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험가 홍성택(왼쪽)과 그린란드. | ||
그린란드(Greenland)는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 영국 위에 있는 아이슬란드에서 북으로 250㎞ 떨어진 지구에서 가장 큰 섬.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보다 더 북극에 가깝지만, 이름은 ‘푸른 땅’, ‘녹색의 땅’.
이 곳은 영국에서 약 1000㎞, 노르웨이에서는 서쪽으로 1900㎞, 본국인 덴마크에서는 3000㎞ 떨어져 있다. 북미의 캐나다가 아이슬란드보다 조금 더 가까운 이웃이지만, 캐나다 북단의 작은 섬들에서는 그린란드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국토의 3분의 2 이상이 북대서양의 북극권 안에 들어가 있고, 80%가 얼음 땅이다. 동서 횡단거리는 1000여㎞, 해안선의 길이는 지구의 둘레와 비슷한 3만 9330㎞. 면적은 217만㎢로 한반도의 10배 가깝고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크다. 300년 가까이 자신의 50분의 1 크기밖에 안 되는 덴마크의 식민지였다가 1979년 외교-국방을 제외한 자치권을 얻어 자치정부를 구성했다. 인구 약 6만, 수도는 남서부에 있는 누크(Nukk).
홍성택은 고상돈-허영호-엄홍길-박영석으로 이어지는 현대 한국 탐험가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1948년 제주 출신인 고상돈은 1977년 한국 최초로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정복의 기록을 남기고 1979년 재차 히말라야 등반 도중 불의의 사고로 타계, 온 국민을 울렸다.
허영호(56)는 에베레스트 3회 등정과 1994~1995년 남·북극점 정복, 그리고 1987~2007년 사이에 아시아 네팔의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북미 알래스카의 매킨리(6194m), 남미 아르헨티나 안데스의 아콩카구아(6959m), 오세아니아 파푸아뉴기니의 칼스텐즈(4844m), 아프리카 탄자니아-케냐의 킬리만자로(5895m), 유럽 러시아 코카서스의 엘브러즈(5642m), 남극의 빈슨 매시프(4892m) 등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의 기록을 세웠다.
엄홍길(50)은 1988년 에베레스트에서 2000년 히말라야 2위봉인 K2(8611m)까지 세계에서 여덟 번째, 한국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의 봉우리 14좌를 정복한 후 2004년 5위의 알룽캉(8505m), 2007년 7위 로체샤르(8400m)를 추가로 등정, 히말라야 14+2를 완등한 세계 최초의 산악인이 되었다.
▲ 사진 위부터 아래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환호하는 모습. 북극점에 태극기를 꽂고 기뻐하는 모습. 남극점 정복 기념촬영. | ||
홍성택은 이 계보에서는 막내다. 선배들이 TV의 대담-연예 프로그램의 초대 손님, CF의 모델 등으로 유명세를 탄 것에 비하면 일반에는 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력과 저력에서는 선배들에 뒤지지 않는다.
허영호가 1993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을 때와 1994년 남극점에 발을 디딜 때, 그리고 박영석이 2005년 북극점에 깃발을 꽂을 때 그 옆에 홍성택이 있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14번이나 등반을 했고, 에베레스트에는 세 번 올라갔다. 지구 3극점을 정복한 세계 15번째의 인물인 것. 지금까지는 늘 2인자 비슷한 위치였기에 조명을 덜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홍성택이 대장으로 앞장을 선 이번 출정에 선배 허영호와 엄홍길이 부분적으로 동참, 우정 출연을 한다.
최근 초경량 경비행기로 세계일주를 계획하고 있는 허영호는 홍성택이 그린란드 눈밭을 걷고 있을 시점에 맞추어 그린란드 상공을 비행하며 홍성택 일행을 격려하는 멋진 이벤트를 벌일 생각이다. 가능하면 착륙해 부둥켜안아 줄 생각이다. 극지 탐험에 경험이 없는 엄홍길은 극지의 경험을 위해 일정 중간부터 참여해 20일 정도 동행할 계획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 사람의 선후배 탐험가가 그린란드 백설의 평원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은 우울한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일대 스펙터클이 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홍성택은 오는 3월 2일 서울을 떠나 5월 말에 돌아올 계획이다. 90일간의 대장정이다. 어쩌면 100일을 채울지도 모른다. 영국과 아이슬란드를 거쳐 그린란드의 수도, 인구는 불과 1만 5000명이지만 그래도 그린란드에서는 가장 현대적인 도시, ‘좋은 희망’이란 뜻의 누크에 도착해 한 달쯤 적응훈련과 탐사를 하고 4월 5일 최남단, 얼음이 시작되는 곳, 북위 60.12도의 해변으로 내려간다. 거기서 출발해 걷고, 개썰매를 타고, 스키를 타고 새로운 길을 만들고 열어가면서 5월 22일 북위 83.20도 최북단 해변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그린란드 종단 도전의 의의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고 모험과 도전은 그 자체로 값진 것이지만 그를 떠나 지구온난화 문제와 세계적 자원경쟁의 측면에서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남북극이 녹고,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6~7m 높아지게 되고, 지구의 온도가 3도 올라가면, 생물의 30%가 멸종할 것이라고 환경학자들이 경고를 거듭하고 있는 차제에, 이번 탐험을 통해 그린란드 빙하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려 줄 수 있다면 환경에 대한 의식을 다시 한 번 실감 있게 고취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탐험대 하종제 단장(53·(주)KEDO C&C 부사장)의 말이다.
그린란드는 또 자원의 보고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금 다이아몬드 구리 아연 니켈 우라늄 몰리브덴 등 지하자원도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자원 혹은 에너지와 환경은 상충의 개념이라는 것. 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그린란드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온난화가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고, 기상이변도 아니고, 약 500년을 주기로 더웠다 추웠다가 반복된다는 것. 1000년 전에는 나무, 풀도 많고 농사도 지을 수 있을 만큼 따뜻했고 그래서 그린란드라는 것. “요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연안의 어종도 늘어났고 지하자원 개발도 용이해져 우리는 오히려 살기가 좋아졌다. 환경은 너희들이 망쳐 놓고 왜 우리에게는 지키라고 하느냐”는 것. 마치 브라질의 아마존처럼. 이에 대해서는 우리 홍성택이 어떤 메시지를 가져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광구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