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 | ||
후각에 민감한 남자 A와의 수다. A는 “오늘 단골 바에 초대 받았어. 어떤 여자가 그 바에 팬티를 벗어놓고 갔는데, 그 냄새가 내 마음에 꼭 들 거라며, 이따가 밤에 오라고 하더라. 바의 오너 말이, 내가 그 팬티를 꼭 사게 될 거라나?”라고 얘기를 시작했다. “여자들은 섹스 전에 꼭 샤워를 하잖아. 낮에 땀이라도 흘린 날에는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고. 나는 그게 참 싫더라. 나는 여자 몸에서 나는 체취에 흥분이 되는데, 여자들은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물론 목욕을 안 해서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는 가정 하에 말이지. 사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녀의 팬티 냄새가 아니라, 그 여자가 왜 거기에 팬티를 벗어놓고 갔느냐 하는 거였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여자의 팬티 냄새를 맡으러 단골 바로 간다고? 솔직히 나는 충격 받았다. 남자가 여자의 체취에 흥분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토록 여자의 체취에 집착하는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A가 유난히 심한 경우겠지만.
나폴레옹도 전쟁터에 나갔다 돌아올 때면 그의 연인 조세핀에게 “몸을 씻지 말고 나를 기다려 주시오. 당신의 냄새가 그립소”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그리고 얼마 전 만난 카사노바 B 역시 “나는 스튜어디스를 사귄 적이 있는데, 그녀 몸에 밴 비행기 냄새가 그렇게 좋더라. 그런데 여자는 씻지 않은 상태에서 섹스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래서 내 생일에만 간신히 씻지 않은 그녀를 안을 수 있었어”라고 말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생각났다. 그리고 반성했다. 그동안 섹스 전 샤워를 고집했던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던 것이다.
여자의 체취가 아무리 자극적이어도, 여자가 부담스러워 한다면 샤워를 허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자의 체취와 과감한 참여,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과감한 애티튜드가 먼저일 테니 말이다.
여자는 섹스를 할 때도 자신을 꾸미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그래서 알몸을 꾸미기 위해 향수를 사용하는 여자도 많다. 마릴린 먼로에게 한 기자가 “잘 때는 무엇을 입으세요?”라고 물었더니, “샤넬 NO.5”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지 않나.
여자는 남자의 냄새에도 민감하다. 폴로 스포츠나 아르마니 스포츠처럼 가볍고 시원한 향을 뿌린 남자와는 키스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큼해진다는 여자도 많다. 연애 1년차의 E는 “평소 남자친구가 쓰는 향수 냄새가 좋아서 그의 곁에 가까이 앉게 돼. 그는 내가 자기에게 애교를 부리느라 가까이 앉는 줄 아는데, 사실 난 그의 냄새가 너무 좋아서 좀 더 가까이 앉는 거야”라고 말했던 것. 그녀를 가까이 안고 싶다면? 여자가 좋아하는 향수를 뿌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남자의 땀 냄새가 섹시하다”고 말하는 여자도 있지만, 실제적으로 땀 냄새에 성적 흥분을 느껴 남자에게 달려드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테니스를 치면서 땀을 흘리는 남자의 모습에 흥분하는 여자는 있어도, 실제로 땀 냄새에 흥분하는 여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의 암내 때문에 헤어질까 고민한 적도 있잖아”라고 말하는 여자를 본 적이 한두 번인가.
그런데 섹스 중 흘리는 땀 냄새와 정액 냄새라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남자가 여자의 체취를 원하는 것처럼, 남자의 정액 냄새에 흥분하는 여자가, 나를 포함해, 꽤 많다. 내 경우, 정액 냄새 자체가 향수처럼 기분 좋은 향기여서 그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가 내 자극과 흥분을 참지 못하고 체온이 상승할 때, 막 샤워한 몸에서 나는 비누 냄새와 섞인 땀 냄새는 얼마나 자극적인가. 그리고 흥분이 절정에 올랐을 때, 뿜어져 나오는 정액은 삼켜도 좋을 만큼 여자에게도 자극이 된다. 그런데 왜 많은 여자들이 부카케를 싫어하냐고? AV를 보면 정액을 마치 요거트처럼 맛있게 먹는 여자가 많은데, 왜 현실에선 불가능하냐고? 여자가 부카케를 질색하는 이유는 정액 냄새 때문이 아니라, 부카케를 할 때 남자의 애티튜드 때문이다. 최근 부카케를 한창 즐기는 후배는 “부카케를 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권위적이고, 일방적이잖아. 여자에게 굴욕감을 주니까 정액을 삼키는 것은 가능해도, 부카케는 질색하는 거야. 그런데 섹스를 하다보면 다소 새롭고, 파격적인 걸 원하잖아. 서로를 존중하는 믿음이 확실하다면 부카케도 새로운 자극이 되겠지. 사실 정액을 얼굴로 받아먹는 건 별 거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요는 냄새가 아니라 애티튜드다. 그녀의 애액 냄새를 즐기고 싶다면, 서로가 체취를 즐길 만한 섹시한 사이가 되는 것이 먼저다. 페로몬이 별 거 있겠나. 상대를 흥분시키는 냄새가 바로 페로몬이 아닌가.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