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으로 사고를 낸 5명의 운전자 가운데 2명은 현장에서 그대로 도주했다. 경찰은 일단 나머지 세 명의 운전자를 긴급체포했지만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직접적인 사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사체의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도망간 두 명의 운전자를 검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섯 대의 사고 운전자 가운데 가장 무거운 과실치사 혐의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지난 11일 밤 10시40분께 전남 함평군 학교면 고막리 고막교 앞 광주-목포간 편도 2차선 국도. 인근 주민 노아무개씨(39)가 귀가길 발걸음을 재촉하며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가고 있었다. 건너편 차선에선 전남 무안에서 벌초를 마치고 광주로 돌아가던 이아무개씨(26)의 승용차가 막 달려오던 중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너머로 이씨의 시야에 노씨가 포착된 것은 바로 그때. 이씨는 급히 제동을 걸어보려 했지만 이미 우측 백미러로 노씨를 치고 난 뒤였다.
이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잇따라 달려오던 4대의 승용차 역시 연달아 노씨를 치고 말았다. 이 가운데 두 번째, 세 번째 승용차는 사람을 치고도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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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 모두가 과실치사 부분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 우선 최초로 사고를 낸 운전자 이씨는 “진행중 무단횡단하던 노씨를 우측 백미러로 충격한 뒤 정지했다”며 “사람이 죽을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최초의 사고를 낸 것은 맞지만 가벼운 부상으로 그칠 수 있었던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데는 뒤따라 피해자를 친 차량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억울함’을 토로하기는 네 번째, 다섯 번째 사고차량의 운전자들도 마찬가지. 사고 당시 딸을 만나기 위해 광주로 향하고 있던 네 번째 차량 운전자 김씨는 “세 번째 차량과 약간 거리를 둔 상태에서 진행하던 중 검은 물체가 보여 핸들을 좌측으로 꺾었는데 그 순간 우측 앞바퀴로 친 것 같았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앞쪽 차들이 먼저 친 만큼 ‘피해자가 그 당시 이미 사망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 김씨의 반문. 마지막 차량의 운전자 이씨 역시 김씨와 비슷한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난감하게 된 것은 오히려 경찰. 일단 수사상 가장 큰 어려움은 유일한 목격자인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이다. 사고 현장 도로 양옆에는 마을이 자리잡고 있고, 현장에서 10∼20m 떨어진 지점에는 버스 정거장도 있었지만 늦은 밤이라 제2의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다.
사건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두 대의 뺑소니 차량의 흔적이 사고 현장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이들을 추적할 만한 단서가 좀처럼 확보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일단 경찰은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사체의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검거된 세 명의 피의자에 대해서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정확한 결과가 나오려면 이달 말까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며 “단독사고라면 비교적 명확하게 사망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수월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명의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와 다섯 명의 피의자들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경찰. 뺑소니를 친 두 명의 신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 시비를 가리기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연 가장 무거운 과실치사 혐의는 이들 중 누구에게 돌아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