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울산 남부경찰서는 여자 중학생과 고등학생 5명을 대상으로 11개월에 걸쳐 집단으로 성폭행을 한 밀양의 고등학생 41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장기간의 ‘집단 성폭행’이란 사실과 가담자가 41명이라는 점에 교육계와 일반 국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범죄사실이 명확했기에 피의자들의 검거와 구속이라는 예정된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날이 갈수록 그 파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받은 부당한 대우를 언론에 알리면서부터 경찰 수사상의 문제들이 하나둘씩 불거졌기 때문이다.
점점 ‘자라나는’ 이 사건을 두고 피해자, 가해자, 경찰, 여성단체, 밀양의 학생들 사이에는 비난과 의혹, 근거없는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논란이 더해지고 있는 이 사건의 실체와 그 의혹들을 현지를 찾아가 확인해 보았다.
울산에 사는 피해자 박희숙양(가명·14)이 밀양에 사는 피의자 김아무개군(18)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월의 일이었다. 박양이 잘못 누른 전화번호가 우연히 김군의 전화와 연결된 것이 ‘잘못된 만남’의 시초였다.
몇 차례 전화를 거듭하던 김군은 박양에게 만나자는 제의를 했고 박양은 김군을 만나기 위해 동생 박수진양(가명·13)과 함께 밀양으로 향했다. 처음 박양은 김군의 호의를 의심치 않았기에 김군의 말을 잘 따랐다고 한다.
김군은 박양 자매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개했고 곧 친해진 이들도 박양과 전화통화를 하며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박양은 자신의 고종사촌 언니인 김희원양(가명·16)도 이들에게 소개시켜 주기까지 했다.
피의자 남학생들은 대부분 밀양의 고등학교 3학년으로 일반 고등학교의 직업반 학생들과 실업계 학교 학생이었다. 이들은 3학년이 되자 창원의 공단으로 직업 위탁교육을 떠나 이즈음 기숙사와 자취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남학생들은 피해자 ‘자매’(박양과 고종사촌)들을 창원의 한 자취방으로 불렀다. 그러나 이들은 친절하던 예전의 모습에서 표변해 박양 등의 옷을 벗기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반항하는 박양 등을 주먹과 흉기 등으로 때리며 위협했다.
이들 남학생들은 박양 등을 대상으로 삼아 인터넷 포르노 동영상에서 본 모습을 흉내내는 등 성적 호기심을 채웠다. 이후 박양 등은 이들 남학생들의 계속된 협박에 꼼짝없이 성적 노리개가 되어야 했다. 이들은 차마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스런 모습들을 피해 소녀들에게 강요했다. 그리곤 이 모습들을 휴대전화에 달린 카메라로 찍어 동영상으로 저장해놓고는 박양 등이 부모나 경찰에 알리면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리겠다며 협박했다.
창원에 위탁교육을 온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박양 자매들과 한 번씩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소문이 어느 새 퍼질 정도로 이 같은 성폭행은 반복됐다. 보통 10명 내외의 남학생들이 창원과 밀양의 여인숙과 모텔, 놀이터, 심지어는 학교 운동부의 버스 안에서 박양 등을 성폭행했다.
박양 등이 결석도 잦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등 낌새가 이상하자 이들의 부모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캐묻게 됐고 결국 박양 등은 눈물을 흘리며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박양의 이모 강아무개씨(36)는 지난 11월25일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 진술을 받은 뒤 12월6일 저녁 창원시 중앙동의 PC방 등지에서 범행 가담자 41명을 검거했다.
이 사건의 파장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피해자 박양 가족들이 경찰과 언론이 성폭행당한 피해자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당시 피해자 가족들은 ‘비공개 수사’와 ‘철저한 신변 보장’을 요구했다. 사건을 담당한 울산 남부경찰서 강력반은 처음엔 피해자의 신고가 들어온 지구대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구대 직원들이 하나둘 들어서자 비공개 수사가 어려워져 피해자들에게 모텔에서 수사를 진행할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들은 “여중생에게 무슨 모텔이냐”며 거부했고 결국 울산남부경찰서의 형사과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가족들은 여자경찰관이 조사를 담당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처음 입회한 여경은 곧 자신의 부서로 돌아갔고 어린 피해자들은 남자 형사들 앞에서 성폭행 피해사실을 하나하나 털어놓아야 했다.
또 피의자들을 대질심문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41명과 피의자 가족들 수십 명이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들과 사무실 안에 함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피의자 가족들 중에는 아들의 범행 사실을 듣고는 실신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피해자인 여학생들에게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른 이들도 있어서 피해자들이 이중의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한편 경찰의 부적절한 사건 처리가 알려지면서 여론은 또다시 들끓었다. 서울에서는 피해자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규탄집회가 열렸고, 여성부에서는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사무관, 서기관급 직원들을 내려보낼 예정이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 3명을 인사조치했지만 아직도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단독] 김용현 전 국방장관 "민주당이 내란 수준, 대통령은 자식 없어 나라 걱정뿐"
온라인 기사 ( 2024.12.06 09:13 )
-
그날 밤 출동 계엄군도 처벌받나…내란죄 처벌 적용 범위 살펴보니
온라인 기사 ( 2024.12.06 15:32 )
-
[단독] '김건희 풍자' 유튜버 고소대리…대통령실 출신 변호사, 변호사법 위반 논란
온라인 기사 ( 2024.12.10 1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