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의원은 판사시절부터 이 후보의 직계였으며, 이 후보가 93년 감사원장이 될 때 감사위원으로 위촉했다. 또 이 후보가 96년 정계에 입문할 때 함께 신한국당에 입당, 이 후보의 추천으로 전국구 배지를 달았으며 2000년 총선 때도 이 후보의 지원으로 지역구를 맡아 당선됐다. 진영 위원장도 판사시절 이 후보의 측근이었으며, 신한국당에 함께 입당해 97년 대선 때 이 후보의 특보를 맡았다. 이 후보가 2000년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날 유세 일정을 서울 용산으로 잡을 정도로 아끼는 측근이다.
이흥주 특보는 평생을 총리실 공무원으로 일하다 이 후보가 95년 4개월간 국무총리로 있을때 비서실장을 맡아 이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이 후보가 YS와의 갈등으로 총리직을 던지자 함께 따라나와 지금까지 최측근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가 9월 초 이 후보의 측근인 이형표씨(55)에 대한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이씨에게 검찰에 나오라는 소환통보도 여러 차례 했다. 정치권에서는 과연 이씨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이 검찰에 의해 ‘이회창 측근’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씨는 굳이 말하자면 이 후보의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최측근 비서다. 이 후보측은 집사라는 말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냈다. 집사라는 말이 풍기는 구시대적 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측근은 “3김과 다른 정치를 하는 이 후보가 집사를 둘 필요가 뭐 있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씨와 이 후보의 관계를 보면 집사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원래 법원의 7급 공무원이었다. 이 후보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86년 이회창 대법관 부속실의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어 이 후보가 대법관을 그만두자 자신도 사표를 내고 이 후보의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을 맡았다. 이 후보가 93년 감사원장, 95년 국무총리로 일할 때 이씨는 항상 부속실 비서관으로 이 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이씨는 이 후보 집안사정을 잘 알고, 자질구레한 심부름도 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씨는 97년 대선 때 이 후보 후원회 사무실인 부국팀(여의도 부국빌딩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에서 일했으며, 이 후보가 야당 총재가 된 뒤에도 계속 후원회에서 일을 하고 있다. 부국팀은 이 후보의 15만 후원회원을 관리하는 사실상 이 후보 최대의 사조직이다.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은 물론 97년 대선, 98년과 2000년 한나라당 총재 경선, 그리고 올 5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선거캠프 역할을 했다.
부국팀은 교수들로 구성된 이 후보 외곽 싱크탱크팀도 가동하고 있다. 이 후보는 비밀리에 외부인사를 만나거나 최측근들과 정국대응책을 구상할 때 후원회 사무실에 들른다. 1주일에 한두 번 꼴이라고 한다. 이씨는 부국팀의 핵심인사 중의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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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이 이형표씨에 대한 계좌추적에 들어가자 한나라당이 바작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회창 후보(왼쪽)와 서청원 대표.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만큼 이씨는 이 후보의 측근 중의 측근이다. 이 후보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한 측근은 “정계입문 전부터 이 후보를 가장 가까이 모셨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98년 세풍 사건 때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계좌추적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번 계좌추적은 이씨의 90년∼91년 은행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대법관 이회창 부속실의 비서관으로 있을 때다. 검찰 주변에서는 91년 정연씨가 병역면제 판정을 받을 당시 이 후보 부인 한인옥 여사가 병무청 관계자에 금품을 건넸다는 김대업씨의 의혹제기와 관련, 이씨가 개입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후보의 핵심측근에 대한 계좌추적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이씨의 계좌추적에 이 후보측은 발끈하고 있다. 91년에는 이씨가 대법관 부속실 직원에 불과했는데, 상식적으로 대법관 아들 병역문제에 개입했겠느냐는 것이 이 후보측의 주장이다. 이 후보는 이씨의 계좌추적 사실을 보고받은 뒤 “허허, 별걸 다하네”라고 웃어넘기면서도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당 차원에서도 “야당 대선후보에 대한 악의적인 뒷조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병풍사건을 놓고 미친듯이 좌충우돌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이성을 잃은 정치검찰이 광란극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검찰의 계좌추적이 과연 91년에 한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측통은 “이씨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 유추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여의도 부국빌딩에 있는 이회창 후원회의 사무실(부국팀) 운영과 총무를 맡고 있다. 후원회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씨에 대한 계좌추적은 이 후보의 자금줄에 대한 계좌추적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이 관측통의 설명이다.
이 후보측도 병역비리 연루 사실보다는 이 부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핵심측근은 “이씨의 91년 계좌를 추적해봐야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검찰이 더 잘 알고 있다”면서 “병역비리 수사를 빌미로 이 후보 후원회의 계좌를 들추어내려는 것 아니냐”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다른 측근은 “이씨의 97년 이전 계좌는 이미 세풍수사 때 모두 검찰이 추적했기 때문에 왜 지금 시점에서 갑자기 이씨 계좌를 들추어내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후보 최대의 사조직인 부국팀의 운영자금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 자격의 후원회도 열지 않는다. 그러나 이 후보가 지난 3년 이상 이회창 대세론을 형성해왔고, 지금도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점에서 대선자금이 후원회 쪽으로 몰렸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 후보도 어차피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당의 공식적인 선거자금 외에 사조직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부국팀 관계자는 “국회의원 이회창의 순수한 후원회 사무실이고, 후원금 모금액과 사용내역을 매년 중앙선관위에 보고하고 있는데 무슨 대선자금이냐”며 펄쩍 뛰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씨에 대한 계좌추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만약 이씨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 후보 최대의 사조직인 부국팀의 운영자금, 나아가서는 이 후보가 숨겨놓은 대선 준비자금의 일부를 들추어낸다면 이번 대선의 또다른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 검찰이 야당 대선후보의 후원회 자금줄을 병역수사를 빌미로 캐냈다는 정치 시비에 휘말릴 개연성이 아주 높다.
김일송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