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무상양여계약 무력화 ‘의혹의 시선’
논란의 핵심은 최근 전주시가 기존 종합경기장 부지에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사업부터 우선 추진하는 계획을 공식화하자 사실상 호텔·쇼핑몰을 건립하지 않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전주시가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계획은 밝히면서도 당초 롯데쇼핑몰 건립 후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신축은 유야무야 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아직 시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 통과 절차와 전북도의 협의 절차 등이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전주시는 이 계획안에서 그동안 논의돼온 호텔과 대형 쇼핑몰 건립 내용을 제외시켰다.
이로써 당초 대체 체육시설 건립을 조건으로 전주시에 전주경기장을 무상양여해준 전북도가 의심을 품을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전주시’ 컨벤션센터 설립 우선 추진
전주시 백순기 생태도시국장은 2일 “현재 중단위기에 놓인 전주종합경기장 이전 개발사업의 활로를 열기 위해 1단계로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사업부터 추진할 계획이다”고 세부일정을 밝혔다.
시의 계획은 우선 내년 예산으로 70억원을 편성하고, 전시·컨벤션센터를 신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의회에 상정, 공식 승인절차를 밟아나갈 방침이다. 전시·컨벤션센터부터 우선 신축을 구체화 하겠다는 것이다.
건립 부지는 종합경기장 정문 옆 주차장 쪽이다. 문제는 기존 종합운동장과 야구장 등의 시설은 철거하지 않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들 시설을 철거하지 않고도 충분히 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전주시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표면적으로는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사업비로 기 확보된 국비 70억원을 떠날려 보내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고 속살을 들여다 보면 얘기는 복잡해진다. 애초 전주시는 올해부터 2016년까지 1천600여억원을 투입, 종합경기장(12만여㎡)을 허물고 그 자리에 쇼핑몰·영화관 등을 갖춘 컨벤션과 200실 규모의 호텔 등을 짓는 ‘종합경기장 이전·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시는 재정이 열악한 점을 감안해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선택, 롯데쇼핑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하고 롯데쇼핑에 종합경기장 부지의 절반을 주기로 했다. 대신 롯데쇼핑은 도심 외곽에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등을 따로 건립해준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지역발전을 위한 관광산업 인프라 구축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지역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만큼 백지화해야 한다”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 지역의 새로운 갈등으로 떠올랐다.
결국 이런 갈등을 의식한 전주시가 컨벤션센터만 건립하고 나머지 시설은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6·4지방선거에 나서면서 호텔과 쇼핑몰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 사업이 전주시의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해도 우선 종합경기장 대체시설을 건립할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설령 짓는다 해도 1천100억원에 이르는 건축비 확보 문제가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의혹의 눈초리 ‘전북도’
전북도의 당초 계획은 호텔과 쇼핑몰도 함께 건립해 전시·컨벤션 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점에서 도는 전주시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애초와는 달리 사실상 종합경기장 부지에 호텔·쇼핑몰을 건립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가 기존 종합운동장과 야구장 등의 시설을 철거하지 않고도 전시·컨벤션센터부터 건립하겠다는 자체가 뭔가 찜찜하다는 것이다. 전북도 고위 관계자가 전주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전북도와 전주시 간에 이뤄진 종합경기장 무상 양여계약의 핵심은 종합경기장 부지를 전시·컨벤션센터 등으로 활용하는 대신 대체 체육시설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전북도는 전시·컨벤션센터만 들어서면 경기장을 무상양여 해준 의미가 없다고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심덕섭 행정부지사는 2일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무상 양여계약에 대한 법률 검토작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주시의 향후 행보에 따라 무상 양여계약을 둘러싼 법리공방뿐 만 아니라 도와 시 간의 협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돼 사업 추진이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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