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후계 승계 작업을 염두에 둔 듯하다. 사진제공=청와대
최근 김승연 한화 회장의 행보를 두고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5월과 비교해 김승연 회장의 건강은 많이 좋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삼남 동선 씨를 응원하기 위해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경기가 열린 인천 백석동 드림파크승마장을 찾은 김 회장. 당시 한화그룹 관계자는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몸 상태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며 “계속 부축 받았고 진땀을 많이 흘렸다”고 설명했다.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인 김 회장은 이후 본격적으로 한화그룹 사업재편을 지휘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11월 말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1조 9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간 최대 ‘빅딜’로 평가될 만큼 화제가 됐다.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로 삼은 태양광사업도 재편했다. 지난 8일 글로벌 태양광업체 1위를 목표로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합병한다고 발표한 것. 김 회장은 지난 7~9일에는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회장은 그룹의 사업·조직개편을 계속해나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11일에는 삼성 계열사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화생명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풍문도 돌았다. 그러나 한화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김 회장이 최근 챙긴 것들을 살펴보면 방산·화학산업, 태양광, 이라크 신도시 건설 등인데 이들은 모두 한화그룹의 미래가 달린 것”이라며 “그룹의 미래를 직접 확인함과 동시에 후계 승계 작업을 염두에 둔 듯하다”고 말했다.
신년이면 김승연 회장의 나이는 만 63세가 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72), 정몽구 현대차 회장(76), 구본무 LG 회장(69) 등에 비하면 젊다. 아직 후계구도를 논하기 이르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틀을 잡아놓는 것이 필요하고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0월 김 회장의 삼남 동선 씨는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한화건설 매니저로 입사했다. 이로써 김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모두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실장은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이미 중요한 위치에 올라 있고 차남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팀장 역시 회사와 업무에 적응했다는 후문이다.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는 입사하자마자 이라크 건설 현장을 오가는 등 경영수업이 한창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입사 직후부터 바쁜 일정을 보내는 듯하다”면서 “해외출장도 잦아 얼굴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김승연 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후계 승계 작업이 미흡한 상태에서 이 회장이 갑작스레 쓰러진 탓에 삼성이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것을 지켜본 김 회장이 세 아들에게 경영수업을 시키면서 후계 승계 작업의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 실제로 재계에서는 삼성과의 빅딜, 태양광사업 재편 등에 한화그룹 후계 작업이 잠재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현재 그룹 지주회사인 ㈜한화의 지분 구조를 보면 김승연 회장(22.65%)을 제외하고 세 아들의 지분율이 미미하다. 장남 김동관 실장이 4.44%를 보유하고 있으며 차남 김동원 팀장과 삼남 김동선 매니저는 각각 1.67%를 갖고 있다. 이들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은 삼형제 회사인 한화S&C의 몸집과 가치를 키워 ㈜한화와 합병하는 것이다. 한화S&C는 김 실장이 50%, 김 팀장이 25%, 김 매니저가 2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 한화S&C의 100% 자회사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는 것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차남과 삼남이 경영수업을 계속 받아야 하고 김 회장의 나이도 있어서 아직 급한 일은 아니겠지만 후계 승계의 토대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며 “큰 옥고와 병 치료를 경험한 후 이건희 회장의 경우를 본 터여서 급한 마음이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SK·CJ, 김승연 행보가 야속한 까닭 ‘여론 더 악화되면 어쩔 거야!’ 김승연 회장의 행보를 야속하게 생각할 만한 곳이 있다. 총수가 부재 중인 SK그룹과 CJ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법원에서마저 징역 4년이 확정돼 현재 구속 수감 중이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현재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정지 상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31일 법정구속됐으며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재현 CJ 회장에겐 김승연 회장의 광폭 행보가 더 야속하게 비칠 수도 있다.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2012년 8월 법정구속된 김승연 회장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돼 총수 석방을 기다리는 SK와 CJ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사실상 경영 복귀한 것은 물론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SK와 CJ에게는 다소 야속하게 비칠 수도 있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소연한 게 몇 개월 전인데 보란 듯이 건강한 모습으로 사업을 지휘하는 것이 SK와 CJ에는 덕이 될 게 없다”며 “가뜩이나 석방시켰더니 거봐라, 하는 사람이 많은 터라 구속 중인 재벌 총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의 김승연 회장을 보면 지난 2월 병상에 누운 채 참석한 파기환송심 때 모습, 지난 3월 휠체어를 탄 채 미국으로 출국하던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다. SK와 CJ 내부에서는 김승연 회장에 대해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태원·이재현 회장의 처지는 아랑곳없이 내 갈 길 가겠다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구속 상태인 최 회장보다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 회장이 느끼는 야속함이 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승연 회장 역시 구속 수감된 지 4개월여 만에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편 김 회장의 복귀로 활력을 되찾은 한화그룹은 뜻하지 않은 철퇴를 맞았다. 지난 9일 오전 검찰이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건물을 압수수색한 것.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화 경영기획실 소속 차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