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간지에 실린 대천 ‘썬씨티’ 전면광고. | ||
J 건설 측은 수개월 동안 돈이 묶여 있는 바람에 회사경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L 씨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피하고만 있다며 강경하게 대응할 의사를 밝혔다.톱가수 부인과 중소건설회사 간에 공사비 지급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갈등을 취재했다.
“남편이 톱가수 A 씨잖아요. 계약이 A 씨의 자택에서 이뤄졌고 계약서 작성당시 남편 A 씨도 옆에 있었기 때문에 A 씨도 이 내용을 뻔히 알고 있습니다. 명색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인데 그 부인이 공사비 문제로 이렇게 애를 먹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동안 그 정도로 연락했으면 L 씨가 직접 우리에게 무슨 해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줄곧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연락도 받지 않고 무조건 피하고만 있어요. 하다못해 A 씨라도 나서서 해결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들에게는 얼마 안 되는 돈일지라도 우리 같은 중소건설업체는 그렇게 돈이 묶여 버리면 회사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생깁니다. 빈 말이 아니라 지금 회사 문 닫고 굶어죽게 생겼습니다.”
J 건설 K 대표는 구랍 2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K 씨는 말을 꺼내기 앞서 이 문제는 L 씨와 순조롭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L 씨가 유명 연예인의 부인이기는 하지만 굳이 A 씨를 끌어들일 이유도 없었고, 괜히 A 씨의 명성에 누가될까 오히려 조심스러웠다는 것이다. K 씨가 여지껏 법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 했다. 또 소송을 하면 회사는 그 비용을 감당할 여력도 현재 없다고 털어놨다.
사건은 2009년 5월 J 건설이 충남 보령시 XX면에 소재한 대지에 택지조성 공사를 맡으면서 시작된다. 문제의 땅은 19만 9110m²(6만여 평) 규모로, 온갖 폐타이어와 쓰레기 등 폐기물로 가득찬 잡종지였다. 땅 소유자였던 L 씨는 이 땅에 일명 ‘대천 썬시티’를 조성할 뜻을 갖고 사업에 착수했다.
공식 사업명인 ‘대천 썬씨티’는 2종 지구단위계획 대상지로 입지적 이점을 등에 업고 관광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이 건축될 경우 추후 막대한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이었다. 대천IC와 5분 거리에 위치한 이 부지는 연간 1600만 명의 관광객이 유입되는 대천해수욕장의 초입에 자리해 있어 입지적으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톱가수인 A 씨의 명성을 등에 업고 광고 당시부터 그 수익성과 안전성이 부각됐다. 실제로 주요 일간지 전면광고에 실린 ‘대천 썬시티’ 택지분양 광고에는 가수 A 씨가 직접 모델로 참여했고, ‘국민가수인 A 씨가 사업주로 대한민국 대표적인 공인으로서 신뢰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광고에 따르면 이 부지에는 아파트 900여 세대와 매머드급 테마파크와 골프장 등이 조성돼 A 씨의 이름을 내건 가요박물관 및 찜질방 등이 조성될 예정이었다.
▲ J 건설과 작성한 표준도급계약서. | ||
J 건설 측은 계약내용에 따라 부지조성공사에 들어갔고 7월초에 모든 공사를 문제없이 마무리했다. J 건설이 맡은 역할은 방대하게 널부러져 있는 각종 쓰레기들과 위험 폐기물들을 치우고 땅을 고르고 부지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 등 분양과 건물 건축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일명 부지를 조성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L 씨가 약속한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K 씨는 6월 말부터 4차례에 걸쳐 2470여만 원만 지급받고 나머지 1억 2500여만 원에 대해서는 여지껏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 씨와 관련업계 측에 따르면 공사대금은 보통 계약을 맺은 후 공사가 진행되는 일주일 내에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L 씨는 공사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난 현재까지도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K 씨는 “계약을 맺을 당시만 해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톱스타 남편을 둔 L 씨가 이런 거창한 사업을 계획하면서 기초공사비 1억 5000만 원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라면서 분개했다.
K 씨가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L 씨의 태도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전화로 공사비를 독촉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난 모른다.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고 하더라. L 씨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하란 말인가. 그런데 L 씨는 되레 시행사와 얘기해보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전화통화조차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참다못한 K 씨는 추석을 앞둔 9월 A 씨의 자택으로 “공사를 시행하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으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절박한 사정에 처해있다”며 정해진 기일까지 잔금 1억 2500여만 원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하지만 K 씨가 보낸 내용증명은 수취거절로 반송돼왔다.
대신 K 씨는 시행사 대표이사로부터 답변을 받았다며 관련 서류를 보여줬다. 시행사 측이 ‘대천 썬시티 부지정비공사 공사비 미지급에 대한 협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보내온 문서에는 ‘L 씨가 대천 땅을 매입하여 수년간 상당한 자금 부담 속에서 분양 사업을 시작했고 세금과 은행이자 등을 계속 감당하고 있다. 그간 시행사는 여러 차례 L 씨를 만나 어려운 입장을 설명했고 공사비지급을 요청하여 L 씨 측에서도 알고 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얼마라도 지급할 것을 요구해 봤으나 현재로서는 지급이 어려운 실정이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K 씨는 L 씨가 직접 정확한 해명을 할 것과 추후 대책에 대한 언급 및 공사비 지급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K 씨는 L 씨 측에서 계속 무응답으로 일관한다면 A 씨 자택 앞에서 1인시위를 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법적소송도 불사할 뜻을 내비쳤다.
기자는 L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