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여학생이 1시간 동안에 동네 오빠와 택시기사에게 연이어 성폭행을 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고양시 소재 A여고에 다니는 H양(18)이 문제의 성폭행을 당한 것은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12일. H양은 동네 오빠 이아무개씨(22)로부터 첫 번째 성폭행을 당했다.
그 뒤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던 중 때마침 지나가던 택시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택시기사는 도와주기는커녕 마각을 드러냈다. 겨우 택시기사로부터 벗어나 도망치던 그녀가 다시 붙잡아 탄 택시는 공교롭게도 조금전 그녀를 덮쳤던 택시기사였다. 덫을 치고 기다린 택시기사에게 또 다시 걸린 H양은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당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한동안 고양 일대에 ‘택시괴담’으로까지 번지며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경찰은 6개월에 걸친 장기수사 끝에 범인 이아무개씨(동네 오빠·22)와 택시기사 이아무개(40) 등 두 명을 지난 1일 모두 검거했다.
H양이 동네오빠 이씨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사건이 일어난 당일 밤이었다. 이들이 만난 곳은 같은 반 친구인 김아무개양(18)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에서였다.
친구 김양의 오빠는 마침 생일파티에 자신의 친구 두 명을 더 데리고 왔다. 그래서 이날 여고생 둘과 20대 초반의 남자 셋은 흥겨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문제가 터진 것은 이날 밤 자정 무렵. 참석자들은 늦은 밤에 고양시 덕양구의 모 주유소 뒤편 어린이 놀이터로 갔다. 더위도 식힐 겸 바깥에 나간 것이다.
이들은 주변 슈퍼마켓에서 캔맥주를 사다 마시며 흥겹게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이씨는 H양에게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 이씨는 술을 사러가자며 H양을 유인했다. 마지못해 이씨를 따라나섰고, 이씨는 곧바로 슈퍼로 가지 않았다. H양에게 “잠시 놀다 가자”고 한 이씨는 H양을 주변의 노상 주차장으로 데리고 갔다. H양도 설마 아는 오빠인데 별일이 있으랴 하고 따라 나섰다. 늦은 시각이라 주차장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이씨는 주차장 부근에 오자마자 갑자기 H양을 끌어안더니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 H양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H양은 이씨의 손길을 강하게 뿌리쳤다. 그러나 이씨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이씨는 이미 폭력 전과 8범의 전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씨는 반항하는 H양에게 욕설과 협박을 하면서 주먹과 발로 때려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런 뒤 쓰러진 H양의 치마를 들추고 강제로 자신의 욕심을 채웠다. H양으로서는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욕심을 채운 뒤 이씨는 쓰러진 H양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놀이터로 돌아가 남은 일행과 계속 술을 마셨다. H양에 대해 궁금해하는 일행들에게는 “집에 먼저 갔다”라는 말로 둘러댔다.
얼굴과 배를 맞아 쓰러졌던 H양은 겨우 몸을 일으켰으나 옷이 찢겨지고 머리가 헝클어져 있어 일행들에게 갈 수는 없었다. H양은 택시를 잡기 위해 능곡역 부근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그러나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H양이 탄 택시의 운전기사는 헝크러진 몰골의 H양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택시비 낼 돈이 있느냐? 그 돈으론 안된다. 하지만 돈을 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던 것.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H양은 택시가 신호에 걸려 멈췄을 때 문을 열고 탈출했다. 다행히 택시는 그냥 가버렸다. 그러나 그곳에는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택시를 잡기 위해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얼마 되지 않아 택시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지친 몸을 겨우 가누던 H양은 택시 불빛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그것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H양이 택시에 올라탔을 때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방금 전 자신에게 추근대던 바로 그 택시기사였던 것이다. 그 택시기사는 처음 H양이 차에서 내린 뒤 그냥 포기하고 가다가 다시 마음이 변해 되돌아온 것이다.
택시기사가 마음먹고 덤비자 H양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택시기사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차를 옮긴 뒤 H양이 타고 있던 조수석을 뒤로 눕혀 강간을 저질렀다.
택시기사는 별다른 폭력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H양은 전혀 반항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키 185cm, 몸무게 104kg의 거구여서 좁은 차 안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 택시기사는 범행을 저지른 후 H양을 다시 그 자리에 내버려 두고 도망가 버렸다. 인적이 전혀 없는 곳이라 H양이 도움을 청할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결국 몇 걸음 못 가 H양은 실신해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 야근을 하고 퇴근하던 인근부대의 군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실려갈 수 있었다.
경찰이 이 사건을 외부에 밝히지 않고 수사한 것은 가해자 둘 모두를 검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얘기는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괴담으로까지 확대됐다.
예상과는 달리 택시기사는 쉽게 검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 오빠의 친구인 이씨는 주거가 불분명해 오히려 행적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씨는 6개월 전 사건으로 경찰이 자신을 쫓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검거되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이씨의 체액을 확보한 상태다.
이 사건을 담당한 고양경찰서 강력반 박영규 반장은 “사리판단이 불분명한 미성년자를 거짓말로 꾀어 성폭행을 하고 또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또다시 성폭행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은 일반 성폭행과 달리 가중처벌하고 있는 만큼 이들 피의자들도 ‘법대로’ 처벌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범행이 일어난 동기 중 하나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슈퍼마켓 주인도 형사처벌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