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예비신부인 김 아무개 씨(29)는 결혼식 당일까지 최상의 머릿결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노푸(No poo)’를 시작하기로 했다. 김 씨가 노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에는 노푸를 하는 지인이 많지 않았다. 김 씨는 해외 블로거나 유튜브에 올라온 정보를 공유하며 사전준비를 했다. 노푸 신봉자는 “머리카락이 덜 빠진다” “머리의 유수분 균형이 최적화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를 감지 않아도 머리에 기름이 생기지 않는다” “따로 손질을 하지 않아도 머리카락 볼륨이 유지된다”는 찬사를 쏟아냈다. 호기롭게 노푸를 시작한 김 씨는 여러 불편함에도 2개월째 노푸를 하고 있다.
김 씨는 “해외 사이트를 살펴보니 노푸에 대한 찬사에 가까운 정보들이 많았다. 하지만 노푸도 분명 장단점이 존재한다”며 “나의 경우 탈모에는 그다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머리도 샴푸를 할 때보다는 유분기가 많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 다만, 샴푸를 사용했을 당시 저녁이면 느껴지던 불쾌한 기름기와 두피 냄새가 많이 완화된 것을 느꼈다. 내가 노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노푸를 선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샴푸에 포함돼 있는 계면활성제와 방부제 등의 화학성분이 두피 건강을 해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노푸 열풍’의 시작이었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노푸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샴푸를 담는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 샴푸 성분 자체도 환경오염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샴푸사용을 중단하는 것이다. 비싼 헤어클리닉과 헤어 에센스, 오가닉 샴푸에도 별 효과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노푸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노푸 방법은 간단하다. 일본의 성형외과 의사이자 안티에이징 전문의인 우츠기 류이치는 자신의 저서 <물로만 머리감기 놀라운 기적>에서 노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하루에 한번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이 적당하다고 설명한다. 이후 4~5개월이 지나고 두피가 적응을 하면 일주일에 1~2번으로 머리를 감는 횟수를 줄여보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츠기 류이치는 “너무 뜨거운 물은 보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 간지질을 녹여서 모발과 두피를 건조하게 만든다”며 “34~37℃의 미지근한 물로 10~20분간 머리를 감는 것이 좋다. 물로 머리를 감고 나서는 수건이나 드라이어로 꼼꼼하게 건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로만 머리를 감는 가장 큰 이유는 샴푸의 화학성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츠기 류이치는 자신의 저서에서 “샴푸는 세정력이 강해서 두피에 필요한 피지마저 없앤다. 이 때문에 오히려 피지샘이 발달하는 역효과가 있어 머리가 더 기름진다”고 지적한다. 특히 샴푸에는 파라벤과 같은 강력한 살균작용을 하는 방부제가 함유돼 있는데 이 방부제가 나쁜 세균이나 곰팡이의 침입을 막아주는 머리의 상재균까지 죽여 두피 트러블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7년간 직접 노푸를 실천하고 검증한 우츠기 류이치는 반복되는 두피의 붉은 발진으로 고통 받다 샴푸의 유해성분과 부작용에 대해 연구한 뒤 샴푸와 비누를 전부 끊고 물로만 머리 감기를 실천했다고 한다. 그 결과 3주째부터 병들었던 두피와 모발의 재생력이 회복되기 시작해 3개월째부터 푸슬푸슬 내려오던 머리카락에 힘이 생겼고, 반년이 지나자 모발의 끈적임과 불쾌한 냄새가 사라졌으며, 3년째부터는 모발이 굵어지고 머리숱이 늘어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우츠기 류이치와 같이 성공적으로 노푸에 적응한 사람도 있지만 노푸에는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끈적거림과 냄새가 그것이다. 이때는 베이킹 소다와 사과식초, 구연산으로 머리를 감는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천연청소재료로도 많이 사용되는 베이킹 소다와 천연 섬유유연제로 인기가 많은 구연산은 샴푸의 유혹을 견디지 못할 때 쓸 만한 재료다. 다만 베이킹 소다를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머리가 건조해지거나 두피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종이컵에 1티스푼 정도로 희석해 사용해야 한다.
우츠기 류이치는 노푸에서 오는 불편함의 대처법으로 “냄새가 신경 쓰인다면 모발 끝에 향수를 살짝 뿌려주거나 소량의 순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비듬이 비정상적으로 많지 않은 이상, 손끝에 쌀 한톨이나 반톨만큼의 바셀린을 발라 손바닥에 펴 바르고 두피에 얇게 펴바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바셀린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는 또 다른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노푸 열풍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사람마다 모발과 두피 상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노푸를 시도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샴푸의 화학성분이 걱정된다면 본인의 두피 타입에 맞는 적절한 샴푸 방법을 찾고 깨끗하게 헹궈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허브한의원 이길영 원장은 “계면활성제 등 샴푸의 각종 성분이 개별적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두피를 자극하여 피부장벽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여태까지 두피나 모발 관리에 대한 개념이 세정력에 집중되어 있었으므로 노푸 열풍은 이에 대한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태동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노푸는 두피가 건성에 가깝고 모발이 짧은 사람들은 시도가 쉬운 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물로만 감는 것은 피지 제거가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트러블이 더 생길 수가 있다. 탈모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므로 노푸 방법을 너무 맹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당부했다.
맥스웰 피부과 노윤우 원장은 “샴푸에 함유되어 있는 계면활성제는 직접 먹지 않는 이상 세정제로서는 두피나 모발에 큰 영향이 없다. 다만 계면활성제에 알러지가 있거나 민감한 사람들은 두피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며 “샴푸나 비누 없이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 하지만 노푸가 탈모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노 원장은 “노푸 열풍은 어떻게 보면 코미디 같은 일이기도 하다. 잦은 파마나 염색을 피하고 모발 상태에 따라 적당한 트리트먼트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건강한 모발 관리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당히 수면을 취하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건강한 모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기자 노푸 체험기 ‘마의 7일’ 넘기니, 어라! 머리털이 덜 빠지네~ 머리를 감지 않은 지 일주일이 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샴푸로’ 머리를 감지 않은 지 10일째가 되어간다. 이미 해외에서는 ‘노푸 운동’(No poo movement)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법이지만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다’는 발상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30여 년을 샴푸의 노예로 살았으니 그럴 법도 했다. 노푸를 하기 전 후기들을 검색해 봤다. 물로만 머리를 감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베이킹 소다나 사과식초, 구연산, 화학성분이 최소화된 세정제 등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노푸의 장점 중 하나라는 ‘간단함’을 위해 기자는 오직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을 시도했다. 노푸를 시작한 지 1~2일째 되던 날은 ‘괜히 시작했나’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미지근한 물로 15분간 두피와 머리카락을 씻어냈지만 노폐물이 제대로 씻겨 나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샴푸가 주는 뽀드득뽀드득한 느낌을 기억하고 있는 손끝에 느껴지는 기름기는 혐오감마저 들었다. 머리를 말리고 나서도 머리에 남아있는 유분기 때문에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머리를 감은 것이 맞나 하는 생각에 불쾌감이 느껴졌다. 노푸 3일째, 머리가 기름져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첫날보다 덜했다. ‘떡이 진다’는 표현처럼 머리가 기름져 보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냄새였다. 머리를 감지 않아 나는 냄새와는 달랐지만 샴푸 향에 익숙해져 있던 코는 물비린내 특유의 냄새에 적응하지 못했다. 술이나 커피를 마시면 두피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따끔거렸다. 개인차는 있지만 두피가 초반에 한번쯤 ‘반항’을 할 것이라는 노푸족들의 충고를 떠올리며 참고 넘겼다. 노푸 4~5일째, 극복하기 힘들었던 물비린내는 관자놀이나 목덜미에 고체향수를 바르는 것으로 해결했다. 노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후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로 머리를 감을 때 손끝에 느껴지는 기름기는 ‘두피를 보호하는 천연왁스’라 생각하니 제법 익숙해졌다. 무엇보다도 빠지는 머리카락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어서도 따끔거리는 두피와 드라이를 해도 느껴지는 유분기와 무거움에 짜증이 극에 달했다. ‘그냥 샴푸 써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노푸 6일째, 짜증이 극에 달했던 전날과 마찬가지로 육안으로 보이는 머리카락의 유분은 비슷했다. 하지만 두피가 느끼는 유분감은 훨씬 가벼워졌다. 샴푸를 하지 않고 물로만 감아도 두피가 상쾌한 느낌이었다. 전날 두피가 따끔거리던 증상도 상당히 완화됐다. 드라이기를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자연건조 시간을 늘렸다. 노푸 일주일째,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던 노푸를 계속해볼 의향이 생겼다. 샴푸를 사용할 때는 아침과 저녁의 두발상태가 확연히 달랐다. 아침에 뽀송뽀송 흩날리던 머리카락은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유분기로 축 처져 있기 일쑤였다. 하지만 노푸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아침의 두발상태와 저녁의 두발상태가 많이 다르지 않게 됐다. 오히려 저녁에는 삼푸를 사용할 때보다 유분기가 적게 느껴졌다. 이틀이면 머리카락으로 거의 막힐 지경이 되는 수챗구멍을 비우는 간격도 점점 길어나고 있다. 과거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샴푸는 현재 화장실 선반 안에 잠들어 있다. 여전히 샴푸의 뽀송뽀송하고 흩날리는 느낌과 향기가 그립다. 그러나 노푸 이후 상쾌해진 두피와 덜 빠지는 머리카락을 생각하면 노푸가 주는 불편함을 조금은 감수해볼 생각이다. [배] |