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 과정에서 A 씨가 성매매 사실을 시인해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경찰은 지난 12월 3일 이들 세 사람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 씨의 자백을 얻어냈음에도 경찰에서 무혐의 의견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현역의원 비서관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속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 8월 29일 어느날 새벽 한나라당 아무개 국회의원 비서관 A 씨와 한국노총 고위 관계자 수행비서 B 씨, 그리고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C 씨 등 세 사람은 술에 취한 상태로 대리 운전기사 D 씨를 불렀다. 승용차에 오른 이들이 D 씨에게 말한 행선지는 다름 아닌 미아리 텍사스촌이었다.
성매매 업소를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었던 이들은 D 씨에게 미아리 텍사스촌에 들어서는 큰 길까지 안내를 부탁했다. 승용차에서 내린 세 사람은 성매매 업소가 밀집된 미로 속으로 들어섰다. 미아리 텍사스촌 내 골목은 미로로 불린다. 업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가 출입구 외형마저 비슷해 위치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한 업소를 골라 들어갔고, 그곳에서 여종업원 3인과 현금 30만 원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
별 탈 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던 취객들의 하룻밤 체험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한 가지 실수를 범했다. D 씨에게 자신들의 신분을 노출한 채 성매매 업소로 가는 길을 안내받았던 것이다. 자칫 묻힐 수 있었던 이들의 성매매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도 D 씨의 제보와 수사 협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 사람을 미아리 텍사스촌까지 안내한 D 씨는 9월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마련된 ‘국민신문고’에 ‘공무원 등이 성매매를 했다’는 취지로 민원을 접수시켰다. 이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 9월 10일 서울 종암경찰서는 성매매 사건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청와대 민원 외에 아무런 수사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던 경찰은 1차적으로 진정서를 낸 D 씨에게 수사 협조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진정인인 D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한 진정서 내용에 이들 세 사람의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황이 세부적으로 나타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D 씨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정에 추정을 거듭해야 했다.
경찰은 이 세 사람이 승용차 안에서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수사의 범위를 좁히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문의도 하고 공문까지 보냈으나 답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D 씨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승용차 번호를 바탕으로 차적 조회를 했고 결국 이들을 검거하기에 이른다.
경찰에 소환된 이들은 처음엔 성매매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12월 10일 기자와 통화한 담당형사는 “D 씨의 진정 내용과 차량번호 등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성매매 혐의를 추궁한 끝에 한나라당 현역의원 비서관인 A 씨의 자백을 받아냈다”며 수사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A 씨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B 씨와 C 씨는 끝까지 성매매 사실을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A 씨의 자백을 얻어내긴 했지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성매매는 필요적 공범이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2인 이상의 공동행위가 필요하고, 양 당사자가 특정돼야 한다. 즉 A 씨가 자백을 했다고 해도 A 씨와 성매매를 한 상대 여종업원을 찾아내지 못하면 이들을 성매매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미아리 텍사스촌 내에는 100군데 이상의 성매매 업소가 존재한다. 업소가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가 출입구 외형마저 비슷해 처음 가는 사람들은 특정 업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공교롭게도 A 씨 일행은 미아리 업소를 처음 찾은 ‘초짜’여서 자신들이 간 성매매 업소를 특정하지 못했다.
담당형사는 직접 세 사람을 대동하고 미아리 텍사스촌을 이틀 동안 골목 구석구석 다니며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업소 구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이들이 그 날 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기억력에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찾아가는 업소들은 약속이나 한듯 이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도 그럴것이 성매매 알선행위를 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란 무거운 처벌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담당 형사는 “어렵게 자백을 받아냈다 한들 업소를 특정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며 성매매 특별법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로 성매매 업소 단속은 대부분 인지를 통해 이뤄진다. 인지의 경우 경찰관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성매매 업소 안에 있는 손님들을 확보해 수사하기 때문에 성매매를 한 양 당사자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민원으로 성매매 사건이 접수될 경우 업소와 상대 여종업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들도 민원을 통해 성매매 업소를 단속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라고 말한다.
기자와 통화한 담당 형사는 “어렵게 용의자 이름을 찾아내서 자백까지 받아냈는데 이들이 업소를 특정하지 못해 그동안의 수고가 수포로 돌아갔다”며 “결국 법리적 문제 때문에 무혐의 의견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A 씨를 비롯한 세 사람은 결국 12월 3일 서울중앙지검에 무혐의로 송치됐다. 따라서 이들 세 사람에 대한 기소 여부는 이제 검찰의 몫이 됐다. 경찰관계자는 “이 사건의 경우 결국 업소와 상대 여종업원의 특정 문제로 기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확인 결과 A 씨는 현재까지 한나라당 현역의원 비서관으로 계속 일하고 있었다. 12월 11일 기자와 통화한 A 씨는 “예전에 술 마시고 잠깐 시비가 붙어 종암경찰서에 한 번 간 적이 있지만 큰 문제없이 잘 해결됐다. 경찰서에 간 것은 맞지만 성매매는 금시초문이다. 그런 곳엔 전혀 가본 적이 없다. 나도 공무원인데 경찰서에 갔던 일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성매매 사실을 부인했다.
정유진 인턴기자 kkyy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