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수된 고객명단> 포주 황씨가 남성고객 5백 명의 정보를 꼼꼼히 적어놓은 장부. | ||
얼마전 울산에서 룸살롱 고객의 윤락정보를 담은 이른바 ‘나가요걸 살생부’(<일요신문> 11월2일자 보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폰팅걸 살생부’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특히 이 장부에는 고객 남성들의 연락처는 물론 날짜와 상대 윤락녀의 이름까지 그대로 적혀 있어 해당자들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성인폰팅방 남성회원들을 상대로 윤락을 알선해온 황아무개씨(여·48)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장부를 압수했다. 경찰은 조만간 이들을 전원 소환해서 윤락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성인 폰팅방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남성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등 현재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장부를 통해 파악된 남성은 대략 5백여 명. 황씨가 검거 직전에 일부 장부를 소각시킨 것으로 드러나 이들까지 포함하면 명단에 든 사람은 최대 1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씨는 이들의 휴대폰 번호를 날짜별로 꼼꼼하게 정리해 두는 한편, ‘뚱뚱하다’ ‘인상이 좋다’ ‘매너 양호’ ‘나쁜 놈’ 등 외모와 성격까지 별도로 기록해 둬 고객 유치에 적절히 활용해 왔다.
또 상대 윤락녀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두고 윤락이 성사되지 않은 경우 ‘cancel’이라는 표시까지 해두는 등 이 장부를 통해 매출관리까지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의 한 관계자는 “한 번 윤락을 알선해 준 남성들에게 수시로 연락을 하고, 연락이 안되는 번호는 별도로 표시를 해 명단에서 삭제하는 등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황씨를 통해 10여 차례나 윤락을 한 ‘단골’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황씨가 윤락 알선에 이용한 것은 남·여 회원간 대화를 연결시켜주는 성인 폰팅방의 전화사서함 서비스. 여성회원으로 가입한 황씨는 연결되는 남성의 전화사서함에 자신을 ‘강남 언니’라 소개하고, “좋은 여자들이 있다”며 윤락을 제안했다.
황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들과 이들의 소개로 만난 또다른 여성 회원들을 대거 확보해 두었다. 전직 간호사, 미용사, 술집 접대부, 가정주부 등 주로 20∼30대 여성들로 장부에 기재된 수만도 35명에 이른다. 황씨는 타인 명의로 구입한 휴대폰으로 남성들이 연락해 오면 이들을 윤락 파트너로 연결시켜 주고 소개비를 받아 챙겼다.
경찰의 본격적인 소환조사가 시작되자 장부에 오른 ‘고객’들의 실체도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가정을 둔 30∼40대 유부남으로,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과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학을 다녀와 박사학위까지 받은 엘리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떨군 채 “제발 집에는 알리지 말아달라”며 애원하기도 했다.
한 40대 남성은 “노래방에서 시간당 10만원을 주고 노래만 불렀을 뿐 성매매를 한 사실은 없다”고 우겨댔다. 그러나 담당 경찰이 증거자료와 함께 대질심문을 시키겠다고 하자 “같은 남자끼리 그 정도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읍소 작전으로 돌변하는 풍경도 연출되었다.
한 30대 직장인은 “미성년자랑 한 것도 아닌데 이게 죄가 되는지 몰랐다. 그러면 미아리 같은 데 가는 것도 다 불법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윤락녀들과 마찬가지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밝혔다.
한편 성인폰팅방을 이용한 윤락고객 명단이 경찰에 압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칫 자신에게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고민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성인폰팅 서비스를 이용한 적 있는 이들은 자신의 정보가 엉뚱하게 사용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성인 폰팅방의 경우 전화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업체에서 이 정보들을 모아 고객 명단을 만들어 관리해오다 윤락업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을까 해서다.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성인폰팅 서비스를 이용한 적 있다는 노 아무개씨(33)는 “호기심에 몇 번 이용하다가 별 흥미를 못 느껴서 그만뒀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누구누구가 연락을 기다린다’는 식의 광고 메시지가 날아온다. 업체에서 고객 명단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는 듯하다”며 불안해 했다.
현재 성인폰팅방을 운영하고 있는 남아무개씨(35)는 “폰팅 서비스의 경우 한 번 이용해 본 사람이 다시 전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체들마다 자체적으로 고객관리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용자들 대부분이 성적 불만이나 호기심이 높아 성매매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에서 이들 명단이 윤락 알선업자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성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