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의자들이 훔친 아미타삼존불. | ||
현재 소재가 파악된 고려불화는 총 1백36점이다. 이 중 국내에 있는 것은 13점, 미국과 유럽 등지에 17점, 일본에 1백6점이 있다. 일본에 고려불화가 많은 이유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고미술 수집가들이 한국의 문화재들을 대거 일본으로 반출해 갔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인들은 한국의 도자기 등에 관심이 많은 반면 고서화에는 관심이 적어 대부분 헐값에 넘겨졌다고 한다.
그러나 60∼70년대 크리스티 경매나 소더비 경매에서 고려불화가 고액에 팔려나가기 시작하면서 일본인들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고려불화의 가격을 한화로 환산해 15억∼20억원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려불화가 그려진 것은 7백∼8백 년 전이라고 한다. 이는 서양의 다빈치 등 르네상스 시대보다 훨씬 앞서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것. 특히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데다 금으로 색을 입혀 미술적 가치도 크다고 한다.
한국에 잘 알려진 고려불화로는 국보 218호로 지정된 ‘아미타삼존불’을 들 수 있다. 이 불화는 화려한 색상, 정교한 묘사와 치밀한 구도가 돋보여 불화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아미타삼존불에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과 관련된 일화가 담겨 있다.
1979년 일본 나라지방의 대화문화관이라는 사립미술관에서 고려 불화 특별전이 열렸다. 이 사실을 안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즉각 출품된 불화의 일부를 사들이려고 했다. 그러나 엄청난 가격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때 그 전시회를 눈여겨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그 중 ‘아미타삼존불’과 ‘지장도’(보물 784호) 두 점을 사기로 마음먹고 구매를 추진했다. 그런데 미술관측에서 한국인에게는 경매에 참가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며 판매를 거절했다.
▲ 국보 제218호 아미타삼존불. | ||
전문가들은 최근 검찰이 이번 사건의 증거물로 공개한 아미타삼존불의 가치는 국보로 지정된 아미타삼존불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작품이 많이 훼손된 데다 고려불화에 전형적으로 보이는 법복의 원무늬가 없는 것으로 보아 명나라 불화가 아니냐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밝힌 이 그림의 감정가는 10억원이라고 한다. 피의자들은 이를 중간상에 1억1천만원에 팔았다고 한다. 검찰은 그림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지만 이미 여러 유통단계를 거쳐 소재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마지막 소유자가 장물임을 알지 못하고 선의로 구매를 했을 때는 민법상 반환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 그림이 일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없다.
현재 피의자는 “애국심에서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훔친 물건을 일본인에게 판매하려다 검거되었기 때문에 피의자들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