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이미 비자기간이 만료됐던 그녀는 치료를 마친 지난 13일 자신의 고국인 러시아로 강제추방당한 상태. 지난 5월10일 입국할 당시 지니고 있었던 1주일짜리 관광비자의 체류기간이 훌쩍 지났을 뿐만 아니라 입국금지사유에 해당하는 ‘전염병 보균자’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당초 우려됐던 ‘에이즈 파문’도 그녀의 강제출국과 함께 일단락될 전망. 하지만 그녀가 한국에 머물렀던 기간의 행적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아 ‘에이즈 러시안걸 후폭풍’이 일지도 모를 상황이다.
충북 음성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이양원씨(가명·32). 의욕적으로 시작한 가게에 의외로 파리만 날리자 지난달 중순 묘안을 생각해냈다. 러시아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호기심을 이용해 보기로 한 것. 러시아 여성 소피아(가명·31)는 이렇게 이씨의 술집과 인연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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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즈에 감염된 러시아 여성이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고 돌아다녔던 두 달간의 행적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다 | ||
이씨의 실수라면 소피아의 얼굴을 미처 확인하지 않고 데려온 데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 여성을 스카우트할 요량으로 그 즈음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고 한다. 이씨가 한 외국인 전용클럽 앞에 서 있을 때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다가왔다.
짧은 한국말로 “러시아 여성이 필요하냐” “우리가 소개시켜 줄 수 있다”고 외치던 그들과 서둘러 계약을 마친 이씨. ‘며칠 뒤 여자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음성으로 돌아온 그는 정작 소피아가 내려왔을 때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외모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던 것. 하지만 무르기에는 이미 늦은 일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소피아를 데리고 온 이씨는 몇 차례 그녀를 룸에 넣어보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때마다 비난을 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사장인 이씨. 표면적으로는 한국어를 전혀 못해 답답하다는 게 손님들의 불만이었지만 밑바닥에는 그녀의 외모에 대한 실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로 이 업소 주방에서 일하던 한 여성(28)은 “(소피아가) 룸에 들어갔다가 퇴짜맞고 나오는 걸 여러 번 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러시아 여성’이라는 플러스 알파의 장점은 그녀의 형편없는 외모가 상쇄해 버린 셈이었다.
그녀가 속칭 ‘2차’라 불리는 윤락행위에 나서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런 데 있었다. 하지만 외모로 인한 그녀의 불운은 이내 수많은 한국인 남성들의 ‘행운’으로 이어진다.
이틀 뒤, 그날 하루도 공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소피아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가게 접대부들과 함께 지내던 합숙소로 돌아가던 도중 운전을 해주던 동료가 깜빡 졸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날 사고 때문에 머리를 다친 그녀는 뇌수술을 위해 급히 분당 모 병원으로 후송됐다. 전치 4주의 부상. 이 과정에서 혈액검사가 이뤄진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검사결과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 소피아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자였던 것. 병원측에서는 부랴부랴 관할 보건소에 이 사실을 알렸고, 경찰에도 거의 같은 시점에 신고가 접수됐다.
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먼저 그녀가 마지막으로 일하고 있던 업소에서 윤락행위가 있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경찰에 따르면 소피아가 문제의 업소에서 실제로 일한 것은 단 이틀. 첫 출근일인 지난달 22일 밤부터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고 해도 사고가 일어난 시점이 24일 새벽 5시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22일과 23일 자정 전후까지 일한 것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이 기간 동안 소피아의 윤락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단 윤락 사실을 부인하는 업소측 주장도 주장이지만, 이 일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탐문을 해봐도 상대남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그녀의 ‘미모’에 대한 주변의 평가도 그런 판단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정작 문제는 지난 5월10일 입국한 뒤부터 이 업소를 찾기 전인 지난달 21일까지 두 달여 동안의 소피아의 행적.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그녀는 ‘(그 기간에) 경기도 안산의 의류공장에서 일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장의 이름이나 위치, 연락처 등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경찰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한국어를 못한다고 해도 자신이 일했다는 곳에 대해 그렇게까지 기억을 못할 리가 있느냐. 아마 이태원 등지에서 떠돌아다녔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소피아가 이 기간 동안 성접촉을 한 대상에 대한 부분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 그녀는 이와 관련해 “흑인 사병과는 관계를 맺은 적이 있지만, 한국 사람은 좋아하지 않았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의 흑인 사병에 대해서는 “결혼할 사람일 뿐이며 내 사생활이니 묻지 말아달라”고 말꼬리를 흐렸다고.
경찰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비록 불법체류중인 범법자였지만 외국인 여성인 데다 환자이기도 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수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매번 통역을 통해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어려움이 뒤따른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와중에 교통사고에 대한 보상문제가 완료된 지난 13일, 소피아는 병원 퇴원과 동시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강제출국 조치를 당했다. 전염병 감염자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서 규정한 입국금지 대상자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에이즈 감염자인 소피아가 하루라도 더 한국에 머무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의 판단. ‘덕분’에 그녀가 보건당국의 관리를 전혀 받지 않은 채 돌아다녔던 지난 두 달간의 행적에 대한 수많은 물음표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