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동훈 전 구청장이 지난 3일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검찰에 구속되며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뉴시스 | ||
현 전 구청장은 최근 기세를 더해가고 있는 검찰의 토착비리 사정 드라이브에 걸려든 첫 서울지역 단체장이라는 점에서 그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선인 현 전 구청장은 재임시절 서대문 관내 대형 건설사업을 추진해 왔고, 이 과정에서 이권개입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었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드러난 현 전 구청장의 비리 액수(수억 원대)는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그 액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전 구청장이 친분이 두터운 일부 여권 실세들에게 총선 때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수사 추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권력형 비리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6월 지방선거 정국을 달굴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동훈 구속’ 후폭풍을 들여다 봤다.
지난 2월 10일 구속된 현 전 구청장은 수억 원대의 뇌물수수 및 각종 상납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구청장은 2005년 7월 특정 지역에 도시계획을 입안해달라는 기획부동산업자 오 아무개 씨 등의 부탁을 들어주고 모두 4차례에 걸쳐 술접대와 현금 등 1억 5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지난 2006년 9월께 서울 삼성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오 씨와 만나 홍은동 모 빌라에 대한 보상금 6억 원 중 3억 원을 추가로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전 구청장의 비리 혐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2006년 10월 백 아무개 씨에게 관내 견인차량보관소를 민간업체가 위탁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미화 1만 달러(약 962만 원)를 건네받는 등 2005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7차례에 걸쳐 모두 2100만여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현 전 구청장은 추석이나 설 등 명절 때마다 백 씨로부터 200만 원씩 ‘떡값’을 건네 받았고, 이 같은 ‘상납행위’는 서대문구청장 집무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현 전 구청장은 또 백 씨에게 지난 2006년 4월 지방선거 당시 서울 연희동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현 전 구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그와 관련된 또 다른 비리 혐의가 속속 드러날 것이고, 비리 액수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전 구청장이 재임시절 관내 각종 대형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었고, 현 전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고위공직자들의 이권 개입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과 경찰은 서대문 관내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구청 전·현직 고위인사들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되거나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 전 구청장의 비서실장 출신 인사만 3명에 달한다. 지난 2002년 7월 서대문구청장에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한 현 전 구청장은 제주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하기 전까지 모두 5명의 비서실장을 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부동산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 전 구청장의 전 비서실장 김 아무개 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김 씨는 현 전 구청장 비서실장으로 근무 중이던 지난 2003~2008년 부동산업자들로부터 특정 지역에 도시계획을 입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8일에는 이 아무개 전 비서실장이 다세대주택을 재개발 지역으로 수용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기획부동산업자로부터 1억 2800만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또 2003년에는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신 아무개 씨가 인사 청탁과 함께 당시 서대문구청 총무국장과 인사계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인사비리 수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현 전 구청장에게 돈을 빌려준 정황이 드러나는 등 현 전 구청장의 연루 의혹이 증폭됐지만 신 씨가 “구청장 모르게 혼자 받은 돈”이라고 진술해 신 씨를 포함한 직원 3명만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전직 비서실장들의 추가 비리 혐의를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이들이 건네받은 뇌물을 현 전 구청장에게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최측근이었던 전직 비서실장들의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전 구청장이 측근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금품을 수수했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사정당국은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 혐의 외에 과거 현 전 구청장이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각종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현 전 구청장이 거주하고 있는 서대문구 홍은동 소재 ‘연희베벌리힐스’ 사업 과정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 재수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희베벌리힐스’ 아파트 사업을 주도한 P 건설사는 고도제한 규정을 어겨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12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뒤 2006년 8월에 준공검사를 통과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서대문구청 담당 국장과 과장, 담당 공무원이 기소됐지만 위법 사항을 지시한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현 전 구청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검찰은 2007년 현 전 구청장이 연희베벌리힐스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담당 공무원들에게 “개발행위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였지만 현 전 구청장이 공무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사건을 마무리한 바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대도 홍제천 공사와 관련한 비리 자료를 입수하는 등 현 전 구청장 비리 의혹 수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제천 공사는 650억 원 이상이 들어간 서대문구의 대형 프로젝트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입찰 과정에서 공고가 여러 차례 바뀌는 등 특정 업체 봐주기 논란과 맞물려 현 전 구청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이권에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이 끊임없이 나돌기도 했다.
이처럼 현 전 구청장 구속 이후 그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 사건이 수면위로 재부상하고 있어 사정당국의 수사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현 전 구청장의 뇌물 액수는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과거 비리 의혹을 포함해 비리 액수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현 전 구청장이 오래 전부터 고향인 제주도지사 꿈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선거자금 등 상당한 액수의 정치비자금을 축적해 왔을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정치 지향적인 현 전 구청장의 행보에 미뤄 이번 사건이 일부 여권 실세에게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2002년 구청장에 당선된 현 전 구청장은 자신의 꿈인 제주도지사에 당선되기 위해 치밀하고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일부 여권 실세를 비롯한 한나라당 정치인들과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 전 구청장은 2004년과 2008년 총선 때 현 여권 실세인 A 씨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재임시절 A 씨의 정치활동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 전 구청장은 또 다른 여권 실세인 B 씨를 비롯한 다수의 여권 정치인들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등 후원자 역할을 자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현 전 구청장이 재임시절 각종 이권에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못한 배경에는 여권 실세 등 현 전 구청장과 친분이 두터운 정치인들의 후광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사정이야 어찌됐든 재임시절에 불거진 현 전 구청장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용두사미식으로 수사를 마무리 한 사정당국이 이번만큼은 그의 비리 혐의를 철저히 파헤쳐 낼 수 있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현 전 구청장의 개인비리로 끝날지 아니면 여권 실세들에게 불똥이 튀는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확전될지 그 키를 쥐고 있는 현 전 구청장의 ‘입’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