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지지층 향배
산술적 계산으로 보면, 단일화 이후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최소한 4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율과 정몽준 후보 지지율이 모두 20%대 초반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노무현 후보가 통합후보로 대선에 나선 이후, 이같은 산술적 지지율 통합이 이뤄질 것이냐는 향후 대선결과를 가를 절대적인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일단 정몽준 후보와 국민통합21은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와 국민통합21이 노무현 후보에 협력을 다짐한 것과는 별도로, 정몽준 후보 지지 의사를 갖고 있던 유권자들이 단일화 이후, 노무현 후보 지지로 돌아설 지는 미지수다.
‘후보 단일화’라는 물리적 결합에 대해 유권자들이 어떤 화학적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인 셈. 후보단일화가 융합반응을 촉발, 시너지효과가 극대화 될 수도 있지만, 거부반응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최근 ‘후보단일화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50%이상의 유권자가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거부반응보다는 융합반응에 대한 전망을 높여주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부동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 후보는 정 의원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당근 처방을 내놓을 것이고, 이회창 후보 역시 정 의원의 영입이나 최소한 중립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 반노 친MJ 인사의 향배
노무현 후보가 단일 후보로 최종 확정됐지만, 아직 정치권의 상황은 매끄럽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일단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이 공동 선대위를 구성하는 문제에서부터 ‘후보 단일화’를 명분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탈당파’ 의원들의 거취도 남아 있다.
또 민주당내 반노•비노진영 인사들이 대선 국면에 어떤 태도를 취할 지도 관심사다. 김종필 총재 등 자민련의 향후 거취문제도 충청권 표심 향배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변수다. 후보 단일화 이후 잔여 문제들을 노무현 후보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매듭짓느냐는 ‘단일화 시너지 효과’와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 ‘단일후보’ 노무현 후보가 지난 11월 25일 국회 귀빈식당서 정몽준 의원과 회동을 갖고 대선공조를 다짐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후보단일화 이후 대선국면이 이회창-노무현 양자대결 구도로 굳어지면서 친이회창 성향의 표심 결집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됨으로써, 자연스레 ‘반이회창 연대’ 효과가 나타나는 데 따른 반작용이다.
특히, 25일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후보 단일화 이후 정몽준 후보 지지층 가운데 54%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21% 응답자는 이회창 후보 지지로 돌아설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1강 2중 대선구도 하에서 무지지층으로 남아있던 부동층 가운데 일정부분 유권자들도 이회창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따른 시너지효과 만큼이나 단일화 역풍이 일 경우 대선은 혼미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영남 표심의 변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30%대 지지율의 근간이 돼왔던 영남 표심의 향배도 대선결과를 가를 변수다. 영남, 특히 부산 경남 울산 등 PK지역의 지지율이 관심사다.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후보는 후보로 선출된 이후 ‘DJ 후계자’ 이미지가 덧씌워져 지지율이 하락한 측면이 적지 않았기 때문.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이 분명히 드러난 만큼, 노무현 후보는 어느 정도 ‘DJ 그림자’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일 후보로 나선 노무현 후보에 대해 PK 등 영남권에서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후보 등록 직전 실시된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PK지역 응답자 가운데 50% 가까이가 이회창 후보지지 의사를 피력한 반면, 노무현 후보는 3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선 기간동안 얼마만큼 영남권 표심에 변화가 이느냐에 따라 ‘최후 승자’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 20~30대 유권자 투표율
지지율과 득표율은 엄연히 다르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율은 민심을 가늠해보는 지표의 의미가 있지만, 득표율은 당락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는 줄곧 20대와 30대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 오고 있다.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전체 투표율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점에서 노 후보가 실제 대선에서 얼마만큼의 득표율을 기록할 지는 알 수 없다.
이에 반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율이 곧 득표율에 연결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50대 이상 연령층의 투표율이 높다는 통례 때문이다.
이같이 지지율과 득표율의 차이에 따라서도 대선 향배는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등록 이후 대선일까지는 지지율을 높이는 과정이 아니라, 투표율을 높이는 과정인 셈이다. 어찌됐건 전체 유권자의 과반에 육박하는 20대와 30대의 젊은 유권자들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느냐는 이번 대선결과를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기타 변수
대선구도가 양자구도로 재편되면서 대통령 선거기간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선전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선거전이 과열될수록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활개를 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 후보와 후보 주변인물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각종 의혹 등이 대선 기간동안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후보와 후보 주변인물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당락을 가를 결정적 변수는 아니겠지만, 유권자들로 하여금 ‘탈정치화’를 가속시켜 부동층의 비율이 높아지고,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대선 때마다 재연됐던 ‘북풍’도 크진 않지만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남북간의 갑작스런 화해-대화 상황이 전개되거나, 남북간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상황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미군 재판의 영향으로 ‘반미감정’도 대선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기간 동안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간 대미 인식과 정책에 적지않은 차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대통령선거라는 빅이벤트는 이같은 다양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최종 결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민주당 국민경선이라는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후보 단일화’라는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뒤에야 결승에 오른 노무현 후보와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진출, 여유있게 몸을 풀고 있던 이회창 후보간 마지막 대회전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대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