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를 찾는 꾼들의 성비는 남성이 80%, 여성이 20% 정도다. 남성이 여성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수치지만 그래도 여성 꾼의 숫자는 만만치 않은 편.
이런 상황 때문인지 강원랜드 주변에서는 돈을 잃은 여자들이 베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아왔다. 이는 어디까지나 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강원랜드에서 조직적으로 윤락행위를 하던 일당들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그 같은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서울에서 유흥업소를 전전하다 영업이 잘 되지 않자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한탕을 하려고 왔다가 엉뚱한 길로 빠지고 만 것이다. 경기 불황은 한탕을 노리는 도박꾼들뿐만 아니라 유흥업소 종사자까지 머나먼 강원랜드로 향하도록 만든 것이다.
지난 2월25일 강원도 태백경찰서에 붙잡힌 최아무개씨(35·서울시 관악구), 정아무개씨(여·27·서울시 강남구), 김아무개씨(여·27·서울 강남구), 이아무개씨(여·21·서울 강남구). 그리고 아직 경찰에 잡히지 않은 한 명의 여자.
당초 서로 모르던 사이였던 이들이 성매매를 위해 뭉친 것은 이들 중 가장 연장자인 최아무개씨가 나머지 4명의 여성들에게 성매매 영업을 제안하면서부터.
최씨는 서울에서 안마시술소를 할 때부터 알고 지내던 알선책을 통해 4명의 아가씨들을 소개받았다. 물론 이들 아가씨도 최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최씨 일행이 서울의 유흥업소를 접고 강원랜드로 향한 것은 지난 2월16일.
당시 최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유흥업소가 잘 되지 않아 가게를 처분하고 새로운 사업을 물색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최씨가 예전에 안마시술소를 운영할 때 알던 알선책으로부터 강원랜드에서 성매매를 하면 한몫 잡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솔깃했다.
평소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강원랜드 소문을 심심찮게 들어오던 최씨 일행은 꿈을 안고 길을 떠났다. 성매매업으로 돈도 벌고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며 놀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젖었던 것.
지난 2월16일 강원랜드가 있는 사북에 도착한 이들은 읍내 F모텔에 방을 잡고 영업에 필요한 차량을 렌트했다. 밤에는 강원랜드 카지노에 들어가 사전탐색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강원랜드에서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명함을 주차장의 차량들 문짝에 끼워 넣었다. 이 명함에는 잡지에서 오려낸 여자의 사진과 이름과 전화번호가 컬러로 인쇄되어 있었다. 서울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대생 알바’ 같은 전단지와 비슷했다.
이들은 이렇게 명함을 돌리고나서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면서 며칠 분위기를 탐색했다. 당연히 이들은 카지노에 상주하는 도박꾼들과 안면을 트게 됐다. 어느 정도 카지노 분위기에 익숙해지자 이들은 좀 더 대담한 영업을 시작했다. 명함 크기의 종이 쪽지에 이름과 번호를 직접 볼펜으로 적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남자들에게 전달해주기 시작한 것. 전단지를 꽂아두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쪽지를 받은 남자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 챘다.
▲ 최씨 일당이 서울에서 찍어온 광고명함은 무려 3만 장이었다. 종이에 직접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카지노 손님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 ||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호객을 위해 사용했던 방식이 너무 공개적이었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영업을 개시한 지 10일도 안돼 강원랜드 내에 소문이 퍼져나갔고, 당연히 경찰의 첩보망에도 걸리고 말았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 2월25일 손님으로 가장해 최씨 등에게 연락을 한 뒤 성매매가 이뤄지던 모텔을 덮쳤다.
경찰은 이 같은 윤락조직이 강원랜드 주변에서 활개치고 있다는 첩보를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접했으나 꼬리를 잡지 못했다. 윤락업으로 돈을 벌려고 오지만 대부분 생각보다 영업이 나빠 며칠되지 않아 철수한다는 것.
태백경찰서 관계자는 “시골이라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데다가 강원랜드 카지노에 오는 사람들은 주로 도박을 목적으로 오는 것이지 다른 목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알게 모르게 강원랜드 주변에는 비슷한 뜨내기 윤락조직이 끊임없이 모여든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물론 대부분의 윤락조직은 소규모이고, 음성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
붙잡힌 최씨 일당은 떼돈을 벌어보겠다는 과욕으로 드러내놓고 홍보를 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케이스. 이들이 서울에서 가지고 온 광고명함이 무려 3만 장에 달했다는 사실에서 이들이 얼마나 허망한 꿈을 꿨는지 엿볼 수 있다.
붙잡힌 최씨 등을 조사하던 경찰은 피의자들이 “윤락행위방지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것보다 카지노 출입정지를 당하는 것이 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여 놀라워 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윤락 영업이 기대만큼 되지 않자 대부분의 시간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면서 보내게 됐고, 그러다가 도박에 중독되어 버린 것. 한탕의 꿈을 안고 강원랜드를 찾았다가 돈은커녕 범법행위로 쇠고랑를 찬 데다, 도박중독자까지 되어 버린 것.
이 사건을 담당한 전욱창 형사반장은 “카지노 주변에서는 상상치 못한 범죄들이 많이 일어난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은밀하게 행해지던 범죄가 경찰에 발각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건전한 카지노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이 같은 범죄가 척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