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학벌을 따지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 자신도 명문대를 나왔기 때문에 결혼상대는 최소한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던 중 소위 SKY 중 한 곳의 대학원을 나오고 외국계 기업 연구원으로 있는 남성을 소개받게 되었다. 그녀는 좋은 학벌에 어울리는 지적인 외모와 전문성이 엿보이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그녀는 자신과 그가 서로 얘기가 잘 통한다는 뜻으로 “서울의 상위권 대학 나온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은 학부는 서울 근교의 중위권 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중간에서 소개를 한 사람이 최종학력만 말한 것이다. 더욱 미안해진 쪽은 그녀였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의 지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단 1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소개자인 친구의 말을 들으니, 직장도 좋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웬만한 명문대 출신보다 나은데 굳이 학부 얘기를 해서 선입견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왜 학교 얘기를 안 해서 입장 곤란하게 했느냐고 친구를 타박하려 했던 그녀는 그 말을 듣고 보니 차라리 그의 학력을 잘못 알았던 게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가 평범한 대학 출신인 것을 미리부터 알았더라면 아예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경제력을 결정하는 것은 학벌이 아닌 직업
좋은 학벌이나 학력을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와 이익을 얻으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학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 또한 많다.
결혼생활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력일 것이다. 개개인의 경제력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학력이 아닌 직업이다. 최근 들어선 결혼상대를 결정하는 조건 중 학력에 대한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불과 10년여 전과 비교해보더라도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실용적인 젊은 세대 사이에선 학력보다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눈에 띌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
얼마 전 선우에서 미혼 남녀들이 배우자 선택시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더니 남성은 외모(42.7%), 여성은 직업(32.8%)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학력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남녀는 각각 1.7%, 2.8%로 소수에 그쳤다.
이런 변화의 저변에는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가치관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예전처럼 남성의 조건과 능력에 일방적으로 기대려는 경향도 많이 줄어들었다. 남성이 좀 부족하면 자신이 보완하면 된다는 적극적인 사고를 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