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도의회 ‘인사검증 갈등’ 새 국면>
[일요신문] 전북도 산하 출연기관장에 대한 사후 인사검증을 둘러싼 전북도와 도의회의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새해들어 상황이 변한 탓이다.
전북도의회가 공포, 시행 중인 ‘전북도 산하 출연기관장에 대한 사후 인사검증조례’가 법원에 의해서 일시 제동이 걸렸다.
전북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8일 도에서 제기한 사후인사검증조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것. 이에 따라 대법원에 함께 제기한 조례 무효확인을 위한 본안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 조례의 효력이 잠정 정지된다.
앞서 전북도는 도지사가 법령위반 사유로 재의 요구한 조례안을 도의회가 재의결해 공포하자, 행정자치부의 제소 지시에 따라 지난달 23일 대법원에 무효확인 본안판결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희비가 엇갈린 전북도-도의회
전북도의회는 당장 오는 15일로 예정된 강현직 전북발전연구원장에 대한 사후 인사검증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반면 꼼짝없이 인가검증을 당할 위기에 처했던 전북도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도의회는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인사검증조례의 시행이 중단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연근 의원)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북발전연구원장 인사검증 연기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내놓았다.
김연근 위원장은 “대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인용으로 강현직 전발연 원장에 대한 인사검증 실시계획이 무기한 연기돼 제 때 인사검증을 실시하지 못하게 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선 당장 오는 15일로 예정했던 강현직 전북발전연구원장에 대한 사후 인사검증이 연기되는 바람에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현재로선 별 뽀족한 수가 없는 도의회는 원칙적으로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효력만 일시 중단된 상태인 만큼 본안판결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사면초가(?) 도의회
대법원은 사후인사검증조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인용 결정으로 전북도의회는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현재 도의회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서너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조례안 폐기나 전북도와 협약을 맺고 인사검증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의회 입장에선 둘다 모양새가 빠지는 선택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집행부 압박용 카드로 12개 산하기관의 검증을 위한 조사특위 구성이나 상임위를 통한 집중 견제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으나 이또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본안판결의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본안판결은 도와 의회의 기관 간 쟁송이어서 대법원에서 단심(1심) 판결에 의해 결정난다. 그러나 보통 수차례의 심리를 거쳐 최종 판결까지는 7∼8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어떤 형태로든 인사검증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작 도의회가 고민하는 것은 인사검증 일정 지연이 아니다. 대법원의 조례 집행정지가 단순한 효력의 일시정지에서 끝나지 않고 근본적으로 조례안 무효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의회가 정작 선택할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는 대목이다.
◇인사특위 만지작거리는 도의회
전북도의회 김광수 의장이 9일 인사검증 조례 집행정지 결정과 관련, 집행부 인사전반에 관한 인사특위 구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본안 판결까지 사후인사검증조례에 대한 모든 프로세스는 정지된 만큼 인사검증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며 “현재 가능한 방법 중의 하나인 인사특위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인사특위 구성안을 거론했다.
도의회 일각에서는 집행부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자칫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호기롭게 ‘빼어든 칼’을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다시 집어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전북도의회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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