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K 씨는 요즘 선을 보느라 한창 바쁘다. 주말이면 어머니 동창의 딸, 직장 동료의 처제 등 여러 여성을 소개받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세상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여성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웬만하면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생각지도 않았던 난처한 상황에 부딪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얼마 전 만났던 한 여성의 경우도 그렇다. 그녀는 고기를 전혀 안 먹는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고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받아들이지를 못한다고 했다. K 씨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몇 번 만나면서 함께 식사할 곳을 찾기가 힘들어 애를 먹게 되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K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고기라는 점도 그녀를 만나는 데 작지 않은 걸림돌이 됐다.
‘데이트할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결혼한 후에도 계속 밥상에 푸성귀만 올라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니 K 씨는 절로 한숨을 내쉬게 됐다. 사정을 모르는 남들은 “식성까지 따진다”며 까다롭다고 하겠지만 고기 좋아하는 남자가 고기 안 먹는 여자랑 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였다. 결국 K 씨는 그녀를 그만 만나기로 결정했다.
♥ 미각의 취향이 많이 다르면 갈등 생길 수 있어
K 씨의 선택은 옳았다. 미각의 취향이 전혀 다를 경우 그에 따른 갈등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는 TV 드라마만 봐도 알 수 있다. 남편은 아침에 꼭 밥을 먹어야 하는데 아내는 토스트를 먹자고 해서 부부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이 곧잘 나온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매일 같이 식사를 해야 하는 만큼 식성이 다르면 매일 다툴 수도 있는 셈이다.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 L 씨는 얼마 전 술을 전혀 못 마시는 남성을 소개받았다. 주선자는 “술을 안 마시면 실수나 탈선하는 일이 적지 않겠느냐”고 했고 L 씨도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만남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근사한 와인바에도 가고 싶고 가볍게 맥주 한잔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그 음식만 피하면 되겠지만 술을 못하는 남자와 함께 갈 만한 곳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남자가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L 씨는 결국 그에게 술을 가르치기로 했다. 정 못 마시겠다면 분위기라도 즐길 줄 알게 만들 참이다.
♥ 식성은 함께 살면서 실감하는 현실적인 부분
배우자를 만나는 일은 무슨 수학공식처럼 ‘내가 이런 조건을 갖췄으니 상대도 이러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는 문제다. 양말을 뒤집어 벗고, 치약을 마구 눌러 짠다는 사소한 이유로도 얼마든지 싸울 수 있는 것이 부부 관계다. 술을 마신다, 못 마신다, 식성이 다르다, 비슷하다…. 이런 부분은 사소한 듯 보이지만 함께 살면서 실감하게 되는 현실적인 부분이다.
식성이 비슷하다는 것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 둘 다 좋아하는 음식 한 접시만 있으면 마음에 쌓인 것을 훌훌 털어낼 수도 있다. 퇴근길에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하면서 “역시 우린 천생연분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이 두 사람을 더욱 결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