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의원들이 연말을 앞두고 법안 처리 ‘성과 챙기기’에 분주하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으로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정치권에서는 초선 의원을 평가할 때 ‘초선답지 않다’라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이 말은 입법 활동이나 국감 등 내실을 가꾸기보다 주요 당직이나 정치적 발언, 언론 플레이에만 치중하는 초선들을 비판할 때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인다. 그만큼 정치 신인인 초선 의원에게 내실을 쌓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많다. 각종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도 초선들의 입법 활동이나 국감 내용을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을 받고 있는 초선들이 연말을 앞두고 법안 성과 챙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1년차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국회의원으로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법안처리 실적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초선들이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당내 기반이 약한 초선 의원들은 내년에 다가올 공천을 위해 평가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성과를 만들어 놓는 것이 유리하다. 한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실 관계자는 “사실 공천에 법안 처리 비율이 많이 반영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저조할 경우 불이익을 당하는 정도다. 그보다 사회단체의 모니터링 제도 등을 의식해 열심히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12월 29일 본회의에서 각 상임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고, 임시국회가 신년 1월 13일까지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보좌진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의원이 법안 통과 여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추진한 법안이 통과가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자 보좌진들 탓을 해 힘들었다. 통과 여부가 보좌진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공천이 걸려있는 만큼 초선 의원들은 전력을 다하고 있다. 보좌관과 비서관, 정책 비서까지 총동원해도 손발이 부족해 인턴들도 법안 발의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 시즌이 되면 인턴들도 참여한다. 우리 같은 경우 보좌진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 법안을 만들어보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쟁점이 되는 법안이나 이상적인 법을 발의해 통과율이 저조한 의원들도 있다. 활동은 열심히 했지만 눈에 보이는 객관적 성과는 얻지 못해 아쉬운 성적을 받은 것이다. 이 같은 경우 현실적인 민생 법안으로 선회하기도 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우리 방 같은 경우 의원의 관심사에 의해 방송법을 많이 냈는데 여야 쟁점이 강한 사안이라 내년이 돼도 통과되기 어렵다. 지금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민생법안에 치중하고 있다. 여야 이견이 없는 비쟁점 법안이라 내용에 의미가 있으면서도 통과율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일요신문>(1166호)의 ‘19대 비례대표 48명 의정활동 베스트&워스트’ 보도에서처럼 언론을 통해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은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 의원실은 내부적으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문제점을 찾아내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왜 우리 법안이 통과율이 저조했는지 파악해 문제점을 찾아냈다. 보고서 내용에는 시간별로 어떤 법안을 냈는지, 그리고 왜 통과가 안됐는지 분석했고 평가 내용도 적어 의원에게 보고했다”고 귀띔했다.
법안 처리 시즌이 되면 가장 달라지는 것이 의원실 사서함이다.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의원 사서함에는 요즘 ‘법안 공동발의 요청서’ 같은 유인물이 늘어났다. 그 유인물에는 의원들이 자신이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한 설명과 법안 발의에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해당 유인물은 지지 세력이 약한 초선 의원들이 즐겨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수도권 새정치연합 의원실 비서는 “요즘 공동발의 요청서가 많이 늘어났다. 초선 의원들이 보낸 것도 많은데 특히 비례대표 의원들의 것이 많다. 지역구를 받으려면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지역구를 지닌 초선보다 법안 발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법안 발의로 내실을 키우면서도 지역구 관리도 놓칠 수 없는 것이 초선 의원들의 형편이다. 지역구 출신 초선들은 국감이 끝나자마자 지역구 예산부터 지역 행사 참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여기에 지역위원회를 구성중인 야당의 경우 초선 의원들이 ‘헤매는’ 경우도 있다. 앞서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위원회 구성은 복잡한 편이다. 당원과 대의원들이 각자 맡은 역할도 다르고 안에 위원회 등도 있다. 의원에게 각각 맡은 역할과 구조를 표로 만들어 가르쳐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뒤늦게 들어온 야당 초선 의원들도 정신없이 국감을 끝내고 이제는 지역구 관리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 의원실은 보좌관들을 모두 지역에 보내 지역위원회 구성에 올인하고 있다. 해당 의원의 측근은 “국감 이후 지역구 활동에 올인 중이다. 지역위원회 구성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