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조희팔이 죽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소권 없음’ 대신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05년부터 2년여 동안 조희팔 씨 밑에서 근무하다 거액의 사기를 당한 유 아무개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 씨는 사비를 털어 중국에 머물며 조 씨 행적을 쫓았다. 그러다 얼마 전 조 씨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다음은 유 씨가 전하는 ‘목격담’이다.
“쑤저우 인근 별장에 조 씨가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몇 달간 찾아 헤맸다. 그런데 한 상가에서 조 씨와 상당히 흡사한 남성을 봤다. 가발을 써서 긴가민가했는데 얼굴을 정면에서 보고는 조 씨임을 확신했다. 성형수술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조 씨도 나를 보고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조선족으로 보이는 일행들과 빠르게 사라지는 바람에 놓쳤다. 조선족들은 보디가드 같아 보였다. 주변을 수소문해보니 김수성이라는 이름을 쓴다더라. 가끔 쇼핑을 하러 온다고 했다.”
유 씨는 지난 2012년 9월에도 <일요신문>을 통해 조 씨를 본 적이 있다고 제보한 바 있다. 조 씨가 죽었다는 보도가 나온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유 씨는 길거리에서 조 씨를 발견하고는 이름을 부르며 쫓아갔지만 놓쳤다고 했다.
당시 유 씨는 “중국에서는 멀쩡한 사람 사망진단서 끊는 게 일도 아니라고 하더라. 조 씨를 찾기 위해 나름대로 수소문을 하는 과정에서 조 씨가 그러한 일을 해주는 브로커들과 만났다는 것을 들었다. 그 브로커를 직접 만나 조 씨 사진을 보여줬더니 대뜸 알아봤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 씨가 현지 브로커를 통해 죽음을 위장했다는 주장이었다.
유 씨는 “중국 땅이 아무리 넓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조 씨를 찾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나도 벌써 두 번이나 조 씨를 봤다. 그러나 민간인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상전 대표 역시 “조 씨가 살아있다는 것은 이제 팩트에 가깝다. 제보가 한두 건이 아니다”며 “조 씨가 국내를 들락날락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목격담은 없지만 조 씨가 변장을 하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일행에 섞여 국내로 들어와 볼 일을 보고 간다는 제보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수사당국도 조 씨 사망이 석연치 않다는 부분엔 동의한다. 장례식 동영상, 사망진단서, 응급진료기록부를 토대로 2012년 5월 조 씨가 죽었다고 발표한 경찰은 같은 해 9월 이 자료들에 대한 진위를 확인해달라고 중국 측에 요청했다. 조 씨 죽음과 관련해 온갖 소문이 나돌자 경찰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에 중국이 조 씨 사망 서류는 진본이라고 통보를 해왔지만 의혹은 쉽게 가시질 않았고, 경찰은 두 달 뒤 중국과의 공조 아래 재확인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류상 사망한 것은 분명하지만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진 못했던 것”이라면서 “경찰이 조 씨를 비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 때문에라도 좀 더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도 자체적으로 조 씨가 죽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상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지만 조 씨의 경우 ‘기소중지’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검찰은 경찰 발표 후인 2012년 7월 말 조 씨 생사 여부 등에 대한 질의를 담은 공문을 중국 측에 정식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또 9월엔 조 씨를 목격했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일반인이 봐도 납득이 쉽게 가지 않는 조 씨의 죽음을 경찰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배경에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간에 떠돌았던 경찰의 ‘조희팔 비호설’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