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소개받은 남성과 예닐곱 번의 만남을 가진 20대 중반의 여성 L 씨. 대화도 그럭저럭 잘 통하고, 가볍게 술 한잔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은 무난한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L 씨는 상대가 자신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가 L 씨를 집에 데려다 주지 않는 까닭에서다.
처음 세 번 정도 만났을 때까지는 데이트 후 집에 꼭 바래다주던 그가 얼마 지나자 ‘L 씨와 만나면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차를 갖고 나오지 않게 되면서 L 씨를 택시에 태워 보내더니 이제는 전철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지는 경우도 잦아졌다.
늦게까지 술자리를 함께하고 나서 10시가 넘어 택시를 태워 보내놓고는 걱정된다며 계속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그의 행동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그렇게 걱정이 되면 바래다줘야지 왜 혼자 보내냐’는 것이다. 상대가 정말 마음에 든다면 집에 바래다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녀는 요즘 그 남자의 감정이 처음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집에 바래다준 그가 나를 거절한 것은 무슨 뜻?
L 씨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그녀는 남성이 여성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이 호감의 표현이라고 믿고 있다. 그 남성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기에 그가 보여주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럴 땐 ‘역지사지’라는 말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집에 바래다주지 않는다고 서운하게 생각한 그녀에게 묻고 싶다. 자신을 바래다주고 늦은 밤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남성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느냐고. 그리고 그에게 “집에 바래다달라”고 솔직하게 얘기해본 적이 있느냐고.
이성을 만나면 그가 자신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집에 바래다주지 않는다, 고로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식의 해석은 경솔한 듯하다.
집에 바래다주는 것을 꼭 호감의 표현이라고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깔끔하고 예의 바른데다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멋진 남성과 맞선을 본 한 여성은 함께 차 마시고, 저녁 먹고 나서 그가 집까지 에스코트 해주자 부풀어 오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남자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선자를 통해 전해들은 그 남자의 답변은 “인연이 아닌 것 같다”였다.
♥ 이런 매너는 조금 부족해도 결격사유가 아닌데…
집에 바래다주냐를 두고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만남 초기에는 자신의 집을 상대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여성들도 있다. 불미스럽게 헤어질 수도 있으며, 상대의 감정이 일방적이어서 스토킹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집에 데려다준다고 하면 ‘너무 들이댄다’는 인상을 줄까 싶어 조심스러워 하는 남성들도 있다.
이성을 대할 때 지나치게 깐깐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상대의 태도를 평가하지 않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멋진 연애를 바란다면 상대의 장점을 먼저 볼 줄 아는, 조금은 여유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