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사흘 후인 28일. 시흥경찰서에서는 한 50대 남자가 연신 눈물을 떨구며 앉아있었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남편 이 아무개 씨(56)였다. 경찰조차 경악하게 만든 것은 이 씨의 치밀하고도 잔혹한 살해수법. 이 씨는 아내를 감전시켜 실신시킨 뒤 목을 매달아 완전히 숨이 끊기게 하는 잔혹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씨가 아내를 살해하기 위한 범행도구까지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운전기사로 일하며 비교적 평탄한 가정을 꾸려왔던 이 씨가 자신의 아내를 이렇게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조사결과 이번 사건은 부부간에 무너진 신뢰가 부른 참극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부부사이에 본격적으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이 씨는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집안일에 소홀해진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 씨는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로 인해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아내에 대한 이 씨의 의심은 갈수록 깊어만 갔다. 급기야 두 달여 전부터 그는 아내가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경찰조사결과 이 씨는 “언제부턴가 아내는 나를 죽이려고 음식물에 세제를 넣었다”며 “아내를 죽이지 않으면 독살당할 것 같았다. 내가 죽을까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의 아내가 실제 외도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아내가 갑자기 집안일에 소홀하자 스스로 외도를 하는 것으로 확신했던 것 같다. 실제 외도를 저질렀는지, 이 씨가 의처증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아내가 자신을 독살시키려 한다는 등 다소 지나친 피해망상증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부부간 무너진 신뢰는 극심한 증오로 표출, 이 씨는 급기야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는 헤어드라이어의 끝을 잘라내서 빼낸 전선과 대나무 젓가락, 젖은 행주를 이어 직접 ‘살인도구’를 만들었다. 이 도구를 이용, 무려 5~6차례에 달하는 극심한 전기충격을 주었고 이를 이기지 못한 아내는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아내가 기절하자 이 씨는 미리 준비해둔 노끈을 이용, 아내의 목을 묶은 뒤 거실 천장에 매달아 자살로 위장했다. 더 나아가 전기감전으로 인해 아내의 몸 곳곳에 생긴 상처를 부부싸움 중 폭행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각목까지 준비해놓는 치밀함도 잃지 않았다.
이 씨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아내는 불륜문제로 남편과 극심한 몸싸움을 벌인 후 스스로 분에 못 이겨 자살한 것이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사체의 몸에 생긴 상처가 폭행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에 의심을 품은 경찰의 추궁 끝에 이 씨의 완전범죄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대개의 부부간 살인은 우발적 범행이 많은데, 이번 사건은 완전히 계획된 범죄로 그 차원이 다르다”며 “이 씨가 아내를 감전시킬 도구를 스스로 만든 점, 목을 맬 노끈 등을 미리 준비해 놓은 점, 범행 후 자살로 위장시키려했던 점 등으로 보아 단순히 부부간의 불화에 따른 범행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