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3법’을 논의키로 합의함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최대 수혜지로 손꼽힌다. 사진은 개포주공 아파트 단지 전경. 구윤성 기자
주택 3법은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3년으로 유예)를 담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재건축 사업시 조합원들이 3주택까지 분양받을 수 있도록 허용(기존엔 1주택만 분양 허용)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분양시 지자체에 설치된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사전에 적정 분양가 심사를 받도록 한 제도다. 2006년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2007년 9월부터 도입·시행했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주택공급량이 줄고, 주택기술개발 등 건설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정부·여당은 이에 따라 18대 국회인 2009년부터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추진해왔으나 야당의 반대로 계속 무산돼 왔다. 관련법이 만들어진 지 8년 만에, 폐지 법안이 발의된 지 6년 만에 ‘탄력적용’이란 이름으로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상한제가 사라질 전망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는 2006년 9월 시행됐지만 과도한 재산권 침해 및 시장 침체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재건축으로 얻은 정상적인 이익을 최고 50%까지 환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의견을 받아들여 2012년 12월 법안을 개정, 올해 말까지 2년간 부담금 부과를 유예해 왔다. 이번에 3년 유예로 개정안이 연장되면서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재건축 사업장은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이 부과된 곳은 총 4개 사업장이 전부다.
재건축 조합원 1주택 분양허용은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 사업시 조합원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주택 수와 상관없이 1주택만 우선 분양받을 수 있도록 제한한 제도다. 과도한 투기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일반분양의 미분양이 우려되자, 정부는 조합원이 원하는 경우 주택의 우선공급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우선공급 주택 수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3주택까지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부동산 3법의 여야 합의에 부동산업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9·1 대책 이후 두 달 만에 꺼진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규제 완화 내용이 원안에서 많이 후퇴한 데다 9·1 대책 발표 이후 넉 달이나 지난 뒤 합의가 이뤄져 효과가 떨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꺼져가는 시장 불씨를 조금이라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3법 국회 통과로 재건축·리모델링 시장 등이 활성화하고 주택건설산업도 더 발전할 것”이라며 반색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3법과 무관하게 실수요자가 움직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주택 시장이 모두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집값이 조금만 오르면 추격 매수가 더 이상 붙지 않고 있다”며 “제도완화와 상관없이 내년에도 집값 반등이나 전세난 해결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완화한 9·1 대책 이후에도 거래 움직임이 두 달여 만에 둔화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9·1 대책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집값도 호가 중심으로 많이 올라 무주택자들도 주택매입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11월부터 시장 분위기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12월 들어서는 거래량도 크게 줄고 집값도 다시 하락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주택거래량은 전달인 10월에 비해 17%나 줄어든 9만 1000가구에 그쳤다.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9·1 대책 전후 아파트 값 변동률은 8월 0.14%였다가 9월엔 0.32%로 크게 올랐다. 10월도 0.36%로 상승세가 증가했지만, 11월엔 0.24%로 변동률이 감소했다.
거래량이 줄면서 실거래가도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전용면적 41.98㎡형 아파트는 지난 10월 6억 7500만 원에 팔렸지만 지난 11월에는 6억 5400만 원에 거래돼 2000만 원 이상 내려갔다. 서초구 반포 센트레빌 전용 71.49㎡형 아파트도 4층이 10월 6억 4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11월에는 조망이 더 좋은 8층이 4000만 원 싼 6억 원에 팔렸다.
반면 9·1 대책 이후 전셋값은 집값보다 더 많이 올랐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37%, 10월에도 0.37% 올랐다. 11월에는 0.32%로 상승폭이 약간 줄었지만 전세의 월세전환에 따른 전셋값 급등현상은 새해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야당이 내놓은 임대차안정화 방안은 오는 2월까지 가봐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전환율을 4%로 인하하는 야당안에 대해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논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하되, 구체적인 인하율 등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기로 했다. 정성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1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차등록제는 3월 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 약 6개월간 논의를 거쳐 도입 시기, 방식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은 이르면 새해 하반기나 늦으면 2016년에나 도입가능하고 임대차등록제는 빨라야 2017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실제 도입할지는 2월 임시국회가 열려봐야 알 수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거래가 늘어나는데도 집값은 계속 제자리걸음이고, 전세 거주자들이 집을 사면 안정될 것이라던 임대차 시장도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며 “이는 주택보급률이 103%에 달하고 주택을 소유 개념으로 보지 않는 젊은층이 늘면서 자연스레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