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두뇌’를 깨우리라
71학년도 수석 오세정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문제의 해답을 찾는 데는 익숙하나 문제를 찾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입을 열었다. 해답을 찾는 데만 급급해 문제를 깊이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학창시절 책을 꼼꼼히 읽는 편이었다.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렸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문제를 푸는 데 집착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당시 예비고사는 평균 60점만 넘으면 수석이 가능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따라서 평소에 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고 깊이 공부한 학생이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오 교수는 자신과 함께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70학년도 수석 임지순 씨 역시 한 가지를 깊이 파는 성격이라고 언급하면서 “문제를 파고들라”고 당부했다.
오 교수는 또 ‘자신감’을 고득점의 열쇠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65개국이 참가하는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10위권의 성적을 유지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누가 물리를 잘하냐’는 질문에 자신을 꼽는 한국학생은 20%가 안된다. 반면 평균 50위인 미국 학생들의 50%가 자신이 물리를 잘한다고 답한다”며 “유학시절 미국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학원이나 과외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필요하다는 분위기였다”며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나만의 공부 비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83학년도 수석 서영석 씨는 ‘현실적인 목표-철저한 계획-엄격한 실천-솔직한 평가’라는 4단계의 공부 비법을 소개했다. 서 씨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철저히 따라갈 것을 권한다. 선행학습은 전국 단위 모의고사 1% 이내에 드는 학생이 아니라면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려면 자신의 실력을 차분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씨는 목표를 세운 다음 세부 계획을 짰다고 한다. 그는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연간-월간-주간 계획을 세웠다. 주간 계획은 반드시 한 시간 단위로 쪼개서 치밀하게 세워 주중에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부분을 보충했다. 그는 “하루의 예외는 다른 예외를 낳고 예외의 연속은 실패로 귀결된다”며 엄격한 실천을 강조했다. 또한 “계획대로 실천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능력을 솔직하게 평가하고 능력에 맞춰 목표를 수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서 씨는 빠르게 한 번 공부한 후에 다시 꼼꼼하게 점검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수학의 경우 먼저 차례와 각 단원의 초반부를 훑어본 뒤 내용설명, 보기, 필수예제 중심으로 빠르게 공부했다. 그 후 다시 첫 단원으로 돌아와 필수예제 가운데 못 풀었던 것, 각 필수예제 밑의 유제, 연습문제 등을 중심으로 세 번째 공부를 했다. 그는 “힘들고 버겁게 느껴지는 것을 먼저 공부했다. 재미없는 과목, 어려운 단원을 먼저 공부해 놓으면 점차 공부가 가벼워졌고 뒤로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75학년도 수석 송기호 교수는 ‘집중도’를 공부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고, 암기 과목은 노트를 완전히 외우는 방식으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수험생들을 압박하는 이른바 ‘3당 4락’(세 시간 자면 합격, 네 시간 자면 불합격)에 대한 수석들의 생각은 어떨까. 기자와 연락이 닿은 수석들 대부분은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을 당부했다. 85학년도 수석 이희선 씨는 “잠은 꼭 7시간을 잤다”며 “깨어있는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고, 83학년도 수석 서영석 씨 또한 “‘3당 4락’은 실패한 자들이 만든 허황된 말이다”며 “시험이 내일 모레라도 반드시 5시간 이상 숙면을 취했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각자 공부 방법이 다르다. 이는 마치 식사 스타일과 같다.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껴뒀다 나중에 먹는 사람도 있다. 빨리 후다닥 먹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사람도 있다.
과거 ‘공부의 신’들이 전하는 공부 비법에는 다름 아닌 ‘나만의 방법을 찾아 맛있게 공부하는 것’이라는 단순하고 평범한 진리가 담겨 있었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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