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동북쪽으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현재 이 마을의 주민은 1백 가구 정도다. 마을은 대부분 농지로 이루어져 있고, 마을 주변은 소요산 끝자락에서 내려온 야트막한 야산들이 감싸고 있다. 인근에는 유서 깊은 화암사, 현등사 등이 있어 평소 이 마을은 사찰을 찾는 외부 사람들이 드나들 뿐 평온했다.
그러던 이 마을이 요즘 공포에 휩싸였다. 연일 경찰들이 드나들고, 언론사 기자들도 자주 찾고 있다. 소흘읍이란 단어가 신문지상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해만 떨어지면 아예 마을은 적막에 휩싸일 정도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 마을에 때아닌 공포가 엄습한 것은 잇단 실종, 살해사건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중학생 엄현아양(15) 피살사건에 이어 보험설계사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여중생 성폭행사건, 의문의 변사체사건 등 엽기적인 사건이 잇따라 이 마을에서 일어났다. 공포에 싸인 소흘읍을 현장 취재했다.
엄양의 시체가 발견된 지 5일 후인 지난 13일 현지를 찾았을 때 마을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경찰복을 입은 수사관들이 단서를 찾기 위해 주택가를 돌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현지에서 만난 동네 주민들은 엄양의 사건에 이어 보험설계사 유아무개씨의 실종사건까지 겹쳐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주민 김아무개씨는 “어쩌다 이런 일들이 우리 마을에서 자꾸 생기는지 모르겠다. 정말 무서워서 못 살겠다”며 “요즘은 저녁에 아예 바깥을 나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 대낮이라도 아이들이 나갈 일이 있으면 어른들이 반드시 따라간다”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주민 박아무개씨는 “요즘은 밖에 나가기도 겁난다. 애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도 무섭다. 몇몇 부모들은 아예 애들과 함께 학교에 가거나 하굣길에 함께 데리고 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종된 지 석 달 만에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 엄현아양 사건은 지난 2월8일 하수구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경찰은 현재 박아무개씨 등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선상에 오른 박씨 등 3명이 엄양의 실종 당일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 부근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들 중 한 명은 승합차를 타고 다닌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박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한편 달아난 친구 두 명에 대한 소재나 행적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답변을 하고 있어 수사가 벽에 부딪혀 있는 상황.
현재 경찰이 박씨에게 의문을 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발생한 여중생 2명의 성폭행 사건을 박씨 등이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해 6월 이 마을에서 발생한 여중생 2명 납치, 성폭행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당시 이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숨진 엄양의 집에서 불과 3km 떨어진 거리였다.
그러나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엄양 사건뿐 아니라 지난해 벌어진 사건과도 관련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박씨의 친구들이 아직 경기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소재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아직 결정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반드시 이번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엄양 사건이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같은 동네 사는 보험설계사 유아무개씨(여·47)도 지난 1월20일 실종돼 현재 한 달이 지나도록 종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일단 경찰은 엄양과 유씨가 나이 차가 많아 두 사건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엄양과 같은 동네에 사는 보험설계사 유씨는 지난달 20일 강원도 화천으로 땅을 보러 간다고 나간 후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현재 사건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당일 오후 6시50분경 강원도 화천에서 유씨의 휴대전화가 최종 발신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유씨가 화천에 연고가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납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또 유씨가 실종되던 날 마지막으로 통화한 오아무개씨(37)가 지난 11일 서울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돼 유씨 수사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오씨가 가족들 앞으로 남긴 유서는 ‘빚을 많이 져 미안하다’는 내용만 담고 있을 뿐 유씨와 관련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전언.
경찰은 지난 13일 포천시 청송공원에서 주차되어 있는 유씨의 흰색 아반떼XD 차량을 발견, 단서를 찾고 있다. 경찰은 유씨가 실종 이후 연락이 끊겼고 유씨의 차량이 실종 다음날부터 장기주차된 점을 들어 누군가에 의해 납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차량을 1차 감식한 결과 지문 6점, 뒷좌석에서 혈흔으로 보이는 이물질, 조수석 바닥에서 여자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조수석 시트 위에서 발자국 흔적을 채취했다. 또 조수석 서류봉투 안에서 현금 57만원을 발견했다.
발견된 머리카락이 날카로운 것에 의해 절단된 것으로 보이고 조수석에는 수첩과 볼펜, 미니 달력 3개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차량 내부에서 심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유씨의 차량 주변에서 과도와 콘돔 등이 발견됨에 따라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조사중이다.
소흘읍의 공포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엄양이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에서 4.5km 떨어진 곳에서 지난해 8월 20대 여자의 시신이 발견됐던 것. 경찰에 따르면 소흘읍 고모리 저수지 앞에서 20대로 추정되는 여자의 사체가 도로변 수풀에 버려져 있는 것을 낚시꾼이 발견해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체의 부패 정도가 너무 심해 아직까지 사망원인과 신원을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엄양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살인, 납치사건에 진저리를 내며 주민들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꺼렸다. 한 주민은 “언론에서 너무 크게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꾸 사람들이 이곳을 ‘제2의 화성’으로 보는 것 같아 부담된다”며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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