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4050세대 여성 고객층을 타깃으로 ‘힐링’ 코드를 접목한 한식뷔페나 샤브샤브 샐러드바 등이 더욱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큰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풀잎채 매장, 센티멘탈 향초제품, 모리샤브 매장 모습.
전문가들은 2015년 창업시장 역시 분위기가 크게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정부 및 공공기관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고, 이에 소비자들 역시 과시적인 소비보다 합리적인 소비 성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4년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증가세로 접어든 자영업 점포 매물 수는 2015년 상반기까지 비슷한 추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소 점포라인에 따르면 2014년 자사DB에 매물로 등록된 수도권 점포수는 전년(7139개) 대비 11.4% 늘어난 7953개로 집계됐다. 2010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수도권 소재 점포매물(1층) 수가 2014년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도권 점포 매물 수는 2010년 1만 1406개, 2012년 7338개를 기록하는 등 2013년까지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었으나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전반적인 수익률 감소까지 뒤따르면서 점포를 정리하려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점포 매물 수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매물 수 증가가 큰 곳은 서울이었다. 서울 지역 점포 매물 수는 2010년 8758개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5500개를 밑돌았는데, 2014년에 들어서면서 6208개로 2013년 5296개보다 17.2%(912개) 늘어났다. 인천 지역은 2013년에 비해 13개 줄어든 251개, 경기 지역은 85개 줄어든 1494개로 집계됐다. 그러나 12월 통계까지 포함하면 두 지역 모두 2013년 점포 매물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점포라인 김창환 대표는 “점포 매물 중에서도 1층 물건은 지하나 2~3층에 비해 홍보가 쉽고 고객 접근성도 좋아 자영업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1층 점포 매물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전반적인 자영업 여건이 안 좋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향후 자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면 상권 형성이 보장되지 않는 신축 점포보다는 매출이 활발한 기존 상권 내 점포를 전문가 상담하에 인수하는 것이 수익성과 안전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창업시장에 암울한 전망이 예상되면서 기존 창업자들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힐링’과 ‘가격’으로 고객몰이에 나서고, 신규 창업자의 경우 대형 음식점 형태의 투자형 창업과 스몰 점포 창업으로 양분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특히 2015년 창업시장에서 이른바 ‘골드퀸’으로 불리는 40~50대 여성고객층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유통, 패션, 식품, 외식 등 업종을 불문하고 4050세대 여성들이 강력한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이들은 구매력과 경제력이 탄탄하면서도 2030세대에 비해 합리적 소비를 추구한다. 주목할 부분은 무조건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본인의 가치에 맞고 품질도 좋은 음식을 합리적 가격에 구매하려는 가치소비 경향이 한층 강해졌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가정 내 소비 결정권을 지니고 있어, 가족 또는 지인 등 3~5명의 고객을 유입시키기도 한다. 가족을 중시하면서도 건강, 취미 등 본인을 위한 소비에도 적극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과거 4050 여성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5일 대구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는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2014년, 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330㎡(약 100평) 이상의 규모의 대형 음식점들이 대부분 어려움을 겪었지만 4050세대 여성 고객층의 소비심리를 잘 파고들며 좋은 반응을 얻었던 ‘힐링’ 코드를 접목한 외식업(한식뷔페, 샤브샤브 샐러드바 등)은 2015년에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와 반대로 적은 투자비용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실패하더라도 손해가 적은 미니 점포 창업에 대한 인기도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대료가 저렴하면서도 동네 상권에서 다양한 손님들을 타깃으로 하는 업종(주먹밥, 도시락, 밥버거 등)이 주목된다.
판매업종에서는 2014년 떠오르기 시작한 향초전문점의 꾸준한 약진이 예상됐다. 향초나 디퓨저(Diffuser) 등 발향 제품들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일부 마니아층에서 찾았지만 최근에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권 트렌드에서는 상가권리금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인기 상권에서 임대료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 상권의 경우 비싼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손을 들고 나오는 점포가 발생하는 반면 주택가 상권이나 대형 상권의 주변부 입지, 중하급 상권에서는 해당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틈새 아이템 창업 수요가 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2014년 부진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유행 업종 위주의 신규 브랜드 출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성적이 부진했던 브랜드보다 시장에서 급속한 팽창효과가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사 브랜드가 속속 생겨날 것으로 예측됐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예비창업자들은 빠르고 쉽게 창업하면 그만큼 빠르고 쉽게 실패할 수 있다는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며 “가맹점수 확장에만 열을 올리는 얄팍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반드시 피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4년에는 구조조정 등으로 조직생활을 떠나게 된 시니어 예비창업자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곧바로 창업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실업수당을 받는 시점까지는 시장을 살펴보고 관련 창업교육을 받는 등 준비하다가 실업수당이 종료되는 시점인 2015년 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시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총 투자금액 1억 원 내외의 아이템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억 원 내외의 창업은 가장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소상공인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창업을 준비하는 데 고작 3~6개월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최소 1년만이라도 체계적인 이론교육과 현장 교육을 충분히 받고 창업에 나서야 실패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