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대회 출전을 미끼로 젊은 여성들을 유인해 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한 치과의사의 엽기 행각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문제의 치과의사는 지난 14일 경찰에 성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된 서아무개씨(44). 서씨는 지난 7개월여 동안 ‘미인대회의 덫’에 걸린 여성들을 상대로 신체검사를 해야 한다며 옷을 벗기고, ‘처녀 검사’를 한다며 성추행을 저질러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서씨는 수술용 마취제를 여성들에게 주사해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도록 만든 뒤 성폭행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의 윤리를 지키기는커녕 전문지식을 오히려 범죄에 악용했던 것.
경찰 조사 결과 뜻밖에도 적지 않은 여성들이 미스코리아의 환상에 젖어 서씨의 마수에 걸려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피해사실이 확인된 여성만 7명. 그러나 서씨의 디지털카메라 등에 담긴 여성이 20여 명이나 되고, 그의 수첩에 기록된 여성의 전화번호가 1백70여 개에 이르러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치과의사 서씨의 ‘길거리 헌팅’ 무대였던 대구 동성로 전경. | ||
서씨는 그럼에도 “미스코리아대회에 6명을 출전시켰고 3명을 입상시켰다”며 자신은 파렴치범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미인대회 후보감을 고르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 강제적 관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서씨는 미스코리아 지역예선에 몇몇 여성들을 참가시켰고 그 중 한 명이 입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미스코리아대회 관계자들은 서씨의 파렴치 행각으로 미스코리아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사람들을 경악시키고 있는 엽기 치과의사와 내연녀의 파렴치 행각을 파헤쳤다.
서씨와 내연녀 최씨의 범행 수법은 대담하면서도 의외로 단순했다. 이들이 범행대상을 물색한 곳은 대구의 중심가인 동성로 일명 ‘로데오거리’. 서씨는 자신의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길 한켠에 세워놓고 유력인사 행세를 했고, 내연녀 최씨는 지나가는 여성들 중 미모가 뛰어난 이들을 대상으로 ‘헌팅’을 했다.
최씨는 점찍은 여성들에게 다가가 “미스코리아대회에 나갈 후보를 찾고 있는데 명함이나 한번 받아가라”고 미끼를 던졌다. 상대가 관심을 보이면 승용차로 데려와 서씨에게 인사를 시키는 식이었다. 최씨는 상대 여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서씨를 자신의 고모부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다음 ‘작업’은 서씨의 몫이었다. 그는 유명 미스코리아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미스코리아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으리으리한 외제 승용차와 서씨의 매너 있는 태도에 점차 경계심을 누그러뜨렸다.
서씨는 이처럼 미끼를 문 여성들을 먼저 인근 노래방으로 데려갔다. ‘먼저 신체치수를 재야 한다’, ‘노래와 춤을 얼마나 잘하는지 끼를 봐야겠다’는 이유를 대면 상당수 여성들이 서씨의 제의에 따랐다고 한다.
‘노래방 면접’을 통해 상대 여성이 흔들리는 기미가 보이면 서씨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정밀 신체검사를 해봐야겠다”며 자신의 치과로 데려갔던 것. 바로 이곳에서 그는 ‘처녀 여부를 검사한다’며 갖가지 성추행을 자행했다.
수치심 때문에 ‘검사’에 응하지 않는 여성들에게는 마취제를 사용했다. 서씨는 ‘피부가 좋아지는 약’이라고 속이고 마취 주사를 놓은 뒤 정신이 혼미해진 틈을 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했다. 그는 산부인과에서 쓰는 기구까지 동원해 은밀한 곳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이 서씨의 사무실에서 2백여 장이 나와 경찰을 경악시켰다.
▲ 서씨의 고급 외제 승용차. | ||
대체 내연녀 최씨는 왜 이런 파렴치 성범죄에 동참했던 걸까. 최씨가 서씨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초. 애초 최씨는 서씨의 치과에 온 고객이었다. 서씨는 다른 여성들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최씨에게 ‘미스코리아를 시켜주겠다’고 유혹했고 이내 깊은 관계를 맺게 됐다. 실제로 서씨는 지난해 미스코리아대회 지역예선에 최씨를 출전시켰으나 입선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씨는 서씨의 충실한 조력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서씨는 최씨가 길거리 헌팅을 통해 여성들을 데리고 올 때마다 5만원 내지 10만원의 수고비를 주었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최씨는 이 돈을 받으면서 서씨의 범행에 차츰 깊이 연루되기 시작했다.
서씨는 미인대회의 덫에 걸려든 일부 여성들에게 ‘치아를 예쁘게 교정해 주겠다’며 4백만∼6백만원의 돈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미모의 여성이 치과를 수시로 출입하게 되자 서씨는 자신의 치과를 ‘미스코리아를 만드는 치과’로 선전하고 다녔다.
심지어 서씨는 유명 미스코리아 K양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키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때 미스코리아 K양과 서씨의 관계를 두고 엉뚱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는 서씨의 거짓말로 드러났다.
그칠 줄 몰랐던 서씨의 범죄행각이 경찰에 꼬리를 잡힌 것은 한 피해여성이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겠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대구경찰청 기동수사대는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4일 서씨의 치과를 급습했다. 수사 기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서씨는 앉은자리에서 범행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와 사진들을 고스란히 압수당했다.
경찰이 압수한 서씨의 수첩에는 무려 여성 1백70여 명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서씨가 범행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데다 피해자들이 수치심 때문에 나서기를 꺼려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현재까지 신원이 밝혀진 피해 여성은 7명. 모두가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서씨의 범행에 희생된 여성들이다. 그러나 최근 경찰에 ‘몇해 전에 피해당한 일이 있다’는 제보가 접수돼 서씨의 성범죄의 뿌리가 의외로 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구경찰청 기동수사대 성기봉 형사는 “지금은 수첩에 이름이 적힌 여성들에게 전화를 해도 피해사실이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현재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라 구설수에 오를까봐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관심이 잠잠해지면 차근차근 조사를 해 서씨의 범행 전모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