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 L 씨의 경험담이다. 며칠 전 소개 자리에서 비싼 저녁을 대접받고 부담스러워하는 그녀에게 상대 남성이 “다음에 사 달라”고 하는 바람에 그녀는 며칠 후 만나 저녁을 샀다. 그 남성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밥만 얻어먹고 안 만나준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였다.
L 씨는 남성들이 굳이 식사시간에 만나자 해놓고 결과가 안 좋으면 본전 타령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첫 만남은 그냥 차만 마시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이 없다는 것이 L 씨의 생각이다.
하지만 또 다른 직장여성 O 씨의 생각은 좀 다르다. 오후 6시에 상대 남성을 만났는데 메뉴판을 보는 그녀에게 상대는 “식사하시게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순간 그녀는 ‘저녁 6시에 만나 식사를 안 하겠다는 것을 보니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그날따라 업무가 많아 점심을 거른 그녀는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남성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결국 그날 만남은 1시간도 안 돼 끝이 났다. 그녀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밥을 굶겨 보내는 그 남성에게 너무 화가 나서 나중에는 배고픔까지 잊게 됐다.
♥ 내가 마음에 안 드니까 밥 안 사는 거지?
첫 만남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수십 번 맞선을 본 직장남성 P 씨는 이성과의 첫 만남에서 가능하면 식사를 하는 편이다. 가볍게 차만 마시고 헤어지면 주선자로부터 “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렇게 티를 낼 수 있느냐” “어쩜 그렇게 예의가 없느냐” 같은 소릴 듣기 십상인 까닭에서다.
아무런 기대 없이 첫 만남에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상대의 말 한마디, 작은 표정까지도 마음에 담아두게 된다. 첫 만남은 가급적 캐주얼한 게 좋다. 주말 오후 3시 정도에 만나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다가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지는 것,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첫 만남의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첫 만남에서 꼭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근사한 저녁을 함께 먹는다는 설정은 첫 만남 계획에서 일단 빼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싫은 사람과 식사를 해야 하는 부담도 없고,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밥도 안 사려 한다는 오해도 생기지 않는다.
♥ 첫 만남은 가볍게 차 한 잔으로
처음 만난 사람과 식사를 하면 불편할 뿐 아니라 행여 안 좋은 모습을 보았을 때 그것이 상대의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에 첫 만남은 가능하면 차 한 잔으로 가볍게 마무리하라고 권하고 싶다. 만약 얘기가 잘 통하고 계속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그때 가서 저녁을 함께 하자고 권하면 된다.
오후 3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밥 사기 싫어서 애매한 시간으로 정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 번 만나 근사하게 밥 얻어먹고 끝낼 요량이 아니라면 괜한 오해를 하지 않는 게 좋다. 꼭 근사한 곳에서 비싼 식사를 대접받아야 상대로부터 존중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