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는 아이 흔히 볼 수 없지. 넓은 세상 볼 줄 알고 작은 풀잎 사랑하는 미운 사람 손을 잡고 사랑 노래 불러주는~♬”
<연애소설>이란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이런 노래를 부른다. 자신이 찾는 이상형에 대한 노래인데 참으로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이런 이상형은 노래 가사처럼 “흔히 볼 수 없다”는 게 정답이다.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라는 요즘 세대들 중에도 이상형 타령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사실 미혼시절 한 번쯤 이상형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상형은 로망인 동시에 굴레다. ‘이상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형과 결혼하고 싶은 꿈을 쉽게 버리지 않게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도 이상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놓치고 나서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진짜 이상형은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
29세의 직장여성 Y 씨도 그런 경우다. 그녀 곁에는 거의 1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있어준 남성이 있었다. 대학 첫 미팅에서 만난 그는 그녀를 참 좋아했고, 그녀가 자신을 이성으로 대하지 않자 친구로라도 남아 있겠다고 했다. 새벽같이 나와서 학교 도서관 자리도 잡아주고 취업공부로 바쁠 땐 학교 시험공부를 도와주기도 했다. 군대에 가서도 자주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대학을 나와 큰 야망 없이 그저 그렇게 사는 그가 탐탁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여러 남자들과 맞선을 보는 것도 지켜봤다. 그녀가 남자에게 차였을 때 술친구도 돼줬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어가던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그와의 결혼을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그녀가 과분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인지 막상 그녀가 결혼 얘기를 넌지시 꺼냈을 때 오히려 뒤로 물러섰다. 그녀도 자존심이 상해 그를 붙잡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결혼소식을 듣고 그녀는 뒤늦게야 눈물을 흘렸다.
♥ 이상형과 결혼했다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자신의 이상형과 결혼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 배우자가 이상형이라면, 혹은 이상형이 아니라면 어떤 부분에서 그럴까.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기혼남녀 330명(남성 166명, 여성 1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배우자와 결혼 전 이상형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6.7%였으며 절반이 넘는 53.3%는 이상형과 결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상형과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엔 ‘상대의 성격(가치관)이 이상형에 부합한다’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결국 결혼상대를 선택할 때 사람 됨됨이를 제일 많이 고려한다는 뜻이다. 반면 현재 배우자와 이상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들 중엔 ‘상대의 외모가 이상형과 거리가 멀다’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결국 결혼하는 데 외모가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막연히 꿈꿔온 이상형만을 고집하는 것은 풀기 힘든 시험문제를 받아든 것과 비슷한 일이다.
좋은만남 이웅진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