 하지만 그 경험의 통계치가 지금 그녀와의 섹스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유두를 자극하는데 흥분하지 않는 여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빈약한 가슴이 콤플렉스인 여자와의 첫날밤 전희에서 가슴만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그녀가 섹스 내내 ‘아, 그가 내 가슴에 실망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여자였다면 제대로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세게 빨아주는 게 좋아”라고 말했던 옛 남자친구의 성적 취향에 세뇌된 여자친구가 오럴 섹스를 하면서 강하게 흡입하는데, “아파!”라고 말하지 못한 적은 없는지? 커닐링구스에 익숙하지 않은 몇몇 여자와의 섹스 경험을 통해 ‘여자는 오럴 섹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라고 오해했던 남자가 커닐링구스를 유독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다면?
실제로 69체위를 가장 좋아하는 후배 B는 “‘왜 오럴 섹스를 안해줘?’라고 말하기 전까지 한 번도 커닐링구스를 안해주더라고. 그는 대부분의 여자가 오럴 섹스를 해주는 것도, 서비스 받는 것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는 거야. 그게 말이 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전의 여자 100명이 만족했던 섹스 테크닉이 무슨 소용인가. 지금 눈앞에 있는 내 여자가 싫어하는 테크닉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나. 이전의 경험치를 모두 버리고 현재의 여자에게 집중할 때, 그녀의 성감대가 더욱 잘 보일 것이다. 결국 내 G스폿을 찾아냈던 A처럼 말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